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이다. 사회적으로 자살이 큰 문제이듯 교도소에서도 수용자의 자살이 중요한 사고 중에 하나에 들어간다.
형이 확정된 기결수 같은 경우는 교도소에 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어느 정도 적응을 하지만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미결수 같은 경우는 사회에 있다가 교도소로 바로 구속되어 들어오기 때문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자살은 주간보다는 야간에 많이 발생하므로 야간근무자의 주요 역할 중에 하나는 자살예방이다.
그날도 야간 근무에 들어왔다. 주간 근무자와 사동 관련 인수인계를 시작으로 야간 근무가 시작한다. 인수인계를 하고 사동을 전체적으로 살펴본다.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조사, 징벌 거실과 신입자 거실을 중점적으로 확인을 한다. 전체적으로 양호한 거 같다.
수용자 저녁식사 배식을 하고 TV 방송 시간이 지나 21시 30분이 되자 취침나팔(방송이 나옴)이 교도소에 울려 퍼지고 수용자들은 이불을 펴고 잠자리에 든다.
여전히 교도소는 불이 꺼지지 않는다. 다만 조금 편하게 잘 수 있도록 방의 조도를 낮춰준다. 취침시간이 되자 사동에 적막이 흐른다. 대량 60~70여 명이 생활하는 사동이 조용해진다. 이제부터는 한 시간에 한 번씩 1,2,3층 양쪽으로 한 동씩 총 6개 사동을 순찰한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게 화장실이고 그다음이 쇠창살이다. 혹시나 자살을 시도하는 수용자가 있나 예방하기 위해서이다.
손목에 시계를 보니 10시가 되어가고 있다. 순찰을 돌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한방 한방 세밀하게 보고 지나갔다.
순찰을 돌고 있는데 어느 방에서 나를 불렀다. 확인해 보니 신입실이었다.
“저기.... 저기요~”
“불렀어요?”
“네......”
“뭐 할 말 있어요?”
“저기..... 방에 불을 어떻게 끕니까?”
“킥킥킥”
웃음이 나왔다. ‘저기요~’라고 부를 때부터 교도소에 들어온 지 며칠 안 된 줄 알았다. 초범이라고 하더라도 대부분 눈치껏 ‘주임님’이라고 부르거나 못해도 ‘교도관님’이렇게 부르는데 길거리에서 지나가는 아가씨 부르듯 수줍게 ‘저기요~’라고 부르자 감이 왔다.
“교도소는 24시간 불을 안 끕니다. 적응 안 되겠지만 그냥 취침하세요!”
“아, 그러군요..... 죄송합니다.”
“아뇨, 모르면 그럴 수 있죠......”
짧게 대답하고 지나가는데 힘없는 목소리와 어두운 표정에 왠지 발걸음이 무거웠다. 몇 발자국 지나가다 돌아서서 다시 그 방으로 갔다.
“오늘 들어왔어요?”
“네.....”
대충 보니 나이도 나랑 엇비슷해 보였다. 방 앞에 걸려있는 지찰(수용자 수번과 죄명 등 간단한 인적사항이 적혀있음)을 확인해 봤다. 나이가 나랑 동갑이고 죄명은 방화였다. 짧은 대화였지만 이야기를 해보니 말투나 인상착의가 불을 지를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교도소에 들어오게 된 사연이 궁금해졌다.
“불을 지를 사람처럼 안 보이는데 왜 들어왔어요?”
“저 정말 억울합니다.”
“여기 들어온 사람들 중에 억울하지 않은 사람 없을 걸요! 본인은 뭐가 그리 억울합니까?”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한번 얘기해 보세요.”
“실은 제가 친한 형님한테 돈 빌려 준 게 있는데 그 돈을 받으러 갔다가 하도 억울해서 쇼를 했습니다. 그 형님한테 빌려준 돈이 1억 정도 되는데 그 돈은 제가 결혼 자금으로 모아둔 돈이고 그 형님이 제가 결혼할 때 되면 이자까지 쳐서 갚아 준다고 했는데 거짓말 만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돈 갚을 생각을 안 했습니다.
