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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성장러 김양 Apr 09. 2024

딸에게 쓰는 편지 No.14

현아, 원하는 걸 다 가질 수는 없다


현아,


요즘 티니핑 피규어를 하나하나 모아 역할놀이를 하는 게 너무 재미있지?


여전히 작고 앙증맞은 손가락으로 좋아하는 피규어를 집어 들고, 역할놀이에 푹 빠져있는 너를 볼 때마다 엄마의 어린 시절이 생각나 절로 웃음이 난다. 티니핑이 타산핑이라는 말이 실감 나기도 하고 말이야.


어른인 엄마가 봐도 티니핑 캐릭터들 모두가 자그맣고 귀엽기만 하던데 네 눈에는 어떻겠니. 그 많은 티니핑 피규어를 다 사고, 살 수만 있다면 인형이든 뭐든 다 사고 싶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너에게 알려주고 싶은 한 가지는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엄마도 네 삶에서 무엇인가가 결핍으로 남는 게 싫고, 네가 좋아하는 장난감도 마음껏 사주고 싶단다. 하지만 그건 네가 세상에 나가 마주하게 될 시련이나 자제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에 더더욱 네가 원하는 걸 다 사줄 수가 없구나.


사실 엄마도 네가 좋아하는 티니핑 장난감을 원하는 대로 다 사줄 수 없다고 말할 때 너무 고통스럽단다. 네가 티니핑 피규어 두 개를 들었다가 어렵게 하나를 내려놓고, 계산하고 나오면서도 하나만 더 사고 싶다고 말하면 당장이라도 뛰어가 사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해.


엄마에게도 네게 장난감을 사주는 것보다 안 사주는 게 훨씬 더 어려운 일이란다. (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실이다) 피규어 하나에 12,000원 정도 하는 것 몇 개를 더 사주는 게 뭐가 그렇게 힘든 일이겠니? 한 번에 10개도 넘게 사 줄 수 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네가 가지고 싶어 하는 것을 다 사 줄 수가 없다.


첫 번째 이유는 어렸을 때부터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에서야.


두 번째 이유는 갖고 싶은 것을 어린이날이나 생일,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까지 기다렸다 손에 넣었을 때 날아갈 듯이 기쁜 감정을 충분히 느꼈으면 해서이기도 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때, 원하는 만큼 다 가질 수 있다면 네게 어떤 결핍도 없을 거고, 물건의 소중함이나 물건에서 오는 기쁨도 얼마가지 않아 증발해 버릴 거야. 계속해서 새로운 것만 갖고 싶어 할 테고 말이야.


돈은 유한하고, 아무리 돈이 많더라도 여러 번 생각해서 꼭 필요한 것만 사는 소비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게 엄마의 생각이다.  


얼마 전 엄마랑 같이 결혼식에 갔다가 외할머니 친구가 주시는 뜻밖의 용돈을 받고 너무 좋아하면서 "감사합니다" 하고, 외치는 너를 보며 엄마는 흐뭇한 마음이 들었단다. 돈의 소중함과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의 가치를 알아가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거든. 네 행동을 보며 어느 정도의 결핍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었지.




현아, 엄마도 요즘 사고 싶은 것을 최대한 자제하며 꼭 필요한 것만 사려고 노력하고 있다. 네게 원하는 것을 다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려면 엄마도 같이 노력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현아, 엄마도 너를 양육하면서 배우고, 하나하나 실천해 보는 중이란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사랑하는 나의 딸아,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사랑한다.

우리 같이 열심히 성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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