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35

山居春日

by 김성수

山居春日 산촌의 봄날

王伯 왕백 (1277-1350)


村家昨夜雨濛濛◎ 엊저녁 산촌에 비가 내리더니

竹外桃花忽放紅◎ 대밭 밖으로 복사꽃이 더욱 붉구나.

醉裏不知雙鬢雪 취김에 귀밑머리 센 줄 모르고

折簪繁萼立東風◎ 흰머리에 꽃가지 꽂고 봄맞이 나섰네.


村촌家가昨작夜야雨우濛몽濛몽

村家 산촌. 昨夜 엊저녁. 雨濛濛 가랑비가 내리고 구름이 짙게 끼다. 한시는 보통 첫 수에서 배경을 제시합니다. 昨夜가 먼저 나와야 하겠지만 시의 음율을 맞추기 위해서 어순을 바꾼 것입니다. 그러니 번역할 때에는 본래 우리 말 어순으로 돌려놓아야 합니다. 산촌에 비가 오는 것으로 배경이 충분하므로 濛濛은 생략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竹죽外외桃도花화忽홀放방紅홍

竹外는 대밭 밖. 桃花 복사꽃. 忽 홀연히, 갑자기. 放紅 꽃이 피다. 비가 왔으니 대밭은 더욱 푸를 것입니다. 봄비를 맞은 복사꽃은 대밭을 뒤에 두고 더욱 붉을 것입니다. 꽃이 갑자기 피었다기보다는 푸른 대밭을 뒤로 하고 피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게 붉어 보였을 것입니다. 忽放을 구태여 옮기면 ‘한꺼번에’정도가 될 것이나 옮기지 않는 것이 더 좋은 번역 같습니다.


醉취裏리不부知지雙쌍鬢빈雪설

醉는 취하다. 술에 취했을 수도, 봄에 취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裏는 속, 안. 여기서는 醉에 연결되어 ‘취김’이라고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不知 알지 못하다. 雙鬢 두 귀밑머리. 雙은따로 옮길 필요 없을 것입니다. 雪 눈. 여기서는 흰머리. 취김에 늙음도 잊고서.


折절簪잠繁번萼악立입東동風풍

折 꺾다. 자르다. 簪 비녀. 여기에서는 꽃으로 비녀를 삼았으니 곧 꽃을 머리에 꽂다. 繁萼 화려한 꽃송이. 立 서다. 여기에서는 맞이하다. 東風 동풍, 봄바람. 봄맞이. 허연 머리에 꽃가지 꽂고 봄을 맞이하노라고 설쳐대니 주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록 나이는 먹었으나 술 한 잔 기울이고서 봄을 맞이하는 흥취는 누구 못지않다는 뱃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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