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37

무릉도원을 찾아서

by 김성수

山行 산행 무릉도원을 찾아서

李廷藎 이정신


斷崖向與白雲齊◎ 깎아지른 절벽에 흰구름 감겨 있고,

何處山花落滿溪◎ 어디선가 흘러온 꽃잎은 계곡을 덮었네.

剩欲窮源酬素賞 꽃 피는 무릉도원을 찾아갈 수 있다면

不愁蘿薜使人愁◎ 이끼와 덩굴에 길 잃은들 어떠하리오?


斷단崖애向향與여白백雲운齊제

斷崖 절벽. 向 향하여. 與 더불어 같이. 그러나 뒤에 齊와 중복되므로 생략합니다. 白雲齊 흰구름과 나란히. 절벽은 흰 구름과 나란하고. 그러나 움직이는 흰구름이 절벽에 감겨 있다고 옮기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아주 높은 절벽이 단애이고, 斷을 ‘깎아지른’으로 옮겼습니다. 그래야 흰구름도 더 신비로워질 것입니다. 이것이 시인이 그리고 싶은 절경 山水의 모습이 아닐까요?


何하處처山산花화落낙滿만溪계

何處 어디에. 여기에서는 의미상 山花가 피어있는 계곡의 상류를 의미합니다. 山花 야생화, 들꽃. 落 떨어지다. 떨어진 산꽃은 ‘시냇물에 흘러내려온 꽃잎’이라는 의미입니다. 滿 가득차다. 溪 시내. 시내는 ‘계곡’이 더 좋을 것이고, 滿은 가득하다보다는 ‘덮었다’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계곡의 상류에서 흘러내려온 꽃잎이 시냇물에 가득히 흘러내리는 심산궁곡을 묘사한 장면입니다.


剩승欲욕窮궁源원酬수素소賞상

剩 나머지. 그러나 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역시 생략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欲 하고 싶다. 원하다. 窮 찾다. 源 물의 근원, 수원. 시냇물의 근원을 찾아올라가다. 酬 찾다, 구하다. 素 평소. 賞 감상. '평소에 원하던 대로'이겠지만 앞의 窮源과 의미상 중복이므로 구태여 따로 옮길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만약 이들을 다 번역한다면 글자풀이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그런 글자풀이보다는 여기에서 시인이 찾아나선 곳은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무릉도원을 상정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지나친 역자의 간섭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산수시에서 나오는 절경은 대개 무릉도원이기 마련이고, 여기가 그토록 빼어난 절경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음 구와 연결시키기 위하여 조건을 나타내는 어미로 연결시켜야 할 것입니다. 평소에 그리워하던 이상향인 무릉도원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길 수 있다는 시인의 전원한정을 살려내야 할 것입니다.


不불愁수蘿라薜벽使사人인愁수

不愁 근심하지 않다. 걱정하지 않는다. 蘿薜 이끼 덩굴. 使人愁 근심하게 하다. ‘계곡의 이끼와 덩굴이 근심하게 하다’는 ‘우거진 숲이 길을 막아 꽃이 피어있는 길을 잃게 하다.’라는 시의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설령 깊은 계곡에서 길을 잃는 일이 있더라도 낙화유수의 근원지인 무릉도원을 찾아나설 것이라는 의지입니다. 도연명의 '도화원기'에서도 어부는 끝내 무릉도원을 찾지 못했으니 시인도 역시 그럴 것이겠지만 자신이 도화원기에 나오는 어부가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이러한 시인의 의도를 모른 채 글자풀이만 해서야 한시의 아름다움을 옮길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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