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뭐길래? 1

자동차는 과시가 아니라 생활수단이다.

by 김성수


자동차라는 말 자체가 自動-Auto이니 이는 현대기계문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름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이고, 자동차 강국이란 기계산업의 강국이란 말과 같으니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자동차는 현대기계문명의 총아로서 하나의 자동차 문화를 이루고 있다. 자동차 문화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통로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가 자동차 강국에 걸맞은 자동차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우선 자동차를 인식하는 관점에 문제가 있다. 자동차는 원래 편리와 능률을 위한 생활의 도구이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생활의 도구라기보다는 처음부터 허세나 과시를 위한 수단에서 출발하였다. 소수의 사람만 자동차를 소유할 수 있었던 우리의 형편에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그러한 사정으로 인하여 지금도 자동차란 늘 과시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풍조가 남아있다. 가격이 비쌀수록, 명품일수록 사회적 신분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속물적이고, 물신적(物神的)인 가치관에서 벗어나 자동차 본래의 기능을 찬찬히 살펴 바람직한 자동차 문화를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는 분명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지만 모든 국민이 자가용 자동차를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 같이 넓지 않은 국토와 생활 반경에서는 대중교통 수단이 훨씬 효율적이다. 대략 말하면 버스 한 대로 자가용 50대 이상을 대신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다면 우리의 자동차 문화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편리한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이상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자가용을 나 홀로 널찍이 타야, 그것도 남다른 고급 승용차라야 체면이 서고 행세할 수 있는 허세의 사회적 풍토 때문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대중교통수단은 넓고 안전한 차에 능숙한 운전기사가 알아서 운전을 해 주고, 졸아도 되고, 자도 되고, 사고 나도 책임이 없고, 술을 마셔도 되고, 보험료도 없고, 세금도 없고, 기름값 걱정 없고, 카메라와 교통경찰 무서울 것 없고- 좋은 점을 이루 다 말할 수 없건만 왜 한사코 힘들여 운전을 하려는지 모를 일이다.


반면에 운전을 한다는 것은 이 모든 장점과 이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대신에 돈 싸들고 언제라도 감옥 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사소한 음주운전 하나로도 일생의 멍에가 되는 수도 있다. 초창기에는 차를 가졌다는 우쭐한 마음에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생활필수품으로써 성숙한 민주시민의 수준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석유가 조금도 생산되지 않는 나라에서 비싼 연료를 낭비해가면서 대기오염을 시키는 우리의 자동차 문화는 매우 잘못되어 있다. 에너지 낭비와 대기오염은 지구촌을 위협하는 최대 난관이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가 좁은 면적의 대기에다 대고 마구 쏟아내는 오염물질은 우리의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있다. 에너지 절약과 대기 환경보존의 필요성이 우리보다 절실한 나라가 드물다. 그런데도 우리는 에너지 낭비와 대기오염의 주범인 자동차 공해에 대하여 무감각하다. 자가용이 없으면 큰 수치로 여기고, 한 가구에 여러 대의 자가용을 갖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며, 경차 타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경차가 너무 작아 길바닥의 껌에 눌어붙어 움직이지 못한다고 하면서 그것도 유머라고 너스레를 떤다. 자동변속장치는 연료 소모가 많아 매우 비경제적인데도 불구하고 연비가 좋은 수동변속 장치는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분수를 모른 채 편리만 찾고, 경제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풍조 탓이다. 우리보다 형편이 나은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경차가 흔한데도 그보다 못한 우리나라에서는 경차를 타면 구두쇠나 변변치 못한 사람으로 취급받기 십상이니 우리 국민의 허세가 심각하다. 그래서 연료를 쏟아붓는 덩치 큰 차를 타야 체면이 선다. 요즈음은 중고차라도 비싼 외제차라야 행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산유국인 우리의 형편을 생각하면 자가용을 최대한 억제해야 하며, 다소 불편하더라도 1500 미만의 배기량에 수동식 기어를 장착하고, 나 홀로 운전을 피해야 상식적인 국민이 아닐까 한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면 쪼잔은 노인네가 되기 십상이다. 그렇더라도 인류생존에 에너지 절약은 필수불가결한 의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단순히 자동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겉치레 의식구조가 문제이다. 수십억짜리 집에 살고, 억대 자가용을 몰고, 수천만 원짜리 시계를 차고 다니고, 수백만 원짜리 가방과 옷을 걸치고 다녀야 행세할 수 있는 곳이 우리나라이다. 어느 나라이건 마찬가지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이웃인 중국의 실용주의나 일본의 현실주의적인 국민성과 비교하면 분명히 드러나는 우리의 병폐이다. 내 돈 가지고 내 마음대로 산다는데 누가 상관이냐라고 한다면 더불어 말할 대상이 아니다. 내 돈이라고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보다는 내 돈이기에 분수를 차리고, 여유가 있다면 나보다 못한 사람을 위해서 쓸 수 있는 아량을 갖추는 것이 인간답게 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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