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해가 지고 밤이 오면 나에게도 밝은 빛에 숨겨놨던 어두움이 또렷이 모습을 드러낸다. 자정이 넘어가기 전에 잠자리에 드는 습관은 피곤함이 아닌 나의 밤에 돋아나는 연약한 나뭇가지를 못 본 체하기 위함이라고. 그 가지들이 뾰족뾰족 돋아나 또 힘없이 부러지기를 반복하는 그 시간들을 들키지 않기 위함이라고.
보고픈 이가 지나간 밤의 자리에는 그 연약함이 부끄러운 줄 모르고 자꾸만 모습을 드러낸다. 애써 숨기고 싶은 나의 밤의 나뭇가지는 오늘도 뾰족뾰족. 또 혼자서 부러질 거면서 뾰족뾰족. 이럴 거면 얘기하지나 말지 뾰족뾰족. 그냥 그 마음 아무 데나 버리고 말았어야지 뾰족뾰족.
그렇게 툭 부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