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단일민족인가?

단일민족을 벗어버리고 싶은 사람들.

by 김성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자랑스럽게 배달겨레요,
단일민족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크지 않은 나라에서 유사한 문화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있고, 소통에 지장이 없는 단일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니 이를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이러한 조건은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강점이었다. 중국이나 미국 같은 복잡한 다민족 合衆國합중국에 비하면 왜소감, 자괴감도 들지만 단일민족은 그들이 갖지 못한 강점도 적지 않다. 작지만 강한 응집력과 순발력, 민첩성을 발휘할 수 있어 우리는 그동안 단일민족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다. 작은 고추가 맵다라는 말은 우리에게 딱 들어맞는 우리의 속담이었다.


그러다가 요 근래 들어 다문화라는 말이 유행하게 되면서부터 단일민족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가고 있다.

우리나라에 해외 이주자가 늘어나면서 생긴 사회현상인데 우리 주변에 이주 결혼자, 혼혈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그리고 그 숫자가 늘어 결혼의 열 중 하나는 국제결혼이라고 하니 신생아 열 명 중의 하나는 혼혈인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추세가 더 늘어난다면 과연 단일민족론은 흔들릴 만도 하다. 그러나 단일민족이란 우리가 그리 쉽게 포기할 단순한 이름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세대에 우리 마음대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 대대로 내려온 민족의 전통이자 사명이다. 비록 그것이 자칫 국수주의, 이기주의, 배타주의 , 순혈주의, 極右극우편향 등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전통적인 역사요, 문화요, 긍지였다. 그것을 하루 아침에 포기할 수도 없는 일이고, 설사 우리가 다민족국가라고 해서 대단위 다민족 국가와 세력이 같아질 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의 역사적 전통과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과거에 대한 부정이요, 거부이다. 어정쩡한 다문화, 다민족론은 우리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수 있다. 만약에 우리가 단일민족을 포기한다면 우리의 결속력을 스스로 해체하는 일이다. 다문화론에는 민족고유 언어를 존중하지 않는 저의도 깔려있어 외국어를 공용어로 삼자는 다언어론도 힘을 얻고 있다. 소수일 수밖에 없는 다문화인을 위해서 절대다수의 단일민족임을 포기하는 것을 세계평화주의로 자신하거나 인도주의, 박애주의라고 주장한다면 명분을 설 수 있을 줄 모르지만 민족의 긍지를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다문화, 다언어를 정당화하려는 노력보다는 그것을 우리 고유문화, 고유언어로 흡수 통합하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이 옳을 것 같다.


만약 우리가 전통적인 단일민족을 포기한다면 강대국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는 스스로 존재의 원동력을 버리는 것과 같다. 우리가 불리한 조건에서 지금까지 단일민족을 지켜 온 것은 단일민족에 대한 투철한 자존의식이요, 긍지였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근래 역사의식이 결여된 사람들이 너무 많다. 심지어는 민족이란 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으니 단일민족은 구시대의 유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특히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다면 민족적 비극이다. 만약에 민족의식이 없어진다면 우리 조국은 존재할 수 없다. 북한에서 만들어진 용어라 해서 ‘주체사상’이라는 본질까지 버려서는 안 된다. 그 말이 못 마땅하다면 ‘민족의식’과 같은 다른 용어라도 만들어 단일민족을 지켜내는 것이 나라와 민족을 살려내는 길이다. 혹시라도 주변의 강대국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독립국에 대한 긍지를 잃는다든지 단일민족에 대하여 회의를 갖는다면 매우 위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