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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끼오 식당

명란스파게티

by 프로성장러 김양


아이가 재미있게 보는 책이 있는데 며칠 전부터 그 책에 나오는 명란스파게티가 먹고 싶다고 했다.



그까짓 거! 해보지 모! 하는 마음으로 사 온 명란젓과 시판 스파게티 소스. 한살림에서 파는 크림스파게티 소스는 꽤 맛이 좋고 냉동이기도 해서 쟁여놓는 편인데 네이버에서는 오일 명란 파스타가 더 많이 등장해 놀랐다. 오일로 해볼까 생각했다가 아이가 오일을 싫어할 것 같아 그냥 크림 베이스 선택. 명란젓을 추가했다가 망하면 그냥 크림 스파게티로 먹으면 되는 거니까:)


마지막에 명란젓을 넣기 전 아이에게 명란젓은 이렇게 생겼다고 보여줬더니 이상한 냄새가 나서 먹기 싫단다. (그럴 줄 알았어 ㅋㅋㅋㅋ) 그래도 경험이니까 아이가 먹을 크림 스파게티에 아주 조금만 넣을게 하고 손톱 크기도 안 되는 양을 넣어서 줬다.


냠냠냠, 촵촵촵, 맛있어를 연발하며 너무 잘 먹는 아이. 뿌듯하다.


명란스파게티는 대체 무슨 맛일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괜찮은 맛이라 놀랐다. 명란이 크림 스파게티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기도 하고, 집에 남아있던 루꼴라를 잘라 넣었더니 그 조합도 너무 좋았다. 앞으로 자주 먹게 될 것 같은 느낌:)


거의 시판 재료들을 이용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이와 남편이 내가 만든 요리를 잘 먹어줄 때마다 나는 미쉐린 셰프 부럽지 않은 만족감과 성취감까지 느껴진다.


얼마 전 정혜영 님의 요리책 <정혜영의 식탁: table>을 읽으며 나 자신과 가족을 위해 요리하는 따뜻한 마음을 떠올려 봤었는데.


이제 아이가 많이 커서 아빠랑도 즐겁게 잘 있고, 주말엔 집에 있는 시간도 많아졌으니 다시 요리를 열심히 시작해 볼까? 생각하며 행복하게 보낸 저녁! 역시 행복은 지금, 현재에 집중하면서 나 자신과 가족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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