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29

by 김성수

怨詞 기녀의 恨

全州 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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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本天上月中娘◎ 내 본래 달에 사는 선녀였는데

謫下人間第一唱◎ 인간에 내려와서 천하 名唱이 되었노라.

當年若在蘇臺下 내가 그때 소대에 있었다면

豈使西施取吳王◎ 어찌 서시가 오왕을 품었으랴?


이 시의 이해를 위해서는 와신상담(臥薪嘗膽)고사에 나오는 오나라 월나라의 역사를 알아야 합니다. 오왕 부차는 아버지의 원수를 잊지 않기 위해서 거친 나무더미 위에서 잤고(臥薪), 월왕 구천은 부차에게 원수를 갚기 위해서 쓸개를 반찬 삼아 먹었다(嘗膽)는 역사고사를 소재로 삼았습니다. 서시는 한나라 조비연, 여포의 애인 초선, 당 현종의 양귀비와 함께 중국의 4대미인으로 꼽힙니다. 서시는 속병이 있어 얼굴을 자주 찌푸렸는데 그 모습이 뇌쇄적이라 마을 처녀들이 따라했더니 더욱 꼴불견이었다는 말이 동시효빈(東施效嚬)입니다. 만약 그때에 살았더라면 천하의 영웅도 부귀도 내 차지였을 것이라는 호기넘치는 시입니다. 전주기라 했으니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없지만 한시의 수단이 높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我아本본天천上상月월中중娘낭

天上이나 月中은 중복 시어이니 ‘달’로 충분합니다. 娘은 처녀. 달에 사는 仙女. 자신이 본래는 달에 살던 항아(姮娥)라는 선녀였다는 말이니 일개 기녀이지만 그 기개를 알 수 있습니다.


謫적下하人인間간第제一일唱창

謫下는 귀양을 오다. 人間은 사람이 아니라 인간 세상입니다. 第一唱은 천하의 최고 名唱. 선녀가 인간 세상에 내려와 제일 명창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名唱은 곧 名妓였을 것입니다.


當당年년若약在재蘇소臺대下하

당년은 그 시대. 吳와 越이 천하 패권을 두고 싸우던 중국 춘추시대. 若은 만약에. 在는 있었다면. 蘇臺는 오왕 부차가 서시를 위해 지었다는 누각. 소주에 있기 때문에 소대라고 했습니다. 下는 아래. 만약에 자신이 그 시대에 소주에 있었다면-


豈기西서施시取취吳오王왕

豈는 어찌? 서시는 천하제일 미녀. 越王 구천의 애인이었지만 구천의 미인계로 吳왕 부차의 애첩이 되어 부차를 황음무도하게 만들어 오나라를 멸망하게 만든 최고의 마타하리 요부입니다. 取는 얻다. 사랑을 차지하다. 천하 영웅 부차를 색정으로 망하게 하다. 여기에서는 ‘품다’라고 옮겼습니다. 나라를 망하게 하는 여인의 미모를 경국지색(傾國之色)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비록 시대를 잘못 만나 지금은 전주에서 기녀노릇이나 하고 있지만 시대만 잘 타고 났다면 천하를 주름잡는 여인이었을 것이라는 호언장담입니다. 이름도 없는 기녀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당당한 호기를 부리는 시는 흔치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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