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을 위하여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팬데믹은 끝나지 않는다.

by 김성수


지긋지긋한 코로나도 드디어 끝이 보인다고 한다. WHO에서 그랬다 하니 많은 사람들이 기대에 차 있을 것이고, 지금 이 소식처럼 많은 사람들을 감격시키는 일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일제불매 운동을 벌이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너도나도 일본관광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원화나 엥화나 폭락하기는 마찬가지인데 일본물가가 싸서라니 우리 스스로를 이해하기 어렵다. 하기야 코로나에 오죽 시달렸으면 이럴까 싶기도 하지만 냄비근성이라는 자학적인 말이 새삼스럽다. 그러나 정작 코로나 사태가 그리 녹록치 않다는 예측을 하는 전문가, 학자들이 적지 않다. 딱히 비관주의자가 아니더라도 코로나 말고서도 인류를 위협하는 난관이 쌓여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코로나는 신이 인간에게 주는 상징적 경고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그것이 중국에서 만든 武漢바이러스이거나, 역사적으로 있어왔던 수많은 유행병 중의 하나인지도 모르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참사가 끊이지 않고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한 예측이 많다. 코로나는 자연발생적인 전염병 중의 하나가 아니라 인간이 저지른 생태계 파괴의 결과물이라는 주장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찍이 금세기처럼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했던 시대가 없었다. 생태계 질서가 파괴되어 벌어지는 자연재해는 점차 혹독해져 인간의 능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재앙이 되고 있다. 빙하와 동토(凍土)가 녹아내리고, 태풍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해지고, 홍수와 가뭄이 잦아지고, 산불이 빈번하고, 해수면이 높아지고- 이러한 기후이변이 속출하는 것은 모두 생태계 파괴의 결과이다. 기존의 자연재해는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이 가능했지만 무분별한 생태계 파괴로 벌어지는 기후이변은 대처가 불가능해질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기후이변 사태는 인간의 과욕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자연의 변화가 아니라 '자연의 파괴'라고 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기후이변을 천재지변, 자연재해라고 했지만 이제는 대부분 인간이 저지른 人災(인재)라고 해야 옳다. 생태계 파괴란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생존질서가 급격하게 무너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상위지배자인 인간도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은 핵무기였지만 지금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이변이 더 심각하다. 핵무기야 인간의 노력으로 조절과 극복이 가능하겠지만 기후이변과 역병은 인력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한 재앙이다.

온난화와 기후이변의 주범은 이산화탄소인데 급속한 산업화와 화석연료 남용의 산물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생활습관과 산업구조로는 이산화탄소의 배출을 멈출 수도, 줄이기도 어렵다. 탄소배출을 결의한 파리협약도 각국의 이기주의와 무성의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알 수 없는 형편이다. 탄소배출을 하는 것은 선진국인데 정작 피해가 심한 것은 저개발국가이니 선진국의 부도덕한 횡포이기도 하다. 우선 우리의 경우만 하더라도 역주행을 하고 있다. 현 정부는 핵발전으로 에너지 위기를 넘어보려고 하지만 에너지 개발과 생태계 파괴는 모순의 관계에 있다. 에너지를 많이 쓸수록 생태는 파괴되어가기 때문이다. 발전단가를 낮추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원전을 늘려나가려 하지만 핵발전은 자연재해보다 더 끔찍한 생태계 파괴를 가져올 것와이라는 점에서 더 위험하다. 이미 우리나라의 원전 밀도는 세계 최고수준으로 지금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원전으로 회귀를 서두르고 있으니 목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다. 설령 탈원전이 부담이 크더라도 지구의 미래와 후손을 위해서라면 당장의 고통과 불편을 참아내야 세계와 민족을 위한 백년대계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원전 정책을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매도하면서 전 정권을 처벌하겠다고 벼르고 있으니, 정작 누가 바보인지 모른다면 정말 바보가 아닐 수 없다.

생태계를 보존하지 않고서는 기후이변을 막을 수 없고,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을 그치게 할 수 없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 생태계 파괴는 물론 각종 인재와 코로나와 같은 가공할 역병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사실이 이렇다면 지금과 같은 생활 패러다임으로는 팬데믹의 종식은 있을 수 없다. 백신의 효과를 가지고 논란을 벌일 것이 아니라 지구의 생태계를 지키고, 온난화를 멈추는 것만이 진정한 엔데믹에 이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망망한 우주를 헤매면서 혹성탈출을 시도하는 대신에 아름다운 우리의 지구를 보존하고 생태를 지키려는 노력이 훨씬 손쉬울 것이다.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그보다 훨씬 센 놈이 또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비상한 노력도 없이 엔데믹을 바란다면 하늘과 후손에 염치없는 짓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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