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36

바둑을 보면서

by 김성수

觀人圍棋 관인위기 李崇仁 이숭인 1347-1392


手談相對小窓間◎ 창가에서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데

簷雨蕭蕭映碧山◎ 처마 낙숫물 사이로 청산이 비친다.

勝負固應關一下 이기고 지는 것은 한 수에 달렸지만

機深却似十分間◎ 勝機(승기)는 長考(장고)에 달렸다오.


手수談담相상對대小소窓창間간

手談 바둑. 손으로 하는 대화. 옛날의 지식인들은 바둑을 손으로 하는 의사소통의 수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군자의 본분은 아니더라도 거문고, 바둑, 서예, 그림을 군자의 품격높은 취미로 높이 평가했습니다. 相對 맞서다. 두 사람이 바둑을 두다. 小窓間 작은 창 사이에. 작은 창 사이라고 한 것은 방 안이라는 공간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좀더 생각하면 세상을 바라보는 창, 즉 안목(眼目)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바둑에서 집을 眼이라고 하는 것도 그런 관점일 것입니다. 바둑 한 판은 인생의 한 판일 수 있는 것입니다.


簷첨雨우蕭소蕭소映영碧벽山산

簷雨는 처마에 내리는 비. 낙숫물. 蕭蕭는 의성어. 쓸쓸히, 주룩주룩. 映碧山 푸른 산이 비친다, 보인다. 창 너머 낙숫물 사이로 보이는 청산(세상)이니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바둑의 수(數)처럼- 그렇게 생각하면 이 장면은 단순한 배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진면목일 수 있습니다.


勝승負부固고應응關관一일下하

勝負 승부, 이기고 지는 것. 固 분명히, 꼭, 반드시. 생략하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應 응당, 당연히. 역시 생략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關 달려있다. 관건. 一下 한 수. 下는 바둑을 '두다'라는 동사. ‘이기고 지는 것은 한 수에 달렸지만’이라고 옮기면 앞에서 생략했던 固, 應의 의미가 간접적으로 반영되었을 것입니다. 바둑의 한 수는 단순한 돌 하나가 아니라 바둑과 인생의 승부를 한 순간에 결정짓는 행위입니다. 다음의 구의 오랜 장고의 결과라는 사실을 말해야 하므로 ‘달렸지만’이라는 조건 양보의 어미가 필요합니다.


機기深심却각似사十십分분間간

機는 관건, 기회, 승기. 深 깊다, 심각. 機深은 승기(勝機). 앞 구의 승부가 바둑 한 판의 승부라면 승기는 인생의 승기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却似 -듯하다, 그러나 단정의 뜻이 강합니다. 十分은 10분의 시간이 아니라 100%, 충분히라는 뜻입니다. 間 사이. 十分間은 '깊이 생각하는 長考'로 번역하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十은 앞의 一과 대를 이루는 것으로 ‘일순간’과 ‘긴 시간’을 대조시킨 수단입니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법이니 바둑 한 판에 인생이 달려 있다는 교훈입니다. 인생의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長考에 달렸으니 신중하게 대처하라는 의도일 것입니다.


인생을 장기판에 비유한 주제의식은 이 시가 다른 한시와는 다른 특별한 묘미를 느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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