솔직히 돈이 없어서 그랬다면 이해나 하겠는데 그 형님은 유통업 사무실을 하면서 사업도 잘 되어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갈 때마다 저를 피하고 준다 준다 말만 하지 안 주길래 제가 술 한잔 먹고 열 받아 겁 줄려고 쇼를 한 겁니다. 그런데 그 형님은 저를 검찰에 고소해서 지금 구속이 됐습니다.
만약 제가 불을 지르려고 했으면 주유소에서 기름을 살 때 불이 제일 잘 타는 휘발유를 사지 왜 불도 잘 붙지 않는 등유를 사서 그런 쇼를 했겠습니까? 그리고 바닥에 기름을 뿌리긴 했지만 불도 붙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형님은 검찰에 아는 사람이 많아 저를 신고하고 제가 잦은 협박과 폭력을 행사했다고 허위로 말해서 검찰에서 저를 구속시켜 버린 겁니다. 그렇게 해서 합의해 준다는 명목으로 제 돈을 안 갚으려고 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에요?”
“정말 사실입니다. 못 믿겠으면 한번 확인해 보세요? 흑흑흑.... 그 돈으로 결혼하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기 들어온 게 신부 측에 소문이 나면 결혼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혼자 계시는 어머니 생각하면 불쌍하고 제 인생 생각하면 억울해서 잠이 안 옵니다.”
“자~ 자~ 일단 진정하고 흥분 좀 가라앉히세요. 그게 사실이면 내가 생각해 봐도 억울할 거 같네요. 일단 구속적부심 신청하고 변호사 선임해서 잘 해결하면 구속취소로 바로 나갈 수 있으니 너무 상심하지 말고 오늘은 시간 늦었으니까 그만 잡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소연하는 소리를 들어주며 대화를 하다 그 수용자와 2시간이 넘게 복도에 서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잠깐 얘기를 들어준다는 게 완전 인생 상담을 해주고 있었다. 시간이 너무 길어지는 거 같아 일단 진정시키고 자라고 했다. 사건 조회해 보니 그 사람의 얘기가 대부분 사실이었다. 내가 생각해 봐도 정말 억울할 거 같았다. 그날 야근 근무가 지나고 다음날 출근하여 그 수용자를 다시 만나 또 상담을 해줬다. 그나마 조금은 안정을 찾는 거 같은 모습을 보였다. 4일 후 야근을 들어와 다시 그를 만났다. 표정을 보니 일 처리가 쉽게 진행되고 있지 않는 거 같았다.
“잘 있었어요? 밖에서 일처리는 잘 되고 있어요?”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어머니가 변호사를 사서 한다고 하시는데.......”
말을 흐렸다. 왠지 그 전과는 다르게 말을 많이 하고 싶지 않은 표정이었다.
“주임님!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그나마 여기 들어와서 주임님 하고 사실대로 얘기하면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상처를 위로받았던 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고마웠다니? 구속적부심 신청이 잘 됐어요? 나갈 거 같아요?”
나는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주임님이 내 일처럼 신경 써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 제가 오늘을 몸살 기운이 있어서 일찍 자야겠습니다.”
“그래요. 자는 게 잡생각 안 들고 좋을 수도 있겠네요.”
짧은 대화를 끝내고 담당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뒤 끝이 상당히 찝찝했다.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이 마음에 걸렸다.’
왠지 모르게 무슨 일을 낼 거만 같았다. 의심스러웠지만 순찰할 시간이라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담당실로 돌아와 순찰 준비를 했다.
밤새워 순찰을 돌다 보면 새벽에는 정말 피곤이 몰려온다.
