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

by 김성수

‘장애인’이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던 시절이 있었다. 몸과 마음이 남과 같지 못한 것도 원통한 일인데 사지가 멀쩡한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장애인’이라고 불렀다. ‘장애가 있는 사람’이란 뜻이겠지만 본인들한테는 ‘장애가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 ‘장애인’은 가혹한 용어이다. 생각하면 인권, 사랑, 불행한 이웃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늘어나면서 옛날처럼 ‘장애인’이란 용어를 조심스러워하고, 더구나 ‘정상인’이라는 말과 같이 쓰지 않는다. ‘장애인’은 정상적이 아니지만 ‘정상인’과 대비적으로 쓰면 대놓고 차별하는 것이어서 차마 인정이 아니다.


그래서 지금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장애인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이름이어서 다행이지만 둘 다 마음에 드는 용어는 아니다. ‘장애인’도 그렇지만 ‘비장애인’이라는 말도 귀에 거슬린다. 장애인을 배려하는 것은 좋지만 그로 해서 다수의 사람이 ‘비장애인’이 된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非라는 말을 달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양보해도 많은 사람들이 ‘비장애인’이라는 긴 이름으로 불리면 듣기 좋은 말은 아니다. ‘아니다’ ‘그릇되다’ ‘틀리다’라는 뜻을 가진 非가 들어가서 좋은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또 다른 역차별일지도 모른다.


‘장애인’이란 단어는 적절한 단어일지 모르지만 인정상, 관습상 당사자들에게는 가슴 아픈 말이다. 그래서 우선 이 말부터 다르게 바꿔야 좋을 것 같다. 장애인을 ‘불편한 이’라고 하자는 의견도 들은 바 있지만 글자 수도 많고, 게다가 ‘불편’이 여전히 한자어라 용어로서는 썩 내키는 이름은 아니다. 이럴 때에 근래 우리가 새로 만든 단어 중에서 ‘도우미’라는 고유어가 정착된 것은 참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다. 도우미란 ‘불편한 이를 도와주는 사람’이다. 장애인으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좋을 것이지만 너무 길다. 그렇다면 그것을 줄여서 ‘도요미’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요’가 여전히 한자어이고, 도우미와 발음이 닮아서 불편하다면 아니면 ‘도와주자’를 줄여서 ‘도와미’는 어떨까 싶다. ‘미’는 사람을 가리키는 의존명사 ‘이’를 소리나는 대로 적은 말이다. 이름을 그렇게 정하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줄 마음이 들지 않을까도 싶다. 깊이 생각하지 못한 말이라 여러 사람들이 지혜를 모은다면 좋은 말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새로 만든 말이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말이란 습관성을 가지고 있어서 새로운 단어가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반복해서 여러 사람이 쓰다 보면 곧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새로운 말을 만들어낼 때 이왕이면 우리 고유어로 했으면 좋겠다. 별 생각 없이 한자 말이나 서구어로 새 단어를 만들면 결국 소통장애가 된다. 그렇게 해서 소통에 불편을 주고 이상한 언어를 만드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다소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더라도 알기 쉬운 고유어를 생성하는 일은 우리말과 나라를 사랑하는 일이고, 언어소통을 위해서라도 좋은 일이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우리는 우리말에 대해서 관심이 적은 듯하다. 언어는 ‘우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말은 원래 의미가 없는 소리에 불과했지만 일단 사회에서 언어로 정착되면 일정한 의미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의미는 인간의 사고를 결정하고, 결국 인간을 지배하게 된다. ‘장애인’이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하면 ‘걸림돌 인간’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게 한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와줄 생각보다는 걸림돌을 피해갈 궁리를 하게 만든 것이 우리의 과거였다. 장애인 시설이나 특수학교를 근처에 용납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만약 ‘도와미’를 장애인의 대체어로 쓴다면 ‘장애인’이란 섬찟한 한자어를 없앨 수 있음은 물론 그들을 배려하는 사회적 기풍을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동시에 ‘비장애인’이란 이상한 말도 자연스럽게 없앨 수 있어서 좋다. 이들을 적당한 다른 말로 바꿀 수 있다면 우리들이 느끼는 불편과 차별의식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고, 불편한 사람들을 배려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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