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34

냇가 풍경

by 김성수

水岸小屋 수안소옥 申光洙


垂柳人家水岸邊◎ 수양버들 냇가에 인가가 있고,

柴門開向菜花田◎ 사립문은 채마밭으로 열려있다.

主翁驅雀黃粱席 노인은 기장밭에서 참새를 쫓고,

靑犬東登石上眠◎ 검둥이는 바위에 올라앉아 낮잠을 잔다.


垂柳人家水岸邊

垂柳는 늘어진 버들, 즉 수양버들. 人家는 사람 사는 집. 그러나 그렇게 옮기면 시어가 아니므로 그냥 인가, 혹은 집이라고 하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그것도 정황으로 보아 한 두 채에 불과할 것입니다. 水岸邊 물 가. 岸도, 邊도 물 가라는 뜻은 마찬가지입니다만 한시의 운율을 맞추기 중복표현이니 일일이 번역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水는 물이라고 하기보다는 '내'로 옮겨 '냇가'로 번역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냇가'라면 물도 좁고, 인적도 드물 것입니다. 바닷가. 강 가보다 훨씬 한적한 전원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柴門開向菜花田

柴門은 사립문. 開向 향하여 열려있다. 菜花田은 채화는 채소의 꽃. 채화전은 곧 채마밭입니다. 풀이나 나뭇가지로 대충 엮어 만든 문이 사립문입니다. 삽작문이 채마밭을 향하여 열려있는 모습은 거기 말고는 달리 출입할 일도 없다는 뜻일 겁니다. 버드나무 개울 가에 있는 초가집의 풍경인데 나루터가 있다는 말도 없으니 한가롭기 그지없는 풍경입니다.


主翁驅雀黃粱席

主翁은 주인 노인. 그러나 주인은 생략하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驅는 쫓아내다. 雀은 참새. 黃粱은 기장, 조. 席은 자리. 여기에서는 기장을 쪼는 새를 망보기 위해 만든 자리입니다만 '밭'이라고 옮기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여기에 사람이라고는 노인 하나만 나와있으니 개울 가 농가의 심심할 정도로 한가로운 보습입니다.


靑犬東登石上眠

靑犬은 푸른 개. 사납고 큰 개. 청견은 늑대를 닮은 사나운 개를 말합니다. '푸른 개'라고 직역하거나 맹견이라고 하면 어색하므로 정경에 맞게 흑구나 '검둥이'로 옮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東登은 동쪽으로 돌아서 오르다. 그러나 '동쪽'에 특별한 의미가 있어보이지도 않고, 직역하면 시를 부자연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생략하는 것이 좋아 보입니다. 한시에서는 글자수를 맞추기 위해서 필요없는 글자를 넣거나 필요한 글자를 생략하는 일이 있으므로 이런 경우에는 적절히 가감해서 옮겨야 좋습니다. 石上眠은 돌 위에서 잠을 자다. 그러나 그냥 돌보다는 커다란 바위여야 더 정경에 어울리고, 잠도 '낮잠'이 분명합니다. 사나운 맹견이 할 일 없이 바위 위에 올라가 낮잠을 자는 모습은 평화로운 전원한정을 한껏 여유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水岸小屋 수안소옥이란 '물가 언덕의 작은 집'입니다. 그리고 물가에는 버드나무가 늘어져 있는 한 폭의 田園閑情圖(전원한정도)입니다. 서양의 그림은 인물에 관심이 많았지만 우리는 자연 산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림 속에 시가 있고, 시 속에 그림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시와 그림은 관련이 깊었는데 이 시도 그렇습니다. 이 작품은 시인이 현장에서 읆은 시일 수도 있지만 한 폭의 그림을 보고 읊은 시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시를 畵題詩(화제시)라고 합니다. 수많은 산수화, 사군자 그림에는 으레 한시가 곁들여져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림과 시를 같이 화폭에 담을 수 있어야 진정한 화가로 대우를 받았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그림 따로, 화제시 따로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광수는 남의 부탁을 받고 화제시를 많이 지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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