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26

청령포 소쩍새

by 김성수

聞子規 문자규 청령포소쩍새

端宗(1441-1457)


一自寃禽出帝宮◎ 한 맺힌 새 한 마리 대궐에서 날아와

孤身隻影碧山中◎ 벽산에 외로운 그림자 되었네.

假眠夜夜眠無暇 밤마다 자는 듯 잠 못 이루고

窮恨年年恨不窮◉ 해마다 쌓이는 恨 더욱 깊어져.

聲斷曉岑殘月白 울음마저 그친 산에는 새벽달이 창백하고,

血流春谷落花紅◉ 골짜기에 핏물이 흐르니 꽃잎은 더욱 붉구나.

天聾尙未聞哀訴 하늘은 귀를 먹어 피맺힌 절규 듣지 못하는데

何乃愁人耳獨聰◎ 어찌 내 귀에만 이리 서러운가?



이 시는 단종의 애달픈 사연을 읊은 것입니다. 작자가 정말 단종이었는지보다는 절절한 심경을 옮기는 일이 더 중요한 일입니다. 자규는 우리 시에서는 두견새보다는 소쩍새로 불렸습니다.


一일自자寃원禽금出출帝제宮궁.

一은 寃禽에 연결시켜 ‘한 맺힌 새 한 마리’라고 한다면 새에 詩想이 더욱 집중되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寃禽은 한 맺힌 새, 소쩍새입니다. 帝宮은 ‘대궐’이라고 해야 우리 시가 되고, 自는 “-부터‘ ’-에서‘인데 평측률을 위해서 어순을 바꾼 것입니다. 원래 어순으로 말하면 自帝宮이어야겠죠. ‘한 맺힌 새 한 마리 대궐에서 날아와’


孤고身신隻척影영碧벽山산中중.

身은 孤에, 隻도 影에 포함되어있으니 따로 번역하는 것보다 생략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신에 원시에는 없는 ‘되어’라는 시어로 보완할 수 있습니다. 碧山은 단종이 귀양 와서 비참한 최후를 마친 영월 청령포일 것입니다. 中은 생략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청산에 외로운 그림자’라고 하였으니 살아도 산 목숨이 아니고, 그것은 이미 죽어 혼백만 남아있다는 詩意일 것입니다. ‘청산에 외로운 그림자 되었네.’


假가眠면夜야夜야眠면無무暇가. 窮궁恨한年연年년恨한不불窮궁.

夜가 중복되었는데 ‘밤마다’로 옮기면 간단합니다. 眠도 중복된 글자이지만 따로 옮겨야 합니다. 假眠은 ‘거짓 잠’이라고 하면 우스우니 ‘자는 듯’이라고 하고, 眠無暇는 ‘잠잘 틈이 없다’가 아니라 ‘잠 못 이루니’라고 해야 詩語가 됩니다. 잠잘 틈이 없으니 잠 못 이룰 수밖에 없어 결국 같은 시의입니다. ‘밤마다 자는 듯 잠 못 이루고’라고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窮恨은 ‘깊은 恨’ ‘쌓이는 한’이라고 의역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恨이 중복되어 나타나는데 뒤의 恨은 생략하는 것이 군더더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年年은 夜夜와 대칭을 이루어야 하므로 ‘해마다’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不窮은 ‘끝이 없다’라고 하기보다는 ‘더욱 깊어져’라고 하는 것이 詩想을 깊게 합니다. 그리고 앞 구와 대칭을 이루도록 합니다. ’해마다 쌓이는 恨 더욱 깊어져.'


聲성斷단曉효岑잠殘잔月월白백 血혈流류春춘谷곡落락花화紅홍.

聲斷은 끊어지 두견의 울음소리. 曉岑은 ‘새벽 산’이지만 殘月을 ‘새벽달’로 미루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산도 달도 ‘잠 못 이루는 밤’을 나타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月白을 花紅에 짝하기 위해서는 역시 색채로써 서술어를 삼아 ‘달빛이 창백하다’ ‘꽃잎이 붉다’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5구와 대우를 맞추기 위해서 春谷을 앞으로 옮기되 봄이라는 정황이 충분하므로 春은 따로 번역하지 않는 것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골짜기에 핏물이 흐르니 꽃잎은 더욱 붉구나.血流는 자규가 밤새 울다가 목이 터져 흐른 핏물이라는 전설 속의 애절한 詩意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위에 落紅花, 진달래 꽃이 떨어져 흘러가는 모습이 처절합니다. 짝을 잃고 밤새 울다 목이 터진 자규의 핏물이 진달래꽃에 묻어있다는 전설입니다. 그러므로 골짜기 핏물, 붉은 꽃잎이 모두 원한의 피인 셈입니다. 그리고 花紅의 핏빛은 앞 구의 月白의 창백한 달빛과 대조를 이루면서 슬픔을 더욱 깊게 합니다. 선명한 색채감의 시어와 시각의 대조로써 비통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솜씨가 돋보입니다. 그래서 '골짜기에 핏물이 흐르니 꽃잎은 더욱 붉구나.’라고 했습니다.


天천聾농尙상未미聞문哀애訴소.

聾은 귀머거리, 尙은 ‘아직도 여전히’이지만 생략합니다. 未聞은 ‘듣지 못하고’, 哀訴를 ‘피맺힌 절규’라고 하는 것이 주제를 더 선명하게 할 것입니다. 억울한 하소연을 들어주지 않는 하늘에 대한 원망이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하늘은 귀를 먹어 피맺힌 절규 듣지 못하는데’


何하乃내愁수人인獨독耳이聰총.

何乃는 감당하지 못하다, 愁人은 근심하는 사람, 즉 시인입니다. 耳獨聰을 직역하기보다는 ‘그 절규가 하도 서러워 나 혼자 귀가 밝은 것이 오히려 원망스럽다’라는 시의가 전달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간결히 해서 ‘어찌 내 귀에만 이리 서러운가?’라고 했습니다. 하늘의 올바른 심판은 없고, 冤魂의 피맺힌 절규만 헛되이 자신의 귀에만 들리는 것이 한없이 고통스럽고 원망스러웠던 것입니다. 차라리 귀머거리가 되어 저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마음이나 이리 아프지 않았으리라는 하소연입니다. 이 시를 단종이 지었다고 하지만 단종의 죽음을 애도하는 후대 시인의 작품이라고 해야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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