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이 성적표... 뭐야?
겨울/여름 방학동안 원래의 집에 와서 지냈다. 즉 자취집이 3개월 비워졌다. 비우면 안되는 거 겠지? 그래도 주인집은 그 걸 허용해 주었다. 부모님도 방학동안은 가족과 함께 보내라고도 했다. 내가 도통 집에 올 생각이 없어보여서다. 주 1회였던 게 2주 2회, 1달의 1번 얼굴을 보게 되었고, 어쩔 땐 2달만에 집을 향하기도 했다. 이런 공부하느냐 바쁜 하루하루를 대학 1학년을 보냈다. 여기저기 모험을 했다. 외가가 있는 곳이지만 외가와 떨어져서 혼자 지냈다. 그래도 외롭지 않았던건 친구들이 있어서고 이 친구들에게
‘서울과 서울 지하철 타는 법, 마을 버스 타는 법’을 배웠다.
이렇게 1학년을 잘 어울리고 배움이 많아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후회는 없다. 정말 세상물정 모르는 내가 세상을 알아가는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놀면서 공부도 열심히 했다 자부했다. 교양은 좀 얕봐서 열심히 듣지 않았고 빠질 건 다 빠졌다. 전공은 열심히 공부했다.
드디어 성적표가 집으로 왔다. 두근두근!! 첫 1학년 성적은 어떻게 나왔을까?
아악! D학점이 보였다. 러시아어 회화다. 또다른 러시아어문법이라는 과목도 D다.
골고루 A,B,C가 다 나왔다.
“아, 골고루 잘 나왔는 데 이러다 고교성적대로 되면 어쩌지?”
걱정이 앞섰다. 나는 고교 내신 성적이 좋지 않다. 3년내내 전교 꼴찌였다. 그래도 과목석차는 고정이 되어 있어서 사회과목과 국어/영어는 성적이 그럭저럭이였으나 수학/물리/화학/예체능과목이 꽈당이였다. 중학교까지 받아 본 적이 없는 성적을 받았기에 1학년때의 충격은 이만저만 아니였다. 아, 내가 사는 지역은 비평준이여서 고교가 서열화 되었었다. 97년도 고교 1학년 입학할 때 고입고사가 있었다. 이때 좋은 성적으로 고교입학을 했드랬다. 그랬던 내가 ....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꽈당했고, 연달아 꼴찌를 했는데 2학년까지 보니 이게 들쑥 날쑥이 아니라 꾸준한 평균점수였다. 어라? 내 자신을 의심했다. 이 때 전체석차라 전체 등급은 낮았지만 과목석차면 꽤 높은 대학을 정시로 노려볼 수 있겠다고 나중에 생각했다. 다 지나간 일이라 허허 대면서. 그래서 대학에서 만회 하리라 생각했다. 결과는 만회를 했다. 전체에서 2등. 오예~내 자신에게 칭찬해! 그래도 사회 나가니 이 또한 만만치는 않았다.
근데, 1학년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남자사람친구들에게 연락이 왔다. 성적을 먼저 물어보는 데 우물쭈물하게 되었다. 지는 B학점이란다. 흑... 난 C학점인데. 나중에 알았는 데 다들 내 성적을 먼저 물어 본 이유가 지 성적이 나보다도 나빠서 였다. 하지만 1학년 때 몰랐다. 그래서 이 땐 자존심이 상했다.
‘아직 2학년, 3학년이 있어! 이 때 만회를 하면 돼! 원래 고교3년 공부한 거 보상으로 대학 1학년은 놀려고 했잖아. 이 정도면 선전 한 거야.’
라고 내 자신을 위로 및 자기 합리화를 시켰다.
그래서 D학점이 나와서 어쩌나 하고 생각이 골똘히 하게 되었다.
“다음 학기, 2학년 때 만회를 해야겠네. 2학년 때 들어야 할 과목과 D학점 없앨 과목... 하, 공부 할 과목이 많겠는 걸?”
수강신청을 위해 수강시간표를 짜야했다. 내가 직전학기 B학점이 아니라서 21학점은 들을 수가 없었다. 기본 18학점만 들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잘 짜 보려고 머리를 굴렸다.
공강시간을 연달아 두고 5일 분산 시켜서 힘들이지 않도록 전공과목/교양과목/일반과목을 잘 분산 시켰다.
(시간표 삽화)
“이 정도면 잘 분산 시킨 거야. 아, 근데 러시아어 회화인데 만회가 될까? 걱정이다..... 거기에 중국어회화까지! 흠.... 미래의 내 자신에게 맡기자. 3학년 땐 좀 널널하지 않을까?”
나는 내 방에서 중얼 거렸다.
졸업을 하려면 성적표에 F학점이 없어야 한다고 들었다. 학생처에서도 물어보니 F학점이 있으면 ‘수료’밖에 못 한다고 했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 점은 유효 할 거다. 순전히 도서관에서 남사친들과 안되는 공부를 해서 그래. 그들은 A학점을 난 F학점을 맞이했다.
‘역시 난 도서관 울렁증이 있어. 다음 학기엔 절대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이렇게 겨울 방학은 수강신청기간이 다가오면서 새 학기로 시간은 향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