특히 새벽 4~5시 무렵이 가장 힘들다. 그 시간대에 사동 순찰을 돌면서 방 안에서 곤히 자고 있는 수용자들을 보면 너무 피곤한 나머지 나도 들어가 누워 자고 싶단 생각이 들 때 도 있다. 그러면 왠지 교도관이라는 직업이 그리고 나 자신이 초라해지기도 한다.
피곤을 참고 새벽 5시 무렵 마지막 순찰을 돌 타임이었다. 마지막이라 이번만 돌면 끝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신입 방 앞을 지나갔다. 그리곤 몇 발자국 지나갔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복도와 방안 창문에 처져 있는 쇠창살에 무언가 묶여 있는 거 같았다.
쇠창살 밑쪽에 묵여 있는 줄의 위치가 바닥과 불과 1m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자살할 거라고 생각은 하지 못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목을 메 자살을 할 때는 자신의 키보다 높은 곳에 줄을 걸어 하지만 높게 매달리지 않고도 자살을 하는 경우가 있다.
유도나 주짓수 등의 운동을 하다 보면 조르기라는 기술이 있는데 목 옆 양쪽의 경동맥이라는 혈관을 막아 혈액 순환을 못하게 해서 산소공급이 안돼 기절하고 기절 상태가 몇 분만 지속되면 사망에 까지 이를 수 도 있다. 그런 원리로 바닥에 누워서도 본인 힘으로 줄을 목에 감고 볼펜 같은 걸로 그 사이에 넣고 계속 돌리다가 순간 기절하고 그 상태가 계속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다시 그 방에 걸려 있는 쇠창살을 확인해 봤다. 하얀색 고무 밴드가 묵여 있었다. 투박한 밴드를 보자 심장이 뛰고 잠이 깼다. 그 밴드는 교도소에서 지급하는 수용자 반바지 속에 들어가 있는 밴드와 동일했기 때문이다. 그걸 본 순간 큰일이 났다는 걸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쇠창살의 안쪽 방을 보니 수용자가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벽에 등을 대고 기대 있었다. 자살 시도 중이었다.
“000 씨 뭐해요?”
“........”
아무 대답도 없었다. 그 방은 신입 실이라 그날 같이 들어온 신입이 없어서 혼자만 있었다.
비상키로 문을 따고 들어갔다. 반바지에서 찢어낸 밴드 몇 개를 연결해서 만든 줄이 쇠창살을 감고 본인의 목에도 감겨있었다. 얼마나 세게 감겨있는지 손으로 풀리지 않았다.
교도관들은 혹시나 발생할 사고를 대비해 비상용 칼을 항상 소지하고 다닌다. 일명 ‘자살방지용 칼’이다.
목을 조이고 있는 밴드와 살 속으로 칼날을 집어넣으려 했다. 손으로 계속 돌려 조여든 상황이라 빈틈이 없어 쉽지 않았다. 밴드에서 칼날이 미끄러져 왼손 검지 손가락을 스쳐 지나갔다. 칼날에 베어 쓰라림이 느껴지고 피가 났지만 고통을 느낄 경황도 없었다. 그때까지도 그 수용자는 의식이 없었다.
반바지 허리 밴드로 만든 줄은 여러 가닥으로 말려있어 쉽게 잘리지 않았다. 가까스로 빈틈 속에 칼을 집어넣었다. ‘슥슥슥슥’ 칼이 줄을 자르는 소리가 새벽의 고요를 갈랐다. 그의 얼굴을 확인해 보니 백지장처럼 창백해져 가고 있었다. 의식은 없어 보였지만 다행히 심장은 미세하게 띠는 게 느껴졌다. 이것만 끊으면 큰일은 막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몇 번을 더 칼날을 움직이자 턱 하고 끝이 끊겼다. 바로 trs로 무전을 날렸다.
“통제실 여기 1 동하 12방 신입실입니다. 수용자가 자살을 시도해서 의식이 없습니다. 직원들은 이동식 들것을 가지고 출동 바랍니다.”
