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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쟈근 Jan 10. 2022

영화의 제목이 <돈룩업>인 이유

멸망 불감증에 걸린 현대인들을 위한, 가장 완벽한 엔딩

한 줄 요약 
눈 뜨고 지구 베이는 이야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단에 추천/비추천 리스트를 참고해서 영화를 선택해보세요!


영화의 첫인상을 신뢰하는 편이다. 초반에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는 스토리는 아무리 큰 반전을 숨겨놓았다고 한들, 그다지 마음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에서 새롭게 개봉된 영화 <돈룩업 (Don’t look up)>의 첫인상이 ‘그놈의 행성은 맨날 지구에 떨어진다냐’였던 것을 고려하면, 별로 매력적인 첫 만남은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동물들이 떼 지어 이동하고,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며 재회를 다짐하고, 든든한 남편이자 아버지인 과학자가 슈퍼 히어로처럼 지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나와줘야 할 것 같은데 - 이 영화, 아무리 기다려도 ‘재난영화스러운’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온갖 한심스러운 정치판의 모습과 현실 고증 제대로 된 소셜미디어 문화, 자극적인 뉴스만을 다루는 언론과 가짜뉴스를 맹신하는 선동꾼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지구가 멸망한다는 이야기를 웃으면서 듣는 진행자들... ㅎ


아니, 지금 지구가 멸망하게 생겼다고요. 


‘멸망 불감증’에 걸린 듯 절망스러운 현실에 무디게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고구마 5만 개쯤 먹은) 답답함을 느끼며 가슴을 퍽퍽 두드리다 보면, 어느새 작품 속 디비아스키(제니퍼 로렌스)와 일심동체가 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부터, 돈룩업의 메시지가 시작된다.



영화에는 두 가지 목소리가 나온다. Look Up 그리고 Don’t Look Up. 왜 아담 멕케이 감독은 영화의 제목으로 Don’t Look Up을 선택한 것일까.


Look Up (룩업)’은 눈에 보이는 불편한 진실과 대면하고 나아가는 방향을 선택한 사람들의 목소리이다. 반대로, ‘Don’t Look Up (돈룩업)‘은 자신의 신념을 다른 사람의 판단에 맡기고, 현실을 외면한 사람들의 목소리이다.


혜성이 점점 지구를 향해 다가와도, 혜성이 지닌 경제적 가치에 주목하는 이들은 끊임없이 ‘돈룩업 (Don’t Look Up)’을 외쳤다. 위험이 다가오고 있지만, 그만큼 경제 호황도 다가오고 있다며. 나에게는 혜성을 직면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며 말이다.



민디 박사 역을 맡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환경 문제를 다룬 영화에 참여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환경에 대한 언급이 1도 존재하지 않는 영화가 환경 영화였다니.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이내 이마를 탁치게 되었다. 이 영화 자체가 거대한 비유의 장이었구나- 싶어서 말이다.


사람들이 혜성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지만, 혜성이 지구를 향해 다가올 때부터 민디 박사와 디비아스키는 혜성의 위험성을 목터져라 이야기하고 다녔다. 지구온난화가 발생하기 전부터 환경 운동가들이 환경 파괴의 위험성을 이야기했던 것처럼 말이다.


혜성이 육안으로 관찰되기 시작했을 때, 민디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말했잖아”

빙하가 녹고, 이상 기후가 나타나고, 산불이 발생하고, 멸종 위기종의 수가 늘어나는 등 환경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을 때, 환경 운동가들이 허망하게 읊조렸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말했잖아”



영화 속의 지구는 결국 ‘돈룩업’을 선택했고, 그에 따른 책임을 졌다. 그렇다면, 현실 세계 속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하나둘씩 실현되고 있는 환경 파괴의 길을 외면하며, ‘돈룩업’을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회용품을 사용할 자유가 있다며, 환경 보호는 남의 일이라며, ‘룩업’을 외치는 이들을 유난스러운 집단으로 치부하는 모습이, '돈룩업'을 외치던 사람들과 닮아 있던 것은 아닐까? 



영화의 제목인 ‘돈룩업’은 어쩌면 영화의 결말이 동시에, 우리의 결말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제서야 포스터 속 카피가 눈에 다시 들어온다.


실화...가 될지도 모를 이야기. 


영화의 메시지는 간단하다.

Look Up. 고개를 들어, 상황을 직면하자.

자본이 아닌, 생존에 집중하자. 이를 외면한다면, 결국 영화와 같은 엔딩을 현실에서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뻔하게 시작해서 뻔하지 않게 흘러가는 스토리와 곳곳에 숨겨진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 그리고 디카프리오의 “미친 연기”와 제니퍼 로렌스의 “생활 연기”는 작품이 본연의 메시지를 드러낼 때까지 시청자들을 주목하게 하는 힘을 보탠다.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등장은 작품의 별미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IT 기업 회장 역을 맡은 마크 라이런스의 연기는 작품의 무게를 높이는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또한, 정치영화 특유의 '등장인물 이름과 관계성을 외우다가 머리가 아파오는' 복잡함도 없다. 단순하고 명료하다. 그래서 더욱 명쾌하다. 



보통의 재난영화는, 영화를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었다가도 결말이 다가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며 감동의 눈물이 흐르곤 한다. 하지만 돈룩업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어이없게 웃다가도, 결말이 다가올수록 더이상 웃지 못하게 된다.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로 공감을 얻어놓고, 너무 현실적이어서 무서운, 너무 무섭게도 현실적인 엔딩을 향해 달려가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화로. 현실은 현실로. 굳이 영화와 현실을 연결해 교훈을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지는 않지만, 간만에 영화 속 메시지를 현실에 적용하고 싶은, 힘이 아주 센 작품을 만났다. ‘돈룩업’ 속 세상처럼 눈 뜨고 지구 베어가는 이야기가 생기지 않도록, 내일 카페에는 텀블러를 챙겨 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추천해요! 

>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티모시 샬라메 등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고 싶은 분 

> 넷플릭스에서 아무거나 후회하지 않을 작품을 보고싶은 분 

> 현실 고증 제대로 된 블랙 코미디를 원하는 분 

>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 


아쉬울 수 있어요! 

> 전형적인 재난영화를 좋아하는 분 

> 거대한 액션이나, 스케일 큰 지구 멸망을 보고싶은 분 

> 티모시 샬라메, 아리아나 그란데의 분량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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