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 vs 한 것에 대한 후회
나의 인생에서 가장 큰 모티브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자'이다.
뒤돌아 나를 보았을 때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면 언제나 선택의 갈림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나는 확실한 돌도 두드려보고 발을 내딛기 전에 다시 한번 살짝 건드려 테스트를 끝낸 후에야 확실하게 그 돌을 딛고 앞으로 나아간다. 리스크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리스크만을 남기고 나서야 일을 진행하는 편이다. 그런 선택으로 인해 때로는 너무 더디게 일을 진행하게 될 때도 있고, 망설이다가 결국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접는 경우도 허다하다.
반대로 나의 친형은 나와는 반대로 가고자 하는 방향이 확실하다면 그 돌을 밟고 물에 빠질지언정 일단 나아가는 편이다. 물에 조금 젖는 것, 즉 리스크에 대한 생각이 나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리스크가 있다 해도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남기지 않겠다. 그 리스크 마저 극복하고 가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만 이룬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주의이다.
나는 대신 인생에서 전혀 무관한 것들, 예를 들어 음식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 레시피라거나, 스노보드를 타러 간다거나 하는 것에 있어서는 과감 없이 시도하는 편이다. 내 마음대로 레시피를 바꾸어 음식을 만드는 일로 조금 맛이 없는 음식이 나오더라도, 스노보드를 타러 갔다 와서 조금 피곤해지더라도 그런 것들이 내 인생에서 목표를 이루거나 어떤 큰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해보지 않아서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과감하게 시도하는 편이다.
반대로 형은 목표를 위해 가는 것 외에는 다른 것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시도도 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을 시도하여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 때 시도함으로 투자되는 시간과 자본 등이 아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 행동을 하거나 하지 않는 것은 반대이지만, 재밌는 것은 그 이유가 '그런 것들이 목표를 이루거나 어떤 큰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동일하다는 것이다.
얼마 전 형이 있는 곳으로 혼자여행을 갔다. 매우 큰 대문자 T형 인간인 나는 여행을 갈 때 웬만한 보고서를 뛰어넘는 계획을 세우고 간다. 2박 3일간의 여행을 위해 스프레드 시트의 80행까지 시간 계획을 마쳤다.
형과 함께하는 시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계획을 형에게 공유했을 때, 위에서 말한 서로 다른 성향으로 서로에게 충격이 되었다. 형은 나에게 '그래 어차피 이 계획은 다 지켜지진 않을 거 같지만, 그럼 이맘때쯤에 나랑 만나는 거로 생각하고 준비할게.'라고 얘기했고, 나는 '응? 무슨 소리야 계획은 다 지켜질 수 있게 짠 건데? 여유시간이랑 이동시간이랑 다 포함되어 있는 계획이야. 정확하게 그 시간에 형이랑 만날 수 있어.'라고 답했다. 형의 입장에서는 '별로 필요 없는 것들이 계획에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했고, 시간도 매우 촉박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만나서 이야기를 들었지만, 나는 형이 필요 없다라고 생각한 것들이 필요했고, 여행을 가서 그런 것들을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를 남기기 싫었던 것이다. 대신에 그런 것들을 해보기 위해 돌다리를 두드려보듯이 계획의 단계에서 이동시간이나 실현 가능성을 매우 꼼꼼하게 검토했기에 실제 그 계획들은 전부 실행할 수 있었다. (물론 그를 위해 하루 2만 Km 이상을 걸어 다녔다.)
누가 맞는지, 틀린 지는 없는 문제일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삶의 기준에 의한 선택을 할 뿐이고,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계속해서 선택의 문제에 놓일 것이다.
때로는 아주 작은 선택이 나비효과가 되어 인생을 바꿀지도 모르고,
때로는 아주 큰 선택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돌아봤을 때 전혀 중요하지 않을 선택이 될지도 모른다.
내가 여행에서 계획하고 시행했던 작은 것들이 나중에 나에게 큰 영감을 주기도 할 것이고,
반대로 내가 여행에서 하고자 한 것들이 돌아보았을 때는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닌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자신이 선택한 것에 있어 최선을 다해 시행하고 그로 인해 나온 결과에 후회가 없다면, 나는 죽을 때 헛된 삶을 살지 않았다고 만족스럽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다.
결과론적 이야기를 좋아하지는 않고,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나의 노력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며, 그렇다면 그 일은 나의 것이 아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다. 다만 내가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얻는 것들이 앞으로 나의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살아간다.
선택도 내가 하고, 그 선택에 대한 후회도 결국 내가 하는 것이라면, 적어도 후회가 남지 않는 삶을 위한 선택을 하고, 후회를 남기지 말자. 인간에 불과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최선을 다해 그 선택을 실행하는 것이고, 결과는 내가 아닌 절대자(신)에게 달려있을 테니까
※내가 성경에서 가장 좋아하는 구절 : Proverbs 16:9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 시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