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의 비애와 극복기
40대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변화가 참 많이도 일어나는 시기다.
육아의 어려움, 부모님의 병환, 갱년기(?) 같은 개인사와 함께 회사에서 기대하는 리더십에 부응해야 하는 어려움까지도 감당해야 하니 말이다. 시니어 레벨에서 책임져야 하는 회사 내에서 맡게 되는 역할의 무게나 업무는 주니어일 때 잘 알지 못했던 수준이라 당황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결국 이 단계를 잘 이겨내지 못하면 직장생활을 이어가기도 힘들어지는 것 같다.
이 시기를 잘 넘기면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해 더 높이 올라가거나 혹은 자기만의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기도 한다.
이렇게 40대는 20대와 30대 초반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장애물을 마주하게 된다. 물론 이런 어려움은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잘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냥 되는대로, 발전 없이 사는 것이 만족스러운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회사에서 찾아오는 어려움도 낯설고 극복하기 힘든데, 개인사까지 더해지면 진정한 환장파티가 이어진다.
나 역시 40대 초반에 어린아이를 케어하는 게 힘들어 고군분투하던 와중에 이직이라는 중대한 결정까지 하게 되었고,
아이가 크면서 개인적으로 조금 편해지나 싶었는데 회사에서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갈팡질팡 하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리더 자리와 내가 맡은 역할에 익숙해지나 싶었더니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이의 초등학교 입학이 다가왔다.
아이는 내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듯 초등학교에 빠르게 적응했지만 아버지의 죽음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과정을 지켜보며 인생의 허무함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와 한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졌다.
회사에서 주어지는 친부상 휴가 뒤에도 계속해서 연차를 붙여 쓰며 마음을 다스렸지만 일상으로의 복귀가 쉽지 않았다.
다시 회사로 돌아가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이 힘든 시기에 책과 글과 달리기로 위로받으며 정신을 차리고자 노력했다.
이때 큰 위로가 되었던 책이 <놓아버림>이었다.
어떤 감정이든 괜찮으니 억압하지 말고 다 느끼라고,
세상에 틀리거나 나쁜 감정은 없으니 충분히 느끼고 소화시키라는 내용이 그렇게 와닿았다.
나는 책에서 알려준 대로 슬프면 엉엉 울고, 순간순간 찾아오는 기쁨이 있으면 즐거워하면서 감정의 기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도 큰 위로를 받았다.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 감정을 말로 풀어내면 어떤 기분인 건지,
정제된 글로 적어보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감정 치유에 큰 도움이 되었다.
글을 쓰면서 울기도 많이 했지만 또 그만큼 많이 웃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는 고통과 허무함은 아침마다 달리기를 하며 조금씩 극복해 갔다.
몸을 움직이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정신이 맑아지고, 제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식욕도 좋아지고, 잘 먹어서 몸이 건강해지니까, 정신과 마음에도 좋은 영향력이 전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이 모든 치유 과정을 통해 한 가지 진리에 도달했다.
결국 모두가 한 번은 죽는 인생이니까, 조금이라도 덜 허무하게 살기 위해서 “지금,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
절대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지금을 낭비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 진리는 너무 많이 들어서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실천에 옮기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몇 가지 실천 계획을 만들어 매 순간 “현재”에 집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침엔 내가 좋아하는 일 한 가지를 꼭 한다: 독서나 글쓰기
좋아하는 일을 하고 나면 싫지만 하면 심신 건강에 좋은 일도 한 가지는 한다: 10분 이상 달리기
시간이 날 때마다 내가 읽은 책과 쓰고 싶은 글에 대해 생각한다.
하루 한 번 이상은 멍 때리는 시간을 갖는다. 내게 멍 때리는 시간은 마법의 시간이다. 놀랍게도 이때 정말 많은 아이디어와 문제 해결 방법이 떠오른다! 진정한 유레카 모멘트처럼 말이다!!
인간관계에 집착하면서 모두와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는다. 특히 무례한 사람, 비상식적인 사람은 나와 맞지 않으니 최대한 거리를 둔다. 일적으로 상대해야 한다면 최소한으로만 교류한다. 이 과정을 통해 감정적 소비를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다 가는 시간은 얼마나 짧은가? 길어야 100년이다! 즉, 쓸데없는 사람들에게 낭비할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세상엔 좋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끙끙 앓을 시간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행복하자! 나는 이렇게 나의 시간과 에너지를 좋은 곳에 더 많이 쓰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오늘도 현재에 집중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일, 싫지만 필요한 일, 꼭 해야 하는 일들을 한다. 나 자신과 가족, 좋은 사람들과 더 많이 교류하고자 노력하면서 말이다.
이게 바로 내게 찾아온 40대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이어가는 방법 중 하나다.
실패해도 괜찮다.
어렵고 힘들면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
쉬는 시간은 허비하는 시간이 아니라 더 높이, 혹은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재충전하는 시간이라 생각하자.
물론 이런 생각과 실천이 매일매일이 완벽하고 쉽게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생각하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기준을 세우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며 살고 싶다.
그래서 중요한 게 계속 글을 쓰고, 내가 쓴 글과 일치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자세 같다.
그런 삶을 살다 보면,
그런 날이 하루하루 쌓이고 늘어나면,
내 삶과 인생에 확신과 자신을 가질 수 있고,
현재에 집중하는 일도 점점 수월해진다.
이건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길이기도 하다.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내 주변에 좋은 사람이 더 많이 모인다.
그러니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40대의 힘든 시간도 잘 넘겨보자!!!
이제 슬슬 갱년기도 오겠지만 지금, 현재에만 집중하다 보면 또 자연스럽게 알아지는 것들이 있겠지, 생각한다.
오늘의 할 일과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보낼 지금, 여기, 이 순간에만 집중하면서,
오늘 하루도 기대감을 가지고 시작해야겠다.
데일카네기도 <자기관리론>에서 ‘오늘의 삶‘을 충실하게 사는 것이 성공 바결이라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