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고언(苦言)

우리의 노인들은 세뇌공작의 희생자들이다.

by 김성수

세대차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이고, 그것이 없다면 정체된 사회일 것이니 세대차는 사회가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노년 세대들을 보면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기가 어렵다는 생각이다. 지금의 노년과 젊은 세대와의 단절은 매우 심각하여 젊은이들은 노인들과 아예 소통을 포기하기까지 하는 현실이고 보면 아무래도 세대차를 사회의 발전이라고 합리화할 수 없을 것 같다. 공경해야 될 노인들을 경멸하거나 홀대하는 것은 노년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까지 비관적으로 만든다. 젊은 세대에게 그 책임을 묻기 전에 나이 먹은 노인들이 먼저 반성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노인들이 먼저 그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교육이란 말은 매우 어려운 말이지만 우선 ‘인간을 의도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의도된 방항'이란 인간을 인간답게, 행복한 사회를 지향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거나 인간답지 않은 경우라면 교육이 아니라 훈련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강아지를 가르치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훈련이라 하고, 전쟁을 이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군사교육이 아니라 군사훈련이라고 한다. 그리고 만약에 그것이 인간의 삶에 해를 끼치거나 문화파괴적이면 훈련보다는 ‘세뇌’라는 말이 더 적합한 용어이다. 세뇌는 반문화적인 사고나 의도를 두뇌에 지속적으로 주입하여 사고의 틀을 완전히 바꿔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북한 주민들이 받은 공산주의 사상이나 독재정치 공작은 세뇌라고 규정해야 할 것이다. 그들은 공산주의, 독재체제에 의해서 자신들이 얼마나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미래에 대한 개선의 의지도 없는 무지의 상태에 빠져 있다. 북한이 지금까지도 세습통치, 우민통치, 계급체제, 절대독재, 우상화가 가능한 것은 철저한 공산주의 세뇌공작으로 국민의 이성과 의식을 마비시켰기 때문이다. 철저한 세뇌를 당하여 이성과 의식이 없다는 것이 북한 동포들의 비극이다. 어렸을 때부터 머릿속에 박힌 고정관념은 평생토록 지워지지 않는다.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이 중요한 이유도 어렸을 때의 교육이 평생을 두고 인간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세뇌도 이와 같아 평생토록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고 삶을 파괴한다.


우리의 경우 6.25 전후 세대는 철저한 반공교육을 받아왔다. 당시 모든 교과서에는 ‘우리의 맹세’가 있었다. 거기에는 '반공을 국시의 제일로 삼는다'고 선언하고 있고, 수시로 어린 학생들에게 '멸공통일을 이룩하여 백두산 영봉에 태극기 휘날리자'고 맹세하게 했다. 이러한 반공사상 주입은 학교에서 그치지 않고 군에 가서 더 한층 강화되었다. 적과 사선에서 대치하고 있는 군인한테 반공사상은 적개심을 키우기 위해 절대 필요한 정신무장이었지만 그것은 동족인 북한을 철천의 원수로 만들었다. 물론 북한 공산당은 전쟁을 일으켜서 국토를 초토화 시키고, 수많은 국민들을 죽음과 이별과 굶주림에 허덕이게 했으니 반공, 멸공교육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분단과 전쟁의 책임을 전적으로 북한 공산당에 전가하고, 우리는 모든 것에 정당하고 잘못이 없다고 가르친 것은 올바른 역사교육이 아니다. 전쟁을 일으킨 것은 공산주의 소행이 분명하더라도 남북분단은 정부수립을 먼저 서둘러 선포한 우리에게 더 무거운 책임이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단을 먼저 선언한 이승만 정부 수립은 건국으로 미화하고, 정작 분단의 책임은 공산당에게 지웠으니 왜곡된 역사교육이다. 전쟁 중에 벌어졌던 끔찍한 양민학살의 책임을 공산당에게만 씌우고 우리는 북한 동포들을 구원한 구세주였던 것처럼 가르친 것도 올바른 교육이 아니다. 이념, 사상이란 장단점이 있는 법인데 자본주의는 완벽하고, 공산주의는 무조건 나쁘다고 가르친 것은 편향적인 교육이다. 북한 공산당은 짐승처럼 털로 덮은 흉측한 손으로 철퇴를 휘두르는 도깨비요, 빨간 옷 입은 것은 빨갱이 간첩이라고 가르친 것은 치졸한 세뇌이다. 6,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보다 잘 살았던 북한 주민을 깡통을 찬 거지처럼 가르친 것은 거짓이었기 때문에 세뇌였다. 이러한 반공 세뇌를 철저하게 받은 것이 우리의 전후세대요, 노인들이다.


