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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회아비와 쌍화점

회회아비들이몰려왔다.

by 김성수


고려시대에 한반도에 色目人(색목인)이 들어왔다. 색목인이란 눈동자가 파랐던 중앙아시아의 이슬람인들을 말한다. 세계를 제패한 元나라는 중국인들을 천대하는 대신 색목인들을 우대했다. 흉노들은 아랍 색목인들과 연합하여 중국에 맞서왔는데 원나라는 이들을 이용해서 중국인들을 통치했던 것이다. 지금도 중국 각지에는 이때에 들어온 색목인들의 후예인 회족(回族)이 집단거주하고 있다. 고려에도 이들이 들어왔는데 그들의 후손들이 족보로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목구비가 유달리 서구인 닮은 사람들이 있는데 어쩌면 이때에 들어온 색목인의 유전자가 드러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고려속요 쌍화점에 나오는 ‘回回(회회)아비’는 이때에 이주한 색목인이다. 回는 회족, 아비는 쌍화를 파는 회족 남자이다. 쌍화점에 나오는 탕녀의 첫 상대자가 바로 회회아비였으니 당대에 고려에는 색목인들이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 땅에 이주해온 그들은 雙花를 팔아 생업을 삼았던 것 같다. 이슬람인들은 민족의식이 유달리 강해 그들의 정통성을 끈질기게 이어가는데 음식도 예외가 아니다. 그것으로 미루어 볼 때 쌍화는 회족 음식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쌍화를 두고 흔히 만두라고들 한다. 그러나 만두는 중국 음식인데 이주민인 회회아비가 그것을 배워 생업을 삼았을까 싶다. 혹은 쌍화가 霜花(상화-서리 꽃)와 같다고 해서 하얀 기주떡이나 찐빵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 역시 우리 고유 음식인데 그들이 어설프게 배워 생업을 삼았을까 싶지 않다. 혹은 쌍화가 호떡이라고도 한다. <시용향악보>의 기록을 보면 밀 반죽에 꿀이나 소를 넣어서 부쳤다고 했으니 지금의 호떡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雙花는 글자 그대로 ‘꽃 두 송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난’이라고도 하는 이슬람의 음식은 밀가루 반죽을 펼쳐서 그 속에 소를 넣고 빵 굽는 가마 안쪽 벽에 붙여 구워내는 것이다. 빵 양쪽에는 선명한 꽃 무늬가 하나씩 찍혀져 있다. 그렇다면 회회아비가 팔던 쌍화란 꽃 두 송이를 달고 있는 아랍음식 ‘쌍화빵’이 아닐까?


쌍화의 정체가 만두건, 찐빵이건, 호빵이건, ‘쌍화빵’이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이슬람 음식이라면 우리의 대외 교류역사에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쌍화빵’ 이전에도 신라의 처용이나 개경에 출입이 많았다는 아랍상인들을 통해서도 이슬람 문화의 흔적을 찾을 수 있겠지만 쌍화점은 이슬람 문화의 전래라는 점에서 착안한다면 좀더 흥미있는 연구과제가 될 것 같다.


며칠 전 4백 명의 아프간 난민 구출작전의 성공으로 쌍화점보다 더 큰 역사가 새로 쓰이게 되었다. 인도주의가 아니더라도 기독교의 박애나 불교적 자비에서도 마땅한 일이다. 미라클이라고 붙여진 용의주도한 작전이 자랑스럽고, 이에 따른 해외의 찬사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인구절벽에 부닥친 우리로 볼 때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한편 혈통을 중시하는 우리 전통에서 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 같다. 우선 이슬람인들은 외모나 종교, 기질로 볼 때 우리 사회에 쉽게 동화되기 어려울 것 같다. 특히 그들의 이슬람 신앙은 우리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견고하다.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는 IS의 테러가 그들과 혼동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우리와 문화수준이 다른 그들은 상당 기간 동안 우리 사회의 부담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당장 이에 대한 여론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정부에서는 아프간 난민 구출 작전에 유달리 생색을 내고 있다. 그러나 어설픈 자부심보다는 그들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궁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공로자로 대우한다고 하지만 우리가 아프간에서 얻은 이익이 그럴 정도로 컸던가 싶다. 우리보다 아프간에서 알뜰히 국익을 챙겨왔던 서구나 일본은 아프간 난민구출에 오히려 소극적이고, 그들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들의 난민구출 작전 능력이 우리보다 못해서라기보다는 가급적 난민을 떠맡지 않으려는 의뭉스런 속셈이 아닐까? 어쩌면 최소한의 면피 작전인지도 모를 일이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현 정부는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순수하고 정직한 정부이다. 현 정부를 독재정권이니, 부패정부라고 매도한다면 참 염치없는 정치인, 언론들이다. 문 대통령이 퇴임 후의 처신에 자신을 보이는 것도 그런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순수하고 정직하다는 것은 정치적이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다. 정치는 양심, 청렴, 신사- 이런 것들하고는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상대적으로 깨끗한 정부가 자주 곤경에 처하는 일은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한다. 이번 구출작전에 최선을 다한 것은 인도적으로는 칭찬받을 일이지만 정치적으로는 미숙에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에 온 회회아비들은 무슨 쌍화를 가지고 왔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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