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소중한 나의 복수박

과일망도 해줬다

by 프로성장러 김양

식물을 키우는 일에 익숙하지 않고, 똥손이라 자꾸 뭘 키우면 죽어서 한 번도 정성스레 식물을 가꿔본 적이 없다.


“복수박을 심어서 잘 키우면 여름에 수박을 사 먹을 일이 없대”


올해는 친구 말을 듣고 약간 늦었다 싶은 시기에 복수박 모종을 샀다.

‘이게 모종 맞아?’ 싶을 정도로 이미 큰 상태로 와 버린 아이를 내가 직접 화분에 흙과 거름을 켜켜이 쌓아 잘 심었다.

하루, 이틀, 사흘, 나흘.....

시들어가는가 싶더니 점점 잎이 커지고 꽃도 피기 시작했다.


“와아!!!!!”

드디어 처음으로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다.


나는 올해 평상시의 나라면 하지 않았던 일들을 많이 하고 있다.

식물을 처음 내 손으로 심어봤고, 아침마다 달리기를 시작했고, 울고 싶으면 맘껏 운다.


왜일까?


복수박을 심은 건, 수확의 기쁨을 느껴보고 싶어서였다. 살아 있는 한 생명의 저물어버린 인생을 눈물과 회한, 후회 범벅으로 보내는 중이라 더더욱 열심히 자라는 생생한 무엇인가로부터 위로받고 싶은 맘이 컸던 것 같다.


아침마다 달리는 이유는 사는 동안엔 건강하게 살고 싶어서, 건강한 기분을 느껴보고 싶어서, 신체가 건강해야 에너지가 생기고 정신도 맑아지니까....


시시때때로 맘껏 우는 이유는 아빠를 잘 기억하고, 잘 보내드리고 싶어서.....


그래서 나는 오늘도 복수박이 커진 것을 보며 웃었고, 건강을 위해 달렸고, 아빠를 생각하며 펑펑 울었다.

언젠가는 아빠를 떠올리며 웃는 날도 오겠지.

이 시간들을 잘 보내고 나면..... 이라고 생각하면서.


복수박아, 많이 열리렴. 아이랑 같이 따서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어제는 무게에 못이겨 떨어지지 말라고 과일망도 달아줬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남자의 생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