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_005
책을 읽는 내 앞에 네가 앉아있다. 너는 내 앞에서 가만히 나를 쳐다보기도 나에게 말을 걸기도, 내 입에 케익을 떠 먹여주기도, 내 입가에 묻은 케익을 냅킨으로 닦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너의 그 행위들을 느끼지 못한다. 너는 그 자리에 있으면서 그 곳에 없는 존재이니까. 너는 이제 내 앞에 앉아있지 않는 사람이니까. 이건 정말 너의 모습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너의 일부이니까.
너의 일부가 나의 전부였다. 너는 일부를 내게서 되찾아갔다 여겼지만 나는 전부를 잃게되었다.
카페 안의 테이블에는 모두 각자의 일행과 앉아있다. 나는 너와 함께이지만 혼자이다.
나는 너와 함께 있다. 이제는 들리지 않는 너의 목소리와 느낄 수 없는 온기, 볼 수 없는 네 표정들까지 눈을 감으나 뜨나 똑같지만 나는 너와 함께 있다.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이 황량하게 느껴진다. 내 시선 끝에 닿는건 뿌연 회색벽뿐이다. 이 벽에 창이 난다면 나는 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