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뭐길래? 2

자동차는 편리한 생활도구이다.

by 김성수

서양 속담에 하루를 행복하려면 이발을 하고, 석 달을 행복하려면 결혼을 하고, 일 년을 행복하려면 말을 사고, 일생을 해복하려면 정직하라고 했다. 애마부인이라는 영화도 있었지만 평생의 반려자가 말보다 못하다는 생각은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렵다. 지금이야 그 馬가 자동차이겠지만 아무리 비싼 고급 승용차라도 아내보다야 중할 리 없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내보다 자가용 승용차를 더 끔찍하게 아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비공장, 세차장에 가서 승용차를 가꾸듯이 하면 마누라는 그리 쉽게 병들지도, 늙지도, 사나워지지도 않을 것이다. 차가 비싸봐야 억대를 넘기기 어렵지만 거기에다가 그런 정성을 쏟는 것을 보면 마누라 따위는 찻값에 비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기야 마누라들은 사치품이 분명한 핸드백이나 다이아를 남편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값으로 따져도 남자의 승용차에 뒤지지 않거나 비싸니 그럴 만도 하다. 어쩌면 명품 핸드백이나 방울다이아 반지와 결혼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핸드백이나 다이아를 남편보다 더 소중히 여겨도 별로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런데 승용차를 아내보다 더 소중히 대접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리석은 짓이다. 지금은 덜하지만 접촉사고라도 나면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 무조건 핏대를 세우고, 상대방의 잘못만 따지고 자신의 잘못은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사고 대처법이었다. 교통법규, 양심, 인격 – 그런 것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거기에서 조금만큼이라도 잘못을 인정하면 바가지를 뒤집어 써야 한다. 그러므로 무조건 우기는 것이 상책이다. 평소에는 점잖은 사람들도 접촉사고만 나면 사나운 맹수로 변신해야 바가지를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돈 몇 푼에 양심, 인격을 거침없이 포기한다.


만약에 값싼 자전거였다면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떤 사람한테는 마누라보다, 자신보다 자동차가 비싸다. 그러나 자동차 때문에 아내에게 사랑을 잃거나 자신의 인격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 틀림없다. 그런 어리석음에서 벗어나는 비결은 자동차의 가격을 내리는 것이다. 여자의 다이아반지처럼 비싼 자동차를 과시용으로 삼기 때문에 조금의 흠집도 마누라 얼굴의 상처보다 더 견디기 어려운 것이다. 마누라 얼굴의 상처 때문에 그렇게 자신의 인격을 포기하면서 경우없는 짓을 하는 남자는 별로 없을 것이다.


자동차는 과시용의 사치품이나 귀중품이 아니라 편리한 생활도구이다. 물방울 다이야반지가 아니더라도, 명품이 아니더라도 생활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짝퉁 호화승용차가 없다는 것은 남자한테 크게 불리한 일이다. 아무튼 마누라나 자신보다 싼 자동차를 사면 훨씬 질 좋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의 질을 높이려고 삶의 질을 낮추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자동차는 사치품이 아니라 소모품이다. 자동차는 과시용이 아니라 생활도구이다. 요컨대 자가용이 없거나 싼 자동차를 사면 거기에 인격을 팔지 않아도 된다. 중고차를 탄다고 해서 알아볼 사람도 없고, 값싼 차를 몰고 다니면 부담도 줄어든다. 범퍼는 장식이 아니라 충돌의 충격을 줄여주는 것이다. 흠집이 있어도 찌그러져도 그 자리에 붙어만 있으면 된다. 문짝이 좀 구겨지면 보기 흉하지만 여닫는 데 지장이 없다면 그만이다. 조그만 접촉사고가 있을 때마다 그때그때 정비공장에 가서 애닳을 것이 아니라 몇 번 더 기다리다가 한꺼번에 수리를 하면 훨씬 경제적이다. 접촉사고 때마다 난리를 치고, 원수를 만들고, 보험수가를 올리고- 그런 운전을 하느니 차라리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택시를 타는 것이 훨씬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싼 차를 자유롭고 부담 없이 모는 것이 현명한 운전자일 것 같다. 상대방이 잘못을 하더라도 다치지만 않았다면, 크게 부서지지만 안았다면 사람 좋게 너털웃음을 웃고- 다음부터는 조심하라는 말 한 마디를 해 주면 자신은 물론 이 사회가 얼마나 살기 좋아질까? 범퍼의 조그만 흠집도 용서하지 못하고, 정비공장에 끌고 가서 바가지 씌우는 사람을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차라는 것이 반질반질 윤이 나는 것도 좋기도 하겠지만 허풍장이나 사기꾼이 아니라면 얼마간의 흠집이나 구김살이 있은들 무엇이 그리 문제인가? 내가 차를 타는 것이지 차가 나를 모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보다는 자신에게 그런 흠집이나 구김이 없는지 살펴 보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자동차가 뭐길래?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