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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숲 Jun 19. 2020

걸음이 무거운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픈 노래

노래의말들 8 걸어도 걸어도 - 젊은이

돌이켜보면 늘 걷지 않고 묶네 풀린 적 없는 신발끈

소설을 읽다가 운 적이 있다. SNS에 포르노를 올리며 매일을 피시방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이 ‘기형도 봇’ SNS 계정에서 ‘그는 완전히 다르게 살고 싶었다, 나에게도 그만한 권리는 있지 않은가’라는 문장을 보고 입술을 꾹 깨무는 장면에서였다. 나는 첫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예상과는 많은 것이 달랐고, 인생에 대해, 진로에 대해, 꿈에 대해 여러모로 헷갈리던 차였다. 

기형도의 문장을 읽고 입술을 깨문 주인공도, 신발끈을 꽉 매는 이 노래 '걸어도 걸어도'의 화자도 그리고 나도. 변하고 싶고, 잘 살아보고 싶다. 하지만 잘 산다는 게 뭔데 하고 묻는 다면 우물쭈물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너는 뭐라고 생각하는데?” 정도 되물을지 모르겠다.  

‘잘’ 사는 것에도 다수결의 원칙이 작용한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걸, 좋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내 주변 사람들이 잘 산다고 생각하는 것을 벗어나 나만의 행복론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주변 사람들의 행복론을 이미 충족한 사람, 남들이 우러러보는 사람만이 나만의 행복론을 이야기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그저 다수가 정한 행복 기준에 자격 미달되어 도망간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노래 ‘걸어도 걸어도’의 화자는 신발끈은 묶었지만 어디론가 뛰거나 걷지 못한다. 그렇게 가만히 우물쭈물할 바에야 그냥 남들이 가는 대로 가라는 사람들의 말에 우물쭈물 주춤주춤 땅만 바라보다가 꽉 묶은 신발 끝에 시선이 꽂혔을 것이다. 그렇게 애꿎은 신발을 보며, 풀리지도 않고 꽉 묶인 신발끈을 보며 그는 입술을 꾹 깨물었을지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 젊은이


이젠 밤도 깊고 좀 선선하네 엄마는 집에 갔을까

서울에 온 뒤론 친구가 머네 겨울이 차가웠었나
 
떠나갈 습관처럼 얽힌 사람들 허탈하게 길을 가네
조그맣던 기분 누그러지고 질문은 계속 맴도네
 
고르지 못한 내 미래가 시덥지 않게만 보이고
기억해 보면 또 어지러운 것들 한참 동안 괴롭히네
쏟아지던 말 닫힌 두 입술엔 무슨 말 머금었었나
돌이켜보면 늘 걷지 않고 묶네 풀린 적 없는 신발끈
 
떠나갈 습관처럼 얽힌 사람들 허탈하게 길을 가네
조그맣던 기분 누그러지고 질문은 계속 맴도네


고르지 못한 내 미래가 시덥지 않게만 보이고
기억해 보면 또 어지러운 것들 한참 동안 괴롭히네
쏟아지던 말 닫힌 두 입술엔 무슨 말 머금었었나
돌이켜보면 늘 걷지 않고 묶네 풀린 적 없는 신발끈



가사가 좋은 노래를 소개하는 라디오 '노래의말들' 이번 주는 가수 젊은이님의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를 읽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방송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 네이버오디오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406/clips/8

- 팟빵 http://www.podbbang.com/ch/1775927?e=23574192


아래 노래의말들 멜론 플레이리스트에서는 여태까지 노래의말들에서 소개한 가사 좋은 노래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관련 글 : 노래 '제자리' - 젊은이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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