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게 행복일까?
아침에 눈뜨자마자 어제는 하루종일 행복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행복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함께. 상사와의 오전 비디오 콜에서 기쁜 소식을 듣고, 점심에는 친한 친구와 맛있는 것을 먹으며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즉석떡볶이를 먹고 처음으로 고디바 카페에 가서 고급진 단맛이 나는 초코빵을 먹었는데 오후 내내 힘이 솟아났다.
이제 업무에서 오는 극강의 스트레스를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놓으며 지난 4개월 반을 돌아본다.
완벽하고자 해서 오히려 힘들었던 시간들,
마음만 급해지고 지치면서 실수도 많았던 첫 팀장 적응기를.
부서를 옮겨 내게 잘 맞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업무를 시작한 지 어느덧 4개월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내가 좋아하는 데이터 분석과 글쓰기 업무는 내게 주어진 책무 중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그 외 업무에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자 노력한 시간이었다.
내가 원했던 부서 이동이니까,
정말 잘 해내고 싶었으니까,
내게 주어진 시간이 늘 부족하긴 해도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고 만들어 내면 내가 하고 싶기도 하고, 진짜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일(=글쓰기)을 하기 위해 부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까,
회사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는 거니까,
무엇보다 내가 하는 일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에도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하니까,
“리서치팀에서 써주신 보고서 클라이언트가 정말 좋아했어요. 감사합니다“ 같은 피드백을 받을 때마다 그렇게 신나고 좋았으니까,
이 과정과 결과를 통해 타인을 위한 일이 결국 나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됐으니까,
물론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이 시도 때도 없이 들이닥치기도 했다. 팀장에게 필요한 리더십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가장 괴로우면서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가장 나다운 모습을 유지하면서 팀원들과 협력하는 리더십은 대체 어떻게 발휘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다.
임원회의에서 발표를 맡게 된 것과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에 대한 기다림 역시 에너지가 소진되는 일이었다.
이제 내가 모든 일을 완벽하게 혼자서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중이다. 친구와의 대화, 나의 최애 음식 즉석떡볶이와 초코빵 먹기 같은 것들이 내 삶에 필요한 충분한 에너지를 채워주고 있으니까.
행복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지만 행복한 하루였다. 12월 중순까지는 퇴근길에 이 예쁜 트리를 보면서도 그렇게 슬펐는데 어제는 같은 트리를 보면서도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어제와 비슷하게 흘러가는 날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