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31

아내에게 보내는 유서

by 김성수


瀋陽寄內南氏 심양기내남씨 吳達濟 오달제 1609-1637


琴瑟恩情重 부부사랑은 깊었어도


相逢未二期◎ 만난 지 이 년도 안 되었네.

今成萬里別 지금 만 리 밖에 떨어져 있으니

虛負百年朞◎ 백년가약이 모두 헛되도다.

地闊書難寄 대지는 아득하여 소식조차 전할 수 없고,

山長夢亦遲◎ 산은 가로막혀 꿈길마저 멀구나.

吾生未可卜 내 앞 날을 알 수 없으니

須好腹中兒◎ 뱃속 아기를 잘 돌보시구려.


오달제는 후금의 침략과 위협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조선의 존엄을 지키다가 포로로 잡혀 죽은 김상헌 홍익한과 같이 충절 애국지사 三學士의 한 사람입니다. 이 시에는 그의 충절은 물론 아내와 자식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 비장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琴瑟恩情重 相逢未二期

琴瑟은 거문고 가야금 같은 악기. 소리가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해서 부부의 좋은 관계를 상징합니다. 恩情은 사랑. 重은 무겁다. 깊다.

相逢 만남. 未 아직. 二期 이년. 결혼한 지 2년밖에 안 됐으니 신혼부부의 애틋한 부부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는 28의 나이에 순국한 애국지사입니다.


今成萬里別 虛負百年朞

今 이제. 成 되다, 이루다이지만 절망적 상황을 말한 것입니다. 萬里別 만리 이별. 포로로 잡혀 중국 심양에 끌려간 역사적 사실입니다.

虛 헛되이. 負 지다. 허사가 되다. 百年朞 백 년의 기약.


地闊書難寄 山長夢亦遲

地闊 땅은 넓고 광활하다. 심양 벌판을 말함. 작자와 조국에 있는 아내와의 거리. 書 편지 難 寄는 보낼 수가 없구나. 難은 어렵다가 아니라 부칠 수가 없다. 편지마저 전할 수 없는 기막힌 사정입니다.

山長 산이 길다. 만주와 조국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산. 夢亦遲 꿈길마저 더디다. 꿈에서마저 만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이 두 구는 대구를 이루도록 옮겨야 합니다.


吾生未可卜 須好腹中兒

吾生 내 목숨, 未可 할 수 없다. 알 수 없다. 生은 삶. 목숨. 卜은 점치다. 알다. 거처하다. 내 운명은 알 수 없다고 했지만 살 수 없는 운명을 말한 것입니다.

須 반드시 꼭. 好는 좋다가 아니라 돌보다 키우다. 腹中兒 뱃속에 든 아기. 나는 살기 어려우니 뱃속의 유복자나 잘 키우라는 장렬한 유언입니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즈음의 가치관으로 보면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충절의 정신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있었음을 새겨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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