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 지는 나루에서.
제목 낙화도는 '꽃잎이 져서 흘러가는 나루를 건너다' 입니다. 엊저녁만 해도 여기저기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더니 오늘 떠나는 길에는 꽃이 져서 강을 가득하게 흘러가니 나그네로서 어찌 세월의 무상함이 없으리오? 신녀는 무당이기도 하지만 기녀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무녀가 한시를 지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昨작宿숙花화開개上상下하家가
昨은 어제. 宿은 자다. 그러나 생략하고 그냥 ‘엊저녁’으로 옮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宿’으로 잠자리라는 뜻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花開는 꽃이 피다. 上下家는 위 아랫집. 그러나 그보다는 여기저기에서 꽃이 많이 피었다는 뜻일 것이니 ‘여기저기 흐드러지게’라고 옮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리고 다음 구로 연결시키기 위해서 ‘피었더니’로 옮겼습니다.
今금朝조來래渡도落화波파
今朝는 오늘 아침. 來는 오다. 渡는 물을 건너다. 여기에서는 ‘뱃길’이라고 줄여 옮겼습니다. 落花波는 떨어진 꽃잎의 물결. 시든 꽃잎이 가득히 흘러내리는 물결에 출렁이고 있는 모습은 꽃이 만발했던 엊저녁과는 전혀 다른 허망한 세상입니다.
人인生생正정似사春춘來래去거
正은 꼭. 似는 닮다. 같다. 여기에서는 '정작'이라고 옮겼습니다. 春來去는 봄이 오고 가는 것. 어제는 꽃이 흐드러진 봄이었건만 오늘은 낙화만 가득한 모습이 자신의 인생사와 같다는 말입니다.
纔재見견開개花화又우落락花화
纔는 겨우, 잠깐. 인생이란 기껏 꽃이 피고 또 지는 것에 불과함을 탄식하는 장면입니다. 見은 꽃이 피었다 곧 떨어지는 허무한 인생을 목격한 것입니다. 간결하면서도 자신의 신세를 절실하게 표현한 시입니다. 신녀라면 기녀나 무녀일 것이니 변변한 이름마저 남길 수 없는, 그래서 그 비애는 더 각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