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인권

코로나 방역에 인권이 보인다.

by 김성수

코로나 방역 대처방법이 나라마다 다르지만 중국과 북한은 매우 가혹하다. 환자가 발생하면 당장 그 지역을 봉쇄하는 것이 원칙이다. 북한이야 처음부터 국경부터 봉쇄로 일관하고 있으니 말할 것도 없다. 봉쇄조치는 환부를 미리 도려내는 방역대책이기도 하지만 인권이라는 면에서는 매우 비인간적이요, 비민주적이다. 아직도 코로나 발생 초기부터 중국 국경과 대구를 봉쇄 조치하지 않은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북한이나 중국의 가혹한 대처방법과 별로 다를 바 없다. 그런 안이하고 손쉬운 방법으로 방역의 효과는 올릴 수 있겠지만 그건 검술(劍術)이지 인술(仁術)이 아니다.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권, 자유임을 우리는 잘 안다. 그런 검객 정치인이 정권을 잡는다면 중국이나 북한처럼 손쉬운 독재정치를 할 소지가 많다.

중국은 내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입국자를 마치 확진자처럼 대우한다. 미감염 증명서를 들고 입국하면 검사를 받은 후 2주 동안 정부가 지정하는 호텔에서 격리되어서 매일 검사를 받아야 한다. 방문은 테이프로 엄밀히 봉쇄하고 세끼 먹을 것 들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예 문조차 열지 못한다. 면회는 고사하고 음식도 일체 반입이 안 된다. 입국해서는 지정호텔에서 지정된 음식을 먹어야 한다. 미감염 확인서, 검사비, 숙식비로 들어가는 돈도 매우 비싸서 인권유린은 물론 코로나 방역을 이용하여 정부가 돈벌이를 하는 셈이다. 호텔 격리가 끝나면 자가격리를 또 2주간 해야 하는데 집이 없거나 독신자가 아니면 인정된 숙소에서 또 격리되어야 한다. 4주의 격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에 돌아가서도 또 2주 동안 거주지를 떠날 수 없다. 내국인이 이런 형편이니 외국인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여기에서 인권존중 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이 이렇게 인권을 함부로 유린하는 것은 철저한 전체주의 통치이기 때문이다. 말로는 인민공화국이지만 중국은 세상이 다 아는 국가주의 독재국가이다. 국가, 공산당을 위해서는 국민의 인권, 자유는 얼마든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이른바 ‘중국적 사회주의’이다. 오히려 인권의 제한이 인민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강변하고, 어이없게도 대부분의 국민도 그렇게 믿고 있다. 중국과 북한이 코로나에 대해서 그렇게 강경하게 대처하는 것은 코로나에 대한 엄청난 공포감 때문이다. 중국이 백신 개발국이어서 여유를 가질 만하기도 하지만 스스로도 중국 백신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다. 중국은 코로나의 가공할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안다. 북한이야 백신을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니 국경부터 철저히 봉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작년에 북한이 NLL을 넘는 우리 국민을 사살한 것도 모자라서 시신을 불에 태웠다고 하는데 사실이라면 코로나에 대한 엄청난 공포적 반응이다. 우리가 휴전선에서 멧돼지를 사살하고 불태우는 조치와 다를 바 없으니 그들에게는 사람도 멧돼지와 같이 보이는 것 같다. 백신도, 의료시설도 열악한 북한이야 코로나가 들어오면 끝장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공산당 통치에 인권이란 한갖 국가체제의 일부일 뿐이다.

이러한 통치가 가능한 것은 오랫동안 국가의 억압통치와 공산주의 세뇌공작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줄곧 왕조 정치에서 살다가 청나라 멸망 후 긴 혼란기를 겪어야 했다. 결국 중국인들은 외세 침략과 혼란과 부패보다는 차라리 공산주의, 사회주의를 선택했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하여 공산당의 독재정치가 얼마나 국민들의 권익을 빼앗고, 인권과 자유가 얼마나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 북한이야 조선이 멸망하고, 일제 통치를 겪고, 이어서 바로 공산당 정권 아래 들어갔으니 그 사정은 더욱 심하다. 그러므로 말도 안 되는 공산당 독재통치에 거부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인들은 먹고사는 문제를 가장 중요시한다. 그들에게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라는 인권의식은 희박하다. 그저 등 따습고 배부르면 돼지가 되더라도 그것으로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면에서 그들은 자본주의 신봉자들하고 닮아있다, 내가 잘 살면 그뿐,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코로나로 대도시를 봉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스스로 앞장서 봉쇄 지역에서 들어오는 외지인들을 철저히 차단한다. 공산당 독재에 항거했던 단 한 번의 천안문 사태는 잊힌 지 오래이고, 자유를 누리던 홍콩인들의 저항마저도 잦아들었다. 공산당 정부는 국민들의 생계를 해결해 주고, 그 대가로 모든 권력과 부를 철저히 틀어쥐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에서 무슨 짓을 해도 국민은 복종할 수밖에 없다. 공산당들이 말하던 노예근성을 인민들에게 철저히 박아놓은 것이다.

이런 독재통치에 익숙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인권과 인간성에 대한 의식이 없어지게 된다. 그런 무기력한 사람들에게서 정상적인 인간성과 시민의식을 기대하기 어렵다. 북한이나 중국이 두려운 것은 그들의 막강한 군사력, 핵무기뿐 아니라 상식적 사고를 상실한 국민성 때문이다. 상식과 인권의식이 없는 사람들이 남의 인권을 존중하기 어렵다. 과거에 예절을 내세워가며 주변 민족들을 야만이라고 매도하던 그들이 지금 그런 국민 수준이 되어버린 것이다. 우리가 볼 수 있는 중국인들의 막무가내 행태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들에게서 서구 선진국이나 우리들에게서 볼 수 있는 상식이나 시민의식을 기대하기 어렵다. 만약에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쥐거나 북한에 의하여 통일이 된다면 독재는 물론 인권이 없는 사회에서 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은 핵전쟁이나 코로나와 비교할 수 없는 끔찍한 일이다. 눈앞의 이익에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은 자칫 小貪大失(소탐대실)이 될 염려가 크다. 이것이 우리가 美中간의 갈등에서 중국의 편에 설 수 없는, 그리고 민주주의를 사수해야 할 이유이다.

우리가 국제사회로부터 코로나 모범 대처 국이라는 평판을 얻은 것은 예방접종률보다는 인권을 존중하면서도 확진자를 줄이고, 치사율을 낮추고, 국제경제와 산업활동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방역에 강경책을 쓰지 않는다고 불만도 있겠지만 자유와 인권은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이다. 국가부채 증가도 문제이지만 국민 생존은 더 중요한 일이다. 현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을 국민도 많겠지만 중국과 북한의 코로나 대처와 달리 국민의 자유와 인권이 존중되는 데 대하여 새삼스럽게 느껴보는 위안이요, 긍지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한시를우리시로읽으세요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