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phy Feb 25. 2022

잊을까 봐 쓰는 출산 후기 (1)

제왕절개 해줍쇼




 네이버에 있는 모든 유도분만 후기를 읽었다. 누군가는 성공 누군가는 실패 누군가는 제왕절개라는 차선책을 택했다. 나는 어떻게 될까 싶은 마음에 밤새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6시. 병실 바닥에 쭈그려 자는 남편을 두고 혼자 분만대기실에 갔다. 눈곱도 떼지 않고 시작된 네 번째 내진. 여전히 자궁문은 1cm 간신히 열린 상태고(이 정도는 그냥 안 열린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이는 너무 위에 있다. 내진을 한 간호사도 난감해한다. 태동 수치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고민스러웠다. 질정제와 수축제를 쓰며 하루를 더 버틸 것인가 아니면 수술을 선택할 것인가.


 굳이 굳이 자연분만을 선택한 건 아니다. 의사가 할 수 있다는데 굳이 굳이 수술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뿐. 밤새 유도분만 성공 혹은 실패 후기를 읽으면서 고생 끝에 제왕 하지 말고 그냥 수술하잔 생각이 들었다.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했다. 유도 분만한 지 24 시간이 지났고 굳이 나와 아기에게 더 큰 스트레스와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다. 빠르게 결정하니 주저하던 간호사와 의사들도 잘했다며 넌지시 긍정적인 신호를 준다. 초산인데 아이가 너무 컸다, 이미 예정일도 지났다, 자궁문이 너무 안 열려서 유도 분만해도 힘들었을 것이다 등등…. 그래, 수술 그까짓 거 뭐!


 재빠르게 남편에게 얘기하고 동의서를 쓰고 수술 준비를 시작했다. 아프다던 항생제 테스트와 소변줄은 그저 찰나의 아픔에 지나지 않았다. 수술대에 오르는 것도 무덤덤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부모님께는 말하지 않았다. 마취를 하고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잠깐 눈을 떠보니 말랑하고 작은 생명체가 내 볼 옆에 있었다. 왈칵 눈물이 터졌다. 빨갛고 보드라운 아기의 볼이 내 볼에 맞닿았다. 너였구나? (이 놈 자식…) 그리고 다시 잠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40주, 초산, 유도분만, 첫째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