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이 다 끝나고 겨울방을 돌입한 후, 틈틈이 대학 동기들에게 연락이 왔다. 유독 성적을 물어서 서로 비교하는 감이 있었다. 방학을 들어가기 전에 희망 학과를 적으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원래 보고 온 학과인 ‘중국어학과’를 1순위를 삼았다. 성적순인 줄 꿈에도 모르고 1학년때는 교양을 들어서 성적을 좋게 받아야 했는데 사람 헷갈리게 한 사람들이 많고 잘못 된 정보도 있어서 결국엔 생각지도 못한 ‘러시아학과’에 배정이 되었다.
뎅~~~~
머리 속에서 교회 종울림이라도 울렸다. 이럴 수가. 전혀 모르는 학과로 배정이 되었다! 러시아이름은 들어 봤어도 러시아학과라니! 어쩌지? 결국엔 휴학 하지 않고 러시아학을 전공으로 졸업했다. 이때 배정된 학과가 마음에 들지 않다고 많은 여학생과 남학생(군입대)들이 휴학을 했다. 2학년 1학기초에 휴학 열풍이 불었다. 동기들이 죄다 휴학을 한 거다. 특히 러시아 학과를 배정 받은 학생들은 자퇴도 감행했다. 나는 그럴 똥 용기가 없어서 그냥 학교에 남았다. 사실 내 스스로 자퇴해도 되지만 그러면 성적이 썩 좋지 않은 고교성적으로 평생 울겨먹게 생겼다. 그래서 고교때 버틴 건 대학에서 좋은 점수 받으면 된다며 힘든 고교생활을 버틴 걸 생각했다. 결국엔 제때 4년을 다니고 졸업한 이는 나 뿐이였다. 다들 중간에 휴학하거나 자퇴를 했다. 그리고 난 또 대학교수님들을 놀라게 했는데 아웃사이더가 성적이 좋아서다. 이러기 힘들다고 사회에 나가서 알게 되었지만 난 어딜 가나 인사이더가 아니라 아웃사이더라...... 계속 사람들을 놀래키며 반전을 꾀했다. 대학생활도 그닥 추억이 많지 않다는 소리도 된다.
러시아학과로 배정 되었다는 학교사이트에서 본 순간 정말 심각했다.
‘휴학하고 수능 다시 봐야 할까.’
이 생각을 부모님에게 밝혔다. 그냥 학교 다니라고 휴학해서 뭐할거냐, 되돌아 갈 수 없다며 말렸다. 수능을 다시 보려면 재수학원이라도 등록하고 다녀야 하는 거니까. 꽤 많은 돈이 출혈이 될 거니까. 이 말에 일리가 있어서 결국엔 휴학할 생각을 접었다.
‘괜히 중국학과 보고 온 건데 이렇게 될 줄은.... 지지리도 운 없지.... 영어영문학과 지원할 걸 그랬지?’
후회가 밀려왔다.
나 또한 수강표를 보고 시간표를 짰다. 세 번째의 수강신청하는 데 역시 전쟁이였다. 이 걸 인터넷 사이트로 하면 안될까? 서버가 그렇게 작나? 싶었다. 그래도 내가 들으려 했던 과목은 다 살아 있어서 수강 신청을 제대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동기들과 담소를 나누며 수강 신청일의 시간은 흘러갔다.
2월의 수강신청 기간이 지나 3월 초, 첫학기의 수업이 시작 되었다.
러시아어학 기초 수업이였다. 이 날 ..... 교수님이 자존심이 구겨져 오셨다. 성적이 썩 좋지 않은 학생들이 배정이 되었다며 분통 터진 얼굴이였다. 근데, 해석을 시키는 데 난 원래 예습을 하지 않는 편이고 러시아어사전을, 러시아어를 처음 보는 거라 왕기초도 없었다. 근데 나를 해석해 보라 시킨다! 그래서 영어로 해 버렸더니 소리를 지르며 수업 결렬하고 뛰쳐나갔다.
다음 수업... 마찬가지였다. 2학년 새내기는 소수고 다 복학생이였다. 복학생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지역학군제로 개편되면서 1학년생 들어야 할 과목을 2학년 때 듣게 되어서 실력이 떨어지게 되었다. 아니, 나 러시아어 알파벳도 모른다고~ 다른 사람들은 복학생에 고교때 러시아어를 배운 학생들이라 오히려 나보다 쉽게 접근을 할 수 있었다. 툭하면 나에게 러시아어 해석을 묻는 데 옆 학생의 도움으로 대답을 겨우 했다. 내가 성적이 제일 좋지 않았나?
힘겹게 수업을 마치고 인문대학 건물 밖으로 나와서 하늘 한 번 쳐다보게 되었다.
‘하늘이 참 푸르다..... 하..... 이를 어쩐다? 내가 쫓아갈 수 있을까?’
부모님 몰래 반수를 해서 수능을 봐야하나, 편입을 준비 해야 하나 많은 생각이 오갔다.
이러다 대학졸업을 못하면 부모님이 많이 상심할 거고, 나 또한 고교성적이 좋지 않으니 취업이나 앞날이 캄캄해졌다. 또 내가 수학, 화학, 물리를 절대적으로 못했다. 도저히 고교수업을 따라 갈 수 없었다. 이과 머리는 못 되어서 이 세 과목을 다시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을 자신이 없었다. 이 세 과목이 내 성적을 갉아 먹었다. 이 세과목 보기도 싫어서 마음을 고쳐 먹은 것도 있다.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뿌리 칠 수 있었다.
다음 수업은 러시아역사시간. 수능때 선택과목을 세계사를 공부해서 어느정도의 러시아의 지식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건 어학보다 낫겠지.’
역사수업이 있을 강의실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