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뎡 Mar 06. 2022

'결혼을 앞둔'의 무게

비록 식장 들어가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할 지라도


 마지막으로 브런치에 글을 쓰고 오늘까지 많은 시간이 흘렀고, 그에 걸맞은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했다. 언제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어떤 이벤트들이 생기면, 그게 좋은 일이던 나쁜 일이던 미래의 작가가 될 나에게 필요한 자양분이 생겼다고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리고 사실 그 버릇을 꽤나 좋아하는 편이다. 그동안 나에게 일어난 변화는 크게 3가지가 있었다.


 - 좋은 남자 친구를 만나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다.

 - 대기업에서 일하게 되었다.

 -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집에 갇혀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오늘은 그중에 남자 친구와의 결혼 준비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20대 후반으로 가면서 나의 연애관도 달라졌지만 이성들 역시 달라졌다. 서로 상대의 마음을 얻는 건 수월해졌지만, 관계를 시작하는 데는 많은 망설임들이 앞을 가로막았다. 나이가 들면서 상황이 달라진 걸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상대를 찾지 못해 마음이 무거워지던 중, 그를 만나게 되었다.


그와의 만남은 시작부터 수월했다.


 시작은 이 상황을 불쌍히 여긴 친구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자신의 회사 동기인데 나와 성향이 완전 다른 사람이라 정말 잘 맞거나 1도 안 맞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 같은데 만나보겠냐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그를 소개받게 되었다. 정보라고는 친구와 회사 동기라는 게 전부였다.


 그와의 연락은 메마른 마음에 단비 같았다. 간단한 자기소개 후에 언제 만날 지를 정하고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닌, "괜찮으시다면 만나기 전까지 연락해도 될까요?"라는 그의 따스한 물음이 그에 대한 경계를 낮췄다. 그는 만나기 전부터 나에게 호감을 감추지 않고 표현했고 나 역시도 호감이 무럭무럭 자라났지만, 한편으로는 만났을 때 그 혹은 내가 태도가 달라지지는 않을지 걱정도 함께 자라났다.




 대망의 첫 만남, 연락을 자주 하다 보니 원래 만나기로 했던 일정보다 일주일을 일찍 만났다. 그리고 대망을 얼굴 공개 시간이었다.


 사진을 주고받지 않은 데다 둘 다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역시 얼굴이 보이는 사진이 아녔기에 생김새를 어림짐작 초차 할 수 없었다. 그와는 약속 장소로 향하는 길에 그가 차로 마중을 나오기로 했는데, 시국이 얼굴 공개의 단계를 만들었다. 그의 차에 올라타면서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1차 공개, 마스크를 벗2차공개 타임을 가져 매 차수마다 수줍게 얼굴을 공개했다.


 그는 동안이었다. 버섯머리 때문인지 운전을 하고 있지 않다면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그래도 호감이었다. 늘 이상형이라 외치고 다니던 무쌍에 높은 코를 그가 가지고 있었다. 약속 장소로 향하는 동안 대화 즐거웠다. 그리고 밥을 먹으면서는 그의 긴장이 역력한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누군가 말했듯 남자가 귀엽게 느껴졌으니 게임은 끝났다. 그날부터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그 이후로 우리는 공통점을 찾아내면 기쁨의 호들갑을 떨고 때로는 안 맞는 부분에서는 티격 거리기도 하며, 좋은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늘 공유했던 결혼 시기가 이제 1년 가까이 다가오면서 슬슬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친구들에게 결혼 준비 스토리를 듣다 보니 대부분의 신부가 많은 결정을 하고 신랑은 끌려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랬기에 우리 결혼 준비의 시작인 제주 웨딩 스냅을 알아보고, 5 업체 중 한 곳을 뽑아달라고 했다. 그는 차이를 잘 모르겠다며, 가장 하고 싶은 곳에서 하라는 답을 주었고, 역시나 신랑은 참여도가 적군이라는 생각으로 예약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어젯밤 자기 전 통화에서 예식장과 관련한 얘기를 하면서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나는 우유부단해서 결정을 내리는 게 어려워, 그리고 소정이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그거 해야 되잖아. 그래서 지난번처럼 나한테 선택지를 몇 군데로 추려두고 선택을 하라 하는 건 나한테 너무 어려워. 결국 소정이 너의 의견을 동조하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나는 차라리 후보지를 내가 만드는 게 좋아."


 그의 의견에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왜냐면 그가 하고 싶다는 부분이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후보지들 중에서 괜찮은 곳을 간추리는 것, 이게 귀찮아서 다들 웨딩 플래너를 쓰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나의 플래너가 바로 여기 있었다.


 그렇게 오늘 아침 웨딩홀을 대강 살펴보며 어디가 어떤 이유로 마음에 드는 지를 그에게 공유했고, 이제는 그가 후보를 간추려 전달 주기로 했다. 이래서 사람 간의 대화는 중요하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이 사람과 함께라면 무슨 일이 닥치던 역할분담이 되어서 헤쳐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에게 파일을 보내고 하나 해치웠다는 생각에 뿌듯하게 누워있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나에게 그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우린 1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지내왔고 그동안 쌓인 추억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를 믿고 앞으로의 하루를 같이 써나가기로 약속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니 '결혼을 앞둔'이 가진 무게를 실감했다.


 예전에는 그 수식어를 보면서 결국 연인 사이인 건데 왜 굳이 '결혼을 앞둔'이라는 표현을 쓰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당사자가 되어보니 왜 그런 표현을 쓰는 지를 공감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마음을 터놓을 누군가를 선택하고 시간을 함께 보낸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확신이 들면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 수식어는 다른 이가 가질 수도 있었지만, 서로가 서로를 선택해야지만 가질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 두 사람이 누구보다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표현할 수 있다는 이보다 더한 수식어는 없는 것 같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찾아보다 보니 우리가 함께한 행복들에 다시 한번 취하게 되어 그에게 더 잘해줘야겠단 다짐을 하며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그리고 아무래도 그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