徐敬德
花洞煙霞趁步深◎ 연하 자욱한 화담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다
桃源何用枉探深◎ 무릉도원 가는 길 잃은들 어떠하료?
自從喫得閑中味 내 마음대로 한중진미(閑中眞味) 만끽하리니
壺裏乾坤認在心◎ 별천지 세상이 이 마음 안에 있도다.
花화洞동煙연霞하趁진步보深심
花洞 꽃 마을, 꽃동네, 여기에서는 서경덕이 은거했던 화담이라고 옮겨보았습니다. 煙霞 내와 노을. 그러나 시어로는 차라리 '연하'를 그대로 옮기는 것이 더 좋을 듯합니다. 연하는 구름, 안개, 아지랑이, 무지개, 노을 등을 다 포함하는 시어입니다. 화동은 서경덕이 거처했던 화담(花潭)입니다. 趁步深 발걸음을 따라서. 여기에서는 '재촉하다'로 번역하여 경치에 몰입되어 자신도 모르게 화담으로 깊이 빠져들어가는 심경을 옮기고자 했습니다.
桃도源원何하用용枉왕探심深심
桃源 무릉도원, 사철 복사꽃이 피어있다는 별천지. 何用 무엇하리오? 어떠리오? 枉 그릇되다, 틀리다. 여기에서는 길을 잃다. 探 길을 찾다. 深 깊숙한, 깊이. 枉探深을 묶어서 ‘길 잃은들’이라고 옮기는 것이 시다워집니다. 그런데 深자가 첫구와 겹치는데 한시에서 드문 일입니다.
自자從종喫끽得득閑한中중味미
自 스스로, 나. 從 좇다. 따르다. 그러나 이를 직역하면 이상하므로 '마음대로'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喫 즐기다. 得 얻다. 그러나 여기에서 得은 어조사로 해석하여 따로 옮기지 말고 ‘즐기다’로 옮겨야 좋습니다. 閑中味 한가로움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 시어로서는 장황하므로 여기서는 閑中眞味라고 옮겼습니다.
壺호裏리乾건坤곤認인在재心심
壺 호리병, 나뭇군이 신선을 따라서 호리병 속에 들어갔더니 그 안에 별천지가 있었다는 전설. 호리병은 술병으로 많이 쓰였으니 호리병 속에 들어간다는 말은 술동이에 빠진다는 뜻이므로 술에 취하면 천하가 곧 별천지라는 의중이기도 합니다. 여기에서는 화동을 일컬음. 裏 호리병 속. 乾坤 천지, 하늘과 땅. 별천지. 認 알다, 깨닫다. 在心 마음에 있다. 화동에 들어가서 마음껏 한중진미를 즐기다 보니 별천지 무릉도원도 한갖 내 마음 속에 있음을 깨달았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무릉도원 ‘별천지 세상도 내 마음 속에 있도다’라고 옮겼습니다. 결국 애써 무릉도원을 찾아 나설 필요도 없이 여기 화동에서 한중진미를 제대로 깨달으면 천하가 다 무릉도원이란 自足(자족)의 경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