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화 동산

우리집 공주 신관동에는 흥화동산이 있습니다.

by 김성수

흥화아파트에는 자그만 동산이 있다.

높아봐야 열댓 길-

그래도 산에 있을 건 다 있다.

우거진 숲 속에는 철 따라

나뭇잎, 꽃, 단풍, 새들로 그득하다.


아침이면 눈부신 햇살도,

낮에는 시원한 바람도,

저녁이면 노을도 한 자락 깔린다.


동쪽에 있어서 東山

아이 같이 조그만 해서 童山

계절따라 달라지는 動山

꽃이 피면 꽃동산

새가 노래하면 새동산

상수리 떨어지면 다람쥐 동산이 된다.


동산은

방 안에 있으면 눈 위에 있고,

아파트만 나서면 코 앞이고

올라서 잠깐이면 눈 아래에 있다


백두산 천지도

금강산 기암괴석도

계룡산 산신령도 없지만

흥화동산에는 산의 이치가 다 있다.


아무 때고 여기에 오르노라면

다리는 불편해도 마음은 편안해진다.

작고, 낮고, 밋밋하고, 아무 멋이 없어도

오를 때마다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일러준다.

행복하지 못한 것은 세상이 아니라

오직 나일 뿐이라고 -


고마워할 줄만 알면

높지 않아도

깊지 않아도

신비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고

죽음마저 한줄기 바람이라고-


동산은 늘 참나무를 시켜서

나지막하게 타일러 준다.

20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