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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숲 Jun 27. 2020

비가 오잖아요. 노래를 들어요.

노래의말들 9 윤종신,정준일 - 말꼬리 / 이적 - rain

붙잡으려 하면서도 붙잡히지 않을 걸 알 때가 있다. 

결국 붙잡히지 않을 걸 알면서도 붙잡는 것 밖에 하지 못할 때가 있다. 

지금 K는 그 때를 만났다.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고. 

뚝 떨어진 기온처럼 차가워진 연인 앞에 K는섰다. 


"사랑해서 헤어지자니 그게 무슨 말이야?"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안사랑한다는거 아니야? 너 진짜 이기적이다."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엇나

"미안해 내가 잘할게. "            

가지마라 가지마라 


K의 말이 쏟아지는 비 소리에 이따금 묻혔다. 영화에서 봤던 것 같은 말, 유치하고, 진부하다고 생각했던 말을 K는 동앗줄 처럼 붙잡고 있었다. 원래 K는 그녀를 붙잡아야 했다. 비가 묻어 차가울 그녀의 손을 잡아줘야 했다. 그러지 못해서 말을 잡고 있는데, 말꼬리라도 잡아야 겠는데. 그녀는 자꾸만 말이 없다. K는 다급하게 말을 잇는다. 내가 싫냐고 다른 사람이 생긴거냐고 힘든 상황은 우리 그동안 잘 이겨내지 않았냐는 K를 그녀는 쳐다보지 못한다. 우산 밖에 떨어진 K의 단어들이 초라하게 젖어갔다. 예상치 못하게 비가 유난하게 내리던 날이었다. 



윤종신, 정준일 - 말꼬리


비는 오고 너는 가려 하고 내 마음 눅눅하게 잠기고
낡은 흑백영화 한 장면처럼 내 말은 자꾸 끊기고
사랑한 만큼 힘들었다고 사랑하기에 날 보낸다고
말도 안 되는 그 이별 핑계에 나의 대답을 원하니
너만큼 사랑하지 않았었나봐 

나는 좀 덜 사랑해서 널 못 보내 가슴이 너무 좁아
떠나간 너의 행복 빌어줄 

그런 드라마 같은 그런 속 깊은 사랑 내겐 없으니
사랑하면 내게 머물러줘 사랑하면 이별은 없는거야


너만큼 사랑하지 않았었나봐 

나는 좀 덜 사랑해서 널 못 보내 가슴이 너무 좁아
떠나간 너의 행복 빌어줄 그런 드라마 같은 

그런 속 깊은 사랑 내겐 없으니
우리의 사랑 바닥 보일 때까지 

우리의 사랑 메말라 갈라질 때까지 다 쓰고 가
남은 사랑처럼 쓸모 없는 건 만들지 마요

손톱만큼의 작은 사랑도 내게 다 주고 가요
그러니까 이별은 없는거야


나 이제 진짜 좀 괜찮아 진 것 같아 

얼마전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K는 그런 말을 했다. 급하게 신고 나온 샌들이 커플로 맞춘 신발이 이라는 걸 한참 후에야 깨달은 다음이었다. 어쩌면 정말 그랬다. 이젠 잠도 잘 잤고, 헤어지고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며 웃기도 했으며, 친구들이 계속 부탁하는 소개팅에도 못이긴 척 나가볼 참이었다. 

K는 그날 술을 많이 마셨다. 평소와는 달리 목소리가 커지고 크게 웃는 K를 친구는 걱정했다. 조그만 술집 조그만 티비에선 장마를 예고하는 기상캐스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고처럼 장마가 시작됬다. 주말이었고, 창문을 꼭 닫은 K의 방에도 쉴새 없이 빗소리가 들렸다. K는 그녀를 그린다. “나는 비가오면 괜히 기분이 막 좋아!” 동그란 눈으로 K를 올려다보던 그녀의 표정을 상상한다. 자신도 모르게 올라갔던 K의 입꼬리가 이내 떨리기 시작했다. 비가 오면 우산 없이 비를 실컷 맞아보기로 했었는데 끝내 그러지 못했다. ‘이렇게 질질 끄는 성격 때문이었나’ 떨리는 입술에 힘을 주며 K는 "보고 싶나보다, 보고 싶나보다" 소리를 냈지만, 빗소리에 묻혀 다행히 아무도 듣지 못했다. 


이적 - rain


오늘도 이 비는 그치지 않아 모두 어디서 흘러오는 건지 
창밖으로 출렁이던 헤드라잇 강물도 

갈 곳을 잃은 채 울먹이고 

자동응답기의 공허한 시간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건지 
기다림은 방 한 구석 잊혀진 화초처럼 
조금씩 시들어 고개 숙여가고 

너를 보고 싶어서 내가 울 준 몰랐어 
그토록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남겼네 
 
모든 흔적 지웠다고 믿었지 
그건 어리석은 착각이었어 
이맘때쯤 네가 좋아한 쏟아지는 비까진 
나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걸 
너를 보고 싶어서 내가 울 준 몰랐어 
그토록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남겼네 
하루 하루 갈수록 더 조금씩 
작아져만 가는 내게 너 영영 그치지 않을 빗줄기처럼 
나의 마음 빈 곳에 너의 이름을 아로새기네 
너를 보고 싶어서 너를 보고 싶어서 

그토록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나에겐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남겼네 
 나에겐 마르지 않는 눈물 
흘러내리게 해줬으니 
누가 이제 이 빗속에



가사가 좋은 노래를 소개하는 라디오 '노래의말들' 이번 주는 윤종신, 정준일님의 '말꼬리', 이적님의 'Rain'을 읽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방송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


네이버 오디오클립

팟빵 : http://www.podbbang.com/ch/1775927?e=23583991


아래 노래의말들 멜론 플레이리스트에서는 여태까지 노래의말들에서 소개한 가사 좋은 노래들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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