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음식 중에 왜 떡볶이일까. 햄버거나 피자처럼 어쩌다 한 번 먹는 음식도 아닌데 말이다. 언니는 특히 우리 초등학교 앞에서 파는 밀떡볶이를 좋아했다. 대학가에서 파는 빨갛고 두툼한 쌀떡볶이에 비하면, 희멀겋고 푹 퍼진 밀떡볶이는 볼품없었다.
사실 떡볶이 자체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에게 떡볶이는 있어서 먹는 음식이었다. 초등학교 때는 피카추 돈가스, 중학교 때는 콜팝을 즐겨 먹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은 인기가 많아 금방 동이 났다. 그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철판에서 자작자작하게 끓고 있는, 언제 가도 양이 반쯤은 남아 있는 떡볶이였다.
떡볶이는 먹을 때마다 맛이 달랐다. 어떤 때는 매끈매끈한 떡이 이 사이로 퉁겨졌고, 또 어떤 때는 흐물흐물한 식감 때문에 몇 번 씹지 않아도 목구멍으로 후루룩 넘어갔다. 하물며 같은 종이컵 안에서도 맛이 다르다니, ‘헐렁한 음식’이라고 생각했다.
떡볶이를 안 좋아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면서도, 자주 먹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학교 주변에 분식점이 두 곳 있었다. 한 곳은 아주머니 두 명이 운영했다. 온돌바닥이 있어 겨울이면 뜨끈하게 열이 올랐다. 비록 식탁은 끈적거렸지만, 우리에게 관심 없는 아주머니들의 태도라든지 훈훈한 온도가 마음에 들었다. 또 처음으로 떡볶이 국물에 밥을 비벼 먹어본 곳이기도 하다.
나는 숟가락 가득 밥을 퍼 먹으면서 말했다.
“사실 떡볶이 별로 안 좋아해, 근데 볶음밥은 맛있네.”
나머지 한 곳은 공고 앞 분식집이다. 공고생에 대한 막연한 무서움을 가지고 있던 터라 가까이하기 어려웠다. 반대로 아는 사람이 없다는 안도감도 줬다.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곳은 교내 비밀 커플과 썸남 썸녀들의 아지트로 자리 잡았다. 나와 친구는 가게 구석에 앉아 “야, 쟤랑 쟤랑 사귀나봐” 하고 수근거렸다. 어찌나 흥미롭던지, 떡볶이 한 접시를 다 비우고 나서도 한참을 앉아 있었다. 서비스로 받은 오뎅을 떡볶이 국물에 묻혀 먹었다.
씹는 맛이 좋았다.
떡볶이는 탱탱하고 말캉한 식감, 그 이상으로 새로운 맛을 가져다 줬다. 온돌에 언 손을 녹이고 떡볶이 국물에 밥을 비벼 먹었던 경험, 그리고 커플 탄생의 장면을 목격했던 경험까지.
나는 지금도 떡볶이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종종 먹는다.
달라진 게 있다면 떡볶이를 먹는 방법이라는 게 생겼다. 떡볶이 국물에 밥과 김가루를 넣는다. 희멀건 오뎅을 떡볶이 국물에 묻혀 먹기도 한다. 언젠가, 또 누군가와 먹었던 기억이 몸에 뱄다.
음식이 놓인 자리. 그 자리의 분위기는 그릇을 다 비운 뒤에도 이어진다. 그런 모양이다.
떡볶이 가게를 지날 때면 창문 안쪽으로 고개를 쭉 내민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사람들 한 번, 철판에 늘어 붙은 떡볶이를 한 번 본다. 허기가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