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우리시로 읽으세요 38

노인의 청춘

by 김성수

春興二首 춘흥2수 車雲輅 차운로 1559-?


逢春吾欲更留春◎ 이 봄을 붙잡아 두고 싶어진다면

休道醒人笑醉人◎ 술 취한 사람이라고 비웃겠지만-

白髮本非元白髮 이 백발도 본래 백발이 아니었고,

老翁曾是少年身◎ 이 늙은이도 본래는 젊은 청춘이었다오.


逢봉春춘吾오欲욕更경留류春춘

逢春 봄을 만나다. 즉 봄이 오다. ‘이 봄’이라고 옮기면 봄에 대한 애착이 더 드러날 것입니다. 吾欲 나는 할 것이다. 更 다시. 이를 생략하는 대신 ‘붙잡아 두고’라고 옮기면 '다시'의 일부가 반영이 될 것입니다. 留春 봄이 머무르다, 봄을 붙잡다. 여기에서는 欲과 연결시켜 '봄을 붙잡아 두고 싶어진다'로 풀이합니다. 원작에는 春이 둘이지만 번역에서는 하나는 생략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싶어진다고 하면’이라고 하여 다음 구와 긴밀하게 연결시켰습니다. 백발 노인네가 '이 봄을 붙잡아 두고 싶어진다'라 아쉬워 하면 젊은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休휴道도醒성人인笑소醉취人인

休 쉬다. 여기에서는 금지의 ‘하지 말라’라는 뜻입니다. 道 말하다. 말하지 말라. 그러나 이렇게 직역하면 시답지 않을 것입니다. 醒人 술 취하지 않은 사람. 성한 사람. 그러나 뒤에 취인이 있으므로 구태여 성한 사람을 옮기지 않는 것이 더 시다울 것입니다. 笑 비웃다. 醉人 술 취한 사람. 취객. 아마도 시인은 봄을 즐기느라고 술에 취했는가 봅니다. 아니면 봄에 취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가는 봄을 붙잡아 두고 싶다고 흥얼거리는 노인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술주정이나 주책으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이 봄이 좋다는 의도일 것입니다. 글자대로 옮기면 ‘성한 사람들아 술취한 사람을 말하지 말라'가 되겠지만 그러면 시가 아니지요. 앞 구에서 조건의 어미로 되었으므로 이와 연결하여 ‘술 취한 사람이라고 비웃겠지만-’이라고 옮기면 休道가 자연스럽게 반영될 수 있을 것입니다.


白백髮발本본非비元원白백髮발

白髮 흰 머리. 노인. 本非 본래 아니다. 元 원래. 그러나 本과 元은 중복 글자이기 때문에 하나는 생략해야 합니다. 白髮 이것도 중복 글자이지만 여기에서는 다 살리는 것이 늙은이의 춘정을 더 분명히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백발도 '이 백발'이라고 하면 늙음을 한탄하는 시의가 더 분명해집니다. '이 백발도 본래 백발이 아니었고,'


老노翁옹曾증是시少소年년身신

老翁 노인, 늙은이. 노인보다는 ‘이 늙은이’가 시의에 더 어울립니다. 曾是 일찍이, ‘본래는’이 더 좋습니다. 少年身 젊은이의 몸. 그러나 여기에서는 ‘젊은이’가 더 절실한 시어입니다. 身은 구색을 갖추기 위한 헛글자(虛字)입니다. 이를 구태여 옮기면 '젊은 몸'이 되어 어색해집니다. 구태여 身을 살리려면 '청춘'이라고 빗겨 옮기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한시에는 이런 허자가 적지 않은데 이것을 다 좇아 옮기면 시가 시답지 않게 됩니다. 시인의 심경을 풀어보면 이럴 것입니다. "내가 지금 늙은이 분수도 모르고 봄타령을 한다고 비웃겠지만 나도 원래는 자네들처럼 젊었을 때가 있었느니라. 비록 몸은 늙었지만 마음만은 젊고 싶은 늙은이의 춘정을 비웃지 말라. 너희도 늙어보면 알 일이니라." 그래서 하는 말이 ‘이 늙은이도 본래는 젊은 청춘이었다오.’ 그러나 이것도 잠깐의 기분이지 늙은이가 늙은이다움을 잊고서 '청춘을 돌려다오' '내 나이가 어때서'를 연발하면 사람들은 주책이라고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됩니다. 모름지기 사람은 나이에 어울리는 나잇값을 해야 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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