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말들8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 - 젊은이
어디까지 왔을까 얼마큼 떠나 버렸나
애써 떨치며 괜찮다 추슬러보지만
어느 곳에 있을까 조금 가까워진 걸까
걷고 걸어도 오늘도 제자리 같은데
‘왜 이렇게 인생이 제자리지?’ 물음을 던지기 무섭게 내 안에 한 목소리가 “노력을 안 하니까!!!” 외친다.
멋진 사람들은 노력을 한다, 죽도록. 가령 죽도록 연습생 생활을 견뎌서 아이돌이 되거나, 회사를 다니면서도 짬나는 시간마다 매일 꾸준히 4시간씩 글을 써 소설가가 되거나, 이를 악물고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를 한 결과 5급 공무원이 된다. 그런 사람들만이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를 부를 수 있다. 그런 사람만이 시상식에서 양복을 입고 눈물의 수상소감을 말하고 박수를 받을 수 있다.
텔레비전에 나온 그들을 보거나, 그들의 신화를 전해 듣는 나는 제자리인 것만 같다. 나는 죽도록 노력해본 적이 없다. 물론 수능을 앞두거나 취준을 할 땐 열심히 공부하거나 남들과 비슷하게 힘들어했지만 '죽도록' 해본 적은 없다. 죽도록 노력하지 못한 사람은 죽어도 텔레비전에 나오기 어려운데.. 어렸을 적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을 그렇게 불렀는데..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죽도록 노력하지 못한 나는, 그들이 부러웠다.
"혹시 애초에 전력이 다른 거 아닐까요? 그러니까 저런 사람들은 AA 건전지가 4개 들어가 있는데 나는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AAA 건전지 2개가 들어간 사람이 아닐까요" 초라한 변명을 만들기 무섭게 그 목소리가 ‘나’보다 환경이 어렵지만 노력으로 성공한 지구인 명단을 들이밀며 “핑계 대지 마” 한다. 1억이 넘는 명단 앞에서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너가 환경이 편해서 그래", "힘들게 살아보지 않았으니 간절하지 않지" 가끔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나는 왜 죽도록 하지 못하지'라는 생각조차 죽도록 하지 못하는 나는 베짱이인가. 겨울이오면 얼어죽을 베짱이 인가. 나는 왜 변하지 못하지. 나는 왜 핑계만 대지. AAA건전지 만큼의 미약한 생각의 태엽이 열심히 돌아간다. 매번, 밤이다
노래 ‘제자리’의 화자가 첫 줄에서 밝힌 ‘대답하지도 못했던 말들’은 어쩌면 ‘왜 당신의 인생이 제자리인 것 같아요?’라는 물음이겠다. 막막하고 먹먹한 질문이다.
(그나저나 이 노래는 TV에 나왔다. 한석규 주연,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의 OST다. )
대답하지도 못했던 말들은
돌아오는 걸음에 밟히고
질문은 차갑게 바람에 실려가
스치는 사람들 모두 같은 얼굴
거리를 가득 채운 들뜬 걸음
짓누르는 것 같은 공기에
마른 기침 속에 섞여 버린 마음
하나둘 켜지는 불빛 따라가네
어디까지 왔을까 얼마큼 떠나 버렸나
애써 떨치며 괜찮다 추슬러보지만
어느 곳에 있을까 조금 가까워진 걸까
걷고 걸어도 오늘도 제자리 같은데
질문은 차갑게 바람에 실려가
스치는 사람들 모두 같은 얼굴
마른 기침 속에 섞여 버린 마음
하나둘 켜지는 불빛 따라가네
어디까지 왔을까 얼마큼 떠나 버렸나
애써 떨치며 괜찮다 추슬러보지만
어느 곳에 있을까 조금 가까워진 걸까
걷고 걸어도 오늘도 제자리 같은데
가사가 좋은 노래를 소개하는 라디오 '노래의말들' 이번 주는 가수 젊은이님의 ‘걸어도 걸어도’, ‘제자리’를 읽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방송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
- 네이버오디오클립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4406/clips/8
- 팟빵 http://www.podbbang.com/ch/1775927?e=23574192
아래 노래의말들 멜론 플레이리스트에서는 여태까지 노래의말들에서 소개한 가사 좋은 노래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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