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화산석을 지키자.
삼다도라 했듯이 제주도에는 돌이 많다. 돌 중에서도 대부분 화산 폭발 때에 형성된 화산석이어서 이색적이다. 용암이 다량으로 분출되어 흐르다가 공기가 들어가 공간이 만들어진 곳이 동굴이요, 용암이 흘러간 줄기를 따라 이루어진 숲이 곶자왈이고, 용암이 바닷가에 이르러 바닷물에 급속도로 식어 제주해안 바위와 절벽, 주상절리(柱狀節理)의 장관이 이루어졌다. 그러고 보면 제주의 이국적인 풍광 절경도, 동굴도, 숲도, 360개가 넘는 오름도 모두 화산폭발의 산물이다.
화산석은 검은데도 해안의 모래는 새하얀 백사장이어서 검은 바위와 대조적인 풍경이다. 백사장이 산호와 조갯가루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화산석의 덩이가 크면 산 절벽과 해안을 이루고, 작으면 곳곳에 바위로 앉아있고, 더 작으면 동글동글한 돌멩이로 아무 데나 굴러다닌다. 작은 돌멩이로는 발바닥 각질을 벗기기도 하고, 큰 돌멩이로는 담을 쌓고, 바위로는 다리 난간을 세우기도 하고, 하르방을 깎기도 한다. 화산석을 기계로 잘라내면 아름다운 자연무늬가 살아있는 벽돌이나 타일이 된다. 자연무늬이기 때문에 같은 무늬로 된 벽돌, 타일은 없다. 건축물의 벽면을 화산석으로 장식하면 다양한 품격이 살아난다.
화산석은 제주의 대리석이라 할 만하다. 그 타일을 보도에 깔면 고급 보도블록이 된다. 무늬도 아름답지만 자연석에다 대리석이나 화강암처럼 단단하지도 않고, 적당한 마찰력으로 미끄러지지도 않아서 보도블록으로는 안성맞춤이다. 단단한 화강암에 미끄러져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화산석으로 된 보도를 지나려면 분에 넘치는 호사를 누리는 듯하기도 하다. 육지에 있는 시멘트 보도블록을 생각하면 사치스럽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 많은 화산석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아무리 돌이 많은 제주도라 하더라도 이렇게 파내고, 잘라서 쓴다면 언젠가는 돌이 고갈될 것이 아닌가? 제주 화산석이 소문이 났는지 육지로까지 팔려나가고 있고, 외국으로까지 수출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그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제주 화산석의 정황을 잘 챙기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내 짐작으로는 아무리 흔한 돌이라지만 한정이 있을 것이다. 육지에서는 화강암을 무차별적으로 파내서 흥청망청 쓰다가 지금은 수입해서 쓰고 있는 형편이다. 제주도도 그런 상황이 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당연히 섬의 자연한계는 육지보다 크다. 그렇다면 흔한 화산석이라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자연을 극복하고, 그것을 생활에 유익하게 사용하려는 생각에서 資源(자원)이라고 했다. 資는 생활에 유익한 재물, 물건이라는 뜻이다. 源은 샘이니 물을 함부로 쓰면 샘이 마를 수도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자연의 활용이 인류를 융성시킨 지혜요, 문명, 문화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인류는 자연에서 멀어졌다. 자원을 적절히 이용했을 때에 활용이라고 하지만 지나치면 자연의 파괴가 된다. 활용과 파괴의 경계가 모호하지만 지금은 한계에 이른 파괴의 시대가 분명하다. 지구의 온난화와 기상이변은 인류에 대한 엄중한 경고이다. 석탄과 석유 같은 화석연료의 남용은 자연파괴의 주범이다. 땅 속에 있어야 할 것들을 마구 파내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짓이다. 인간에게 엄청난 에너지와 이익을 제공했던 자원이 하늘에 올라가서는 인간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이를 뻔히 알면서도 그 이익과 편리에 익숙해 있던 인간은 서로 눈치를 보면서 자살행위를 멈출 줄 모른다. 게다가 새로운 에너지의 총아 원자력은 수많은 생명을 일시에 도륙하고, 대기뿐 아니라 땅속까지 오염시킨다. 후꾸시마의 끔찍한 재앙을 보면서도 우리는 대기오염을 줄인답시고 원자력이라는 독약을 만들기에 바쁘다. 화석연료와 원자력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이유는 그 편리성과 경제성이다. 그러나 그것은 당뇨환자가 사탕을 끊지 못하는 꼴이다. 그런데 정부는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바보짓이라고 비웃으며 핵발전을 대놓고 추진하고 있다. 눈앞의 이익만 보이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앞 날을 위해서 어려움을 견뎌내는 것이 바보인지를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으니 걱정이 크다.
이와 비교하는 것이 무리일지 모르지만 제주의 화산석을 보도블록으로 덮는 것도 자원의 남용이 아닌지 모르겠다. 물론 당장은 보기 좋고, 밟기도 좋아 고마운 일이지만 잘하는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다. 땅 위에 나와있는 화산석을 활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좋겠지만 땅 속에 묻혀있는 돌까지 파낸다면 자연파괴이다. 육지라면 걱정이 덜하겠지만 바다가 코 앞인 제주라면 아무래도 불안하다. 크지 않은 섬이라면 자연환경 보호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섬이 한번 무너지면 대체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해양생태계가 파괴되고, 용천수가 오염되고, 땅 속에서 소금물이 솟는다면 제주도는 사람이 살 수가 없게 된다. 여기에다가 난개발이 그치지 않고, 관광객과 전입 인구는 늘고, 군사기지와 비행장까지 증설된다면 제주도의 생태계는 견딜 수가 없다. 달콤한 이익과 잠깐의 편리에 눈이 어두워 생태계를 망치는 어리석은 짓을 멈추지 않으면 안 된다. 일회용기의 남용, 무비자 제도, 외국자본과 관광객 유치는 마약 흡입과 다르지 않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얼마간의 소득이 줄더라도 제주의 자연환경을 지켜내는 것이 제주인이 살 길이다. 후손이 어떻든 나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한다면 현명한 제주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