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워홀 에세이 0

출발점: 나는 왜 이탈리아로 떠났는가

by 킴소피
"나는 도망치려던 게 아니라, 다시 숨을 쉬고 싶었다."



"왜 하필 이탈리아야?"

출국 전,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었다.


솔직히 나도 처음엔 이유를 뚜렷하게 말할 수 없었다.

그저 마음이 그쪽으로 기울었다.


고등학생 때 처음 이탈리아를 여행한 적이 있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어딜 가든 사람들의 표정엔 여유가 있었고,

거리엔 자동차 경적이 멈추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그 소음 속엔 조급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의 빠른 리듬에 익숙했던 내 눈엔

그 혼잡함마저도 여유로워 보였다.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여유로워 보일까?'

'나도 저렇게 살아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그때 막연하게, 언젠가 다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흘러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앞두고 있었다.

그때부터 마음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조차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고는 있었지만,

그 길 끝에 정말 내가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이걸 왜 해야 하지?'

'내가 원하던 게 이거였을까?'


그 질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일은 많고, 마음은 텅 비어 있었다.

하루를 견디는 게 버거울 정도로,

그렇게 견딘 날들이 어느새 몇 해가 되어 있었다.


그 무렵 난 다시 이탈리아를 떠올렸다.

늘 어딘가 느리고, 즉흥적이고, 불완전한 나라.

그 불완전함이 이상하게도 위로처럼 느껴졌다.


'그곳이라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이유를 정리하자면 단순하다.


나는 도망치려던 게 아니었다.

다시 숨을 쉬고 싶었다.

무너진 나를 조금씩 회복시키고 싶었다.


그래서 이탈리아로 왔다.

누구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다시 나를 알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나는 낯선 땅에 똑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