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하늘이 내리고, 행복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로부터 은혜를 받기 시작하여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사회로부터 끊임없이 도움을 받기 마련입니다.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도움을 준 일보다는 받은 일이 더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늙어서도 여전히 남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될 처지라면 딱한 일입니다. 우리나라 노인의 1/3은 빈곤층이라고 하니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처지에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운이요, 행복인 셈입니다. 행운은 우연히 주어진 기회일 뿐이어서 그것을 혼자만 차지하려고 욕심을 부린다면 곧 날아가 버립니다. 행운은 욕심이라는 괴물을 견디기에는 너무 허약한 요행입니다. 흔히 행운과 행복을 섞어 쓰지만 생각해 보면 둘은 다를 것 같습니다.
幸행은 운이 좋은 것이고, 運운은 하늘의 뜻이니 행운이란 사람의 노력이나 의지와 관계없이 우연히 찾아오는 것입니다. 우연히 왔으니 갈 때에도 우연히 가고, 일시적으로 왔던 것이니 언제 갈지 모르는 것이 행운입니다. 그래서 행운을 흔히 재수가 좋다고 합니다. 재수란 재물이 들어오는 運數운수입니다. 운수는 물이 흐르는 것과 같아서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것입니다. 그것을 혼자 붙잡고 있으면 물이 썩듯이 재수가 오히려 손재수(損財數) 횡재수(橫災數)가 되기도 합니다. 재수가 억수로 좋은 것이 복권당첨입니다. 그러나 복권 당첨되고서 잘 산다는 말보다는 패가망신했다는 얘기가 더 많이 들립니다. 재수를 혼자 차지하려 했기 때문에 횡재수가 된 것이죠. 옛날에는 일찌감치 소년급제하고, 글 솜씨가 뛰어나고, 벼락출세하는 행운을 선비의 3대재앙이라고 했습니다. 젊은 나이에 소년급제하면 교만해지고, 글이 뛰어나면 재주를 내세우다가 필화를 입게 되고, 벼락출세하면 몰락도 빨리 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행운을 그저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禍福相生화복상생은 재앙과 행운은 항상 이어져 온다는 말입니다. 福不再來복부재래, 복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 걸 보면 행운이 찾아왔을 때 더욱 삼가고,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행복이란 행운과 달리 사람 스스로가 만드는 것입니다. 福자는 원래 하늘에 제사 지내는(示) 준비, 정성을 뜻합니다. 복은 흔히 생각하는 대로 하늘에서 떨어지는 행운의 복덩어리가 아니라 복을 향한 소망과 정성을 실천하는 행위라고 해야 본의에 맞을 것입니다. 만약 합당한 실천 없이 말로만 복을 바란다면 그것은 기복행위에 그칠 것이고, 신앙이 자신의 행운만을 기도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우리 사회에 도움보다는 해악이 더 클 것입니다. 사람의 욕심대로 된다면 이 사회는 유지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종교가 기복신앙으로 흐른다면 우리 사회는 위험하게 됩니다. 행복은 행운처럼 그냥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입으로 빌어서 되는 것도 아니라 합당한 실천으로써 만드는 것입니다. 일부 종교에서는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사랑의 실천이 없으면 세상은 행복해질 리 없습니다. 자신의 구원을 위해서 사회의 행복을 상관하지 않는다면 사회에는 불행한 믿음일 수밖에 없습니다. 흔히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많이 하지만 그것은 행운을 바라는 기복행위에 가깝고, ‘복 많이 베풀라’는 말이 진정한 축복이 아닐까 합니다.
행복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리는 것에 있을 것 같습니다. 행복은 물질과 재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평안과 만족에 있다고 합니다. 행복은 혼자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에 있다고 합니다. 주변이 불행에 빠졌을 때 혼자만 행복을 느낀다면 불행한 사람일 것입니다. 재물이 많으면 행운일 수는 있어도 오히려 행복하기는 어렵습니다. 재산 불리는 재미를 행복으로 여기는 부자도 있겠지만 욕심에는 만족과 여유가 있을 리 없으니 행복질 리도 없습니다. 재물은 나누면 줄지만 마음은 오히려 넉넉해집니다. 그래서 거지의 행복도 있고, 부자의 불행도 있는 것입니다.
말이야 좋지만 이러한 경지에 이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살벌한 생존경쟁에 열중인 젊은이들은 그렇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재물과 명예에 대한 집착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입니다. 돈 더 벌 걱정, 집 더 넓힐 걱정, 고급차로 바꿀 걱정, 여행 경비 걱정, 애들 가르칠 걱정, 재산 물려줄 걱정, 오래 살 걱정, 죽기 전에 다 해 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이런 욕심들을 줄이면 여유가 생길 것입니다. 이것이 젊은이들에게는 없는, 노인들에게만 찾아온 행운입니다. 이러한 행운을 놓치지 말고 내 것으로 만들어 행복으로 바꿀 수 있는 지혜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불행한 부자보다는 행복한 빈자가 낫다고 했으니 욕먹는 부자보다는 존경받는 노인이 되고 싶습니다.
사회의 도움을 받았다면 사회에 돌려줄 줄 아는 것이 人間의 도리일 것입니다. 설령 스스로의 힘으로 이룬 행복이더라도 남에게 베풀 줄 알아야 그 행복이 더 커진다고 합니다. 남에게 베풀어 준다면 살아서는 행복할 것이고, 죽어서는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노인들은 이런 행복을 차지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그러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생을 마치기에는 가진 돈이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족한 가운데에서 베풀어 주는 것이 진정한 베풂이요,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그런 노인이라야 행운을 행복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운은 하늘이 내리지만 행복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