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사에서
開聖寺 개성사에서
鄭知常정지상
百步九折登巑岏◎ 굽이친 산길 돌아 깎아지른 산에 오르니
寺在半空有數間◎ 몇 칸 절간이 반공에 떠있다.
靈泉澄淸寒水落 맑은 샘물이 서늘하게 흐르고
古壁暗淡蒼苔斑◎ 고즈넉한 바위엔 푸른 이끼 덮었네.
石頭松花一片月 절벽 위 소나무에 조각달이 떠 있고
天末雲低千點山◎ 하늘 끝 구름 아래 산들이 모여있다.
紅塵萬事不可到 세상 만사 제쳐놓았으니
幽人獨得長年閒◎ 내 여기에서 평생 머무리라.
百백步보九구折절登등巑찬岏완
百步는 백 걸음. 九折은 굽이진 산길. 절로 가는 험준한 산 길을 말합니다. 登은 산에 오르다. 巑岏은 높이 솟은 산. 산에 오르는 길이 험난하고, 험준한 산을 그려낼 수 있어야 합니다. 백보구절보다는 ‘굽이친 산 길’이라고 옮기고, 험준하기보다는 ‘깎아지른’이라고 옮겨 보았습니다.
寺사在재半반空공有유數수間간
半空은 허공. 산이 하늘을 지르고 있기 때문에 반공인 것입니다. 寺는 절. 在는 있다. 有는 의미상 在와 겹치기 때문에 생략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數間은 몇 간 절간 방. 조그만 암자인 듯합니다. 間은 면적이 아니라 방의 갯수일 것이라서 '칸'이라고 옮겼습니다.
靈영泉천澄징淸청寒한水수落락 古고壁벽暗암淡담蒼창苔태斑반
靈은 영험. 泉은 우물. 영험한 샘은 번거로워 ‘약수’ 정도로 옮겼습니다. 澄淸은 맑고 깨끗함. 寒水는 차가운 샘물. 落은 떨어지다. 글자대로 하면 ‘차가운 물이 떨어지다’이지만 약수가 ‘시원하게, 서늘하게 흐르다’ 정도로 옮겨 보았습니다.
古壁은 오래된 바위 절벽. 暗淡은 어둡고 담백하다. 그러나 바위 절벽을 묘사한 장면이므로 햇빛에 가려진 ‘그늘’ 정도일 것입니다. 그런데 앞 구와는 대구를 맞추어야 하므로 ‘맑은 샘물’에 대응해 ‘고즈넉한 바위’라고 옮겼습니다. 蒼苔는 푸른 이끼. 斑은 무늬이지만 서술어가 필요한 장면이므로 ‘덮었다’로 옮겼습니다. 그래야 앞 구 落과 대구를 이룰 수 있습니다.
石석頭두松송花화一일片편月월 天천末말雲운低저千천點점山산
石頭는 돌대가리가 아니라 절벽바위. 頭는 의미 없는 접사. 松花는 밤에는 보이지 않으므로 ‘소나무’로 충분할 것입니다. 一片月은 ‘한 조각 달’. 그러나 一은 생략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그런데 원시에는 서술어가 없어서 ‘떠있다, 걸려있다’ 정도로 시어의 보완이 필요합니다.
天末은 하늘 끝. 雲低는 구름 아래. 千點山은 천 개의 산. 역시 앞 구와 대우를 이루어야 하므로 千을 생략하고 ‘산들’이라고 옮겼습니다. 그리고 역시 서술어 ‘모여있다’를 보완하였습니다.
紅홍塵진萬만事사不불可가到도
紅塵은 속세, 진세. 萬事는 모든 일. 不可到는 ‘올 수 없다. 오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시어로는 거칠어서 ‘잊었으니’로 옮기는 것이 시인의 의도에 부합될 것입니다.
幽유人인獨독得득長장年년閒한
幽人은 은둔거사. 스스로 지칭하는 말이므로 ‘내’라고 옮겼습니다. 獨得은 혼자서, 홀로 누리다. 長年은 오랫동안, 평생. 閒은 한가로움. 거닐다, 머물다, 逍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