민족분단이라는 현실로 이해 되는 면도 있지만 우리의 일방적이고 편향적인 반공 세뇌교육은 북한을 악의적으로 몰아붙임으로 해서 우리의 잘못과 약점을 감추고, 합리화하려 했던 일종의 정치적 기만술이었다고 하면 빨갱이라고 경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지금 통일은 고사하고 점점 분단이 굳어지는 이유는 지정학적인 사정이 크지만 남북 정권들이 저지른 저열한 세뇌공작의 영향이 크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민족의 분단을 정당화하고, 고착 시켰다. 특히 전후 2,30년 동안 이루어졌던 반공 세뇌공작이 가장 극심하여 이것이 남북 사이를 더 멀게 하였고, 세대 간의 심각한 불통의 원인이 되었다. 철저한 반공주의자가 된 6,70대 노인들은 정작 공산주의나 6.25를 직접 체험한 기억이 없는 세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공산주의를 속속들이 아는 것처럼 말하고, 공산당이라면 막무가내 빨갱이 트라우마가 일어날 지경이다. 그들은 전쟁을 전제로 한 반공, 멸공통일로 세뇌되어 평화통일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 평화적인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과 대화와 협상은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 종북 빨갱이로 몰아세우는 것은 전쟁을 불사하는 행위이다. 북한과의 평화와 대화의 노력이 온통 빨갱이로 보이니 지독한 색맹이다. 우리 사회에서 일단 빨갱이로 몰리면 누구도 견뎌내지 못하는 것은 지독한 세뇌공작의 결과이다. 이렇게 완고한 반공사상은 동족을 원수로 삼아 민족의식을 상실하게 했고, 남북 분단과 대치를 당연시하게 했고, 외세의존의 안보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고, 젊은 세대와 단절하게 만들었다.


요즘은 새로 가짜뉴스가 노인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50대만 돼도 그 터무니없는 거짓을 쉽게 알아내지만 반공으로 철저하게 세뇌당하여 분별력을 상실한 노인들은 이번에는 가짜뉴스에 여지없이 속아 넘어간다. 하루 종일 유튜브와 악의적인 가짜뉴스에 세뇌당한 노인 중에는 최고학부를 다니고, 사회 지도층에 있었던 노인들도 적지 않지만 가짜뉴스는 사이비 종교나 보이스피싱처럼 학력과 신분을 가리지 않고 바보로 만든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나라를 구한다고 목청을 높이지만 정작 자신들은 시대착오자요, 세뇌공작의 희생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시대는 변했건만 가짜뉴스에 속아 젊은이와 소통이 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는 세상사를 다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으니 딱한 일이다. 더 딱한 일은 자신의 착각을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착각의 세대가 스스로 지나가기를 기다리기에는 너무도 긴 세월이다.


노인들은 젊은이들의 흐려진 반공의식을 걱정하고, 좌파정권의 득세를 탄식하고, 국론분열과 남한의 공산화를 걱정하여 마지않는다. 그러나 정작 나라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세뇌로 굳어진 분단주의요, 남북대결을 전제로 한 전근대적이고, 사대주의적인 안보의식이다. 이렇게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의식수준으로는 민족의 분단과 신세대와의 불통은 피할 수 없고, 스스로 나라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되는 처지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당사자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말이겠지만 지금의 노인들은 어려서는 전쟁의 비극을 겪고, 성장해서는 반공에, 늙어서는 가짜뉴스에 세뇌되어 불통꼰대가 되어버린 참으로 안타까운 세대이다. 바라건대 노인들은 자신의 처지를 깨달아 젊은이들의 말을 귀담아 듣고, 젊은 세대들은 노인들을 이해하고, 교훈삼아 자신들은 그러한 지경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노인들에게는 매우 죄송하지만 젊은이들은 하기 어려운 말이라서 감히 드리는 고언임을 널리 양해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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