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는 하루살이 꽃.
우리나라는 원래 무궁화 꽃이 많았다고 해서 예부터 木槿之域목근지역, 槿域근역( 무궁화가 많은 땅)이라고 불렀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꽃은 원래 목근화, 즉 무궁화라는 데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무궁화는 목근화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여진다. 목근화에서 ㄱ이 탈락해서 ‘모근화’가 되는 것은 木果목과에서 ㄱ이 탈락하여 모과가 되고, 六月육월에서 ㄱ이 탈락하여 유월이 되는 이치와 같다. 그런 과정을 거친 ‘모근화’에 특별한 의미가 없으므로 이와 발음이 비슷한 한자로 우리의 소망을 담아 無窮花(무궁화)라고 음을 따서 적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무궁화를 ‘끝없이 피는 꽃’이라고 한 해석은 원래의 본의와 관계없이 한자로 이름을 지어놓고 나중에 이름풀이를 해 본 셈이다. 중국의 시인은 무궁화인 목근화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허무한 꽃'이라고 노래하기도 한 것을 보면 무궁화는 우리가 지은 이름이 틀림 없다. ‘영원한 꽃’이라는 무궁화는 실제로는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허무한 단명의 꽃이니 이름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이름이다. 다만 수많은 꽃송이가 매달려 있기 때문에 하루밖에 가지 못하는 꽃이면서도 ‘지지 않는 꽃’이란 명예를 얻었을 뿐이다.
이와 비슷한 예로, 봉숭아가 본래 우리말이라면 이를 鳳仙花봉선화라고 한 것도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친 말일 수 있다. 봉선화를 봉황과 신선을 관련시켜 풀이하는 것은 무궁화처럼 본의가 아닐 것이다. 생각해 보면 봉숭아에서 봉황이나 신선을 연상시키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봉숭아꽃이 지고나면 씨주머니가 맺히는데 그것이 솜털을 쓰고 있는 모습이 보숭이라서 봉숭아로 변한 것이 아닐까? 그것을 다시 한자로 미화해서 鳳仙花봉선화가 되었다면 無窮花무궁화와 그 형성과정이 유사하다. 菜松花채송화도 한자로 되어있지만 그 꽃에서 소나무 같은 요소를 전혀 찾을 수 없으므로 뜻과 관계없이 그냥 漢字化한자화 시킨 말이 아닌가 한다. 진달래는 우리 고유어로 漢字한자 이름도, 중국에도 없던 꽃이다. 그런데 요즈음 중국에서는 진달래꽃을 金達萊花금달래화라고 적고 있는데 이는 그 본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이름이다. 진달래와 비슷한 철쭉은 원래 한자 躑躅척촉(철쭉)이었으니 이는 이별이 아쉬워 떠나지 못하는 애절한 꽃말이다. 이름과 꽃말이 일치하는 경우이다.
무궁화는 끊임없이 피는 꽃이라서 나라꽃이 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특산품이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알고 보면 무궁화 꽃이 그렇게 예쁜 것도 아니고, 나무도 그리 깔끔한 편이 아니다. 비라도 오면 진딧물, 개미 등의 벌레들이 들끓어 지저분한 꽃나무이다. 한편 생각하면 상징물이란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 때 까치를 나라의 상징 새로 삼았던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잊은 상태이다. 동식물을 나라 상징으로 삼은 전통이 근대 이후부터라면 그것을 고집스럽게 고수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국가와 민족의 상징인 대한민국, 태극기, 애국가, 무궁화를 못마땅하게 말해서 송구스러운 마음이 크다. 어떻게 보면 반민족적이고, 국가모독적 발상으로 비쳐질지 모르겠다. 설령 부정적인 면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미 백 년을 지속적으로 이어온 민족의 상징을 함부로 바꾸거나 비판하기보다는 덮어두고 옹호하는 자세가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대한 민족의 대계로 생각하면 백 년은 긴 역사가 아니다. 지금의 국호, 국기, 국가, 국화는 남한의 상징물일 뿐, 북한은 인정하지 않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통일에 즈음하여 만약에 이에 대하여 북측과 의견충돌이 생긴다면 이를 신성 절대시하기보다는 그 때를 위하여 차분하게 생각해 보는 것도 통일을 준비하는 자세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