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돈으로 살 수 있습니다
대제목과 소제목을 동문서답으로 시작했다. 이제 대제목에 답해볼까 한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나요?
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 시간을 돈으로 사서 그 결과에 만족하면 행복을 돈으로 산 게 맞다. 시간을 아끼고 싶어서 돈을 썼는데 그게 그렇게 아깝고 화가 나면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된다.
나는 매일 아이의 아침을 챙기고, 가능한 아이를 빨리 깨워 같이 씻고, 출근과 등원 준비를 동시에 한다. 8시에는 나와야 여유롭게 출근할 수 있지만 매번 나오는 시간은 8시 반. 말 그대로 똥줄이 타고 뚜껑이 열릴 정도로 화가 난다는 말을 실감한 적도 있다. 온 세상에 대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내가 준비를 늦게 해서, 내가 게을러서, 내가 늦게 일어나서 지각하는 게 절대절대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사람들은 생각보다 남일에 관심이 없다. 흥분하고 화가 나는 건 나일뿐. 그것도 내 잘못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잘못이라는 핑계를 대고 싶은 마음에서 생겨난 쓸데없는 분노이고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제 해탈의 경지에 이르러서 준비가 늦어지는 게 대수롭지도 않아 졌다. 오전에 중요한 회의 일정이 있으면 하루 이틀 정도는 나를 대신해 아이 등원을 맡아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그렇다고 매일 반복되는 지각이 즐거운 사람은 없다. 나는 최대한 출근시간을 앞당기고자 짱구를 굴리고 머리를 짜낸다. 그중 하나가 동천동898 주차장이다.
이 주차장은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신분당선 동천역과 인접한 곳이다. 여기에 일 주차 비용은 13,000원. 내가 여유롭게 나왔을 때 주차할 수 있는 죽전 아르피아 주차장과 비교했을 때 10,200원이나 더 비싸지만 나는 그 돈을 기꺼이 지불한다. 회사에 10분 이상 일찍 도착할 수 있기 때문. 아침 준비가 늦어지면 출근 시간을 맞추고자 1분에 1,000원이
넘는 돈을 쓰고 있지만 나는 이 소비에 만족한다. 기쁘진 않아도 만족할 수 있다는 사실과 내게 이런 대안도 있다는 사실, 내가 이런 대안을 찾아냈다는 사실도 감사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시간을 돈으로 샀다. 이 소비가 만족스럽다는 사실에서 찐한 행복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