목에 감긴 줄을 풀고 반듯하게 눕혔다. 심폐소생술을 해야 할지 가슴에 귀를 대로 확인을 했다. 다행히 심장 뛰는 소리가 들렸다. 심폐소생술은 안 해도 될듯했다. 산소공급이 조금이라도 빨리 되게 하기 위해 배와 가슴을 아래에서 위로 가볍게 올려 쓰다듬었다. 나도 유도를 하면서 조르기 기술로 기절해 봤기 때문에 대충 어떤 상황인지 감이 왔다. 그렇게 해주면 혈액순환이 잘되기 때문에 뇌에 산소공급을 빨리 해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몇 번을 더 해자 그 수용자가 ‘컥컥’ 거리며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예요?”
흥분해서 갑자기 일어나려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움직이지 마세요! 그냥 누워있어요! 자~ 차분하게 심호흡하세요! 하나 두울 하나 두울~”
‘헉헉’ 거리며 숨통이 트였다. 창백해졌던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다. 응급상황은 지난 거 같았다.
“나 누군지 알 거 같아요?”
“네..... 주...... 주임님!”
“왜~ 그랬어요?”
“죄송합니다. 답답하고 억울해서 순간 안 좋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흑흑흑”
갑자기 흐느껴 울었다. 직원들이 달려왔다.
“자살 시도했는데 지금 응급상황은 잘 마무리된 거 같습니다. 일단 돌아들 가시고 제가 의무과로 보내겠습니다.”
내 말에 후배 직원 한 명만 남고 나머지는 돌아갔다.
의료과 진료를 마치고 다시 사동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자살미수로 끝났고 크게 치료할 곳은 없었다.
“주임님 감사합니다. 그 말 밖에는 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다시는 안 좋은 생각 하지 마세요. 만약 잘못됐더라면 밖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는 어떻게 사셨겠어요? 힘들 때 어머니 생각해서라도 마음 다 잡고 이겨 내세요, 인간사 새옹지마라고 하잖아요 지금 삶의 가장 밑바닥이고 전부 잃은 거 같지만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지금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거 같으니까 말 많이 않을게요. 좀 쉬세요....”
“네..... 죄송합니다. 주임님.....”
사동으로 돌아와 간단히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그날의 야근을 마쳤다.
며칠이 지나 그 사동으로 다시 야간근무를 들어갔다. 근무 들어가기 전 그 사람은 잘 있나 궁금해졌다. 그때 못다 한 이야기로 서로 할 말이 많을 거 같았다.
주간 근무자와 근무 인수인계를 하는데 마지막에 한마디 했다.
“주임님 저번에 자살 예방한 수용자 있잖아요?”
“네. 그 수용자 지금 생활 잘하나요?”
“그 수용자가 어제 구속적부심사 결과 구속 취소돼서 출소했습니다.”
“아! 그랬어요? 와~ 정말 잘됐네요”
“그 수용자가 나가면서 주임님한테 정말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그때 구해주지 않았으면 저는 죽었을 거고 저 잃고 나서 어머니가 어떻게 됐을지 생각하면 정말 생각하기도 싫다면서 몇 차례나 고맙다고 꼭 말 좀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네. 그렇게 됐군요..... 정말 잘됐습니다. 사건 개요 보니까 참 안타까웠는데 잘 됐습니다.”
인수인계를 하고 담당실 의자에 앉았다.
시간이 맞지 않아 마지막 가는 모습도 못 보고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지만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교도관 하면서 사람 하나 살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열쇠고리에 매달려 있는 자살방지용 칼을 들여 다 봤다. 그날의 긴장감이 다시 떠올랐다.
충동적인 행동으로 안타깝게 교도소에 들어왔지만 재판이 잘 되어 어머니와 함께 새로운 인생을 잘 살아가길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