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에 대한 오해
브런치에서 學習을 한자 풀이한 글을 읽었다. 漢字라면 지레 머리에 쥐가 나는 세상에 한자를 화제로 삼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반가운 일이었다. 글 내용도 좋고,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장면이 있었다. 習의 한자 풀이를 ‘새가 날개(羽)를 하얗게(白) 될 때까지 퍼덕여 나는 연습을 한다’는 뜻풀이였다. 아마도 필자는 백로 새끼를 연상하며 그렇게 풀이했나 보다. 그런데 白은 새의 색깔 중 하나로 새의 일반적 특징일 수 없으므로 그런 글자 풀이는 타당성이 적다는 생각이다. 그렇기로 말한다면 皆는 ‘하얗게 비교’하고, 階는 ‘하얀 계단’이고, 者는 ‘하얀 머리칼’이 될 것이니 우습꽝스러운 일이다.
한자를 뜻글자, 상형문자라 해서 모든 한자를 그림글자로 풀이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일리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많은 한자 중에 순수 상형 글자는 2백 자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習자도 羽는 새 날개를 상형한 것이 맞지만 白은 본래의 글자가 아니라 변형된 글자이다. 한자는 발전과정에서 복잡한 글자를 부단히 간결한 글자로 변형시켜 왔다. 가장 복잡한 전서(篆書)에서 본래 뜻글자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이를 간결화시킨 예서(隸書)나 초서(草書), 해서(楷書)에서는 변형된 글자로 본래의 의미를 찾기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習자처럼 해서를 가지고 하는 글자 풀이는 사실은 위험한 일이다.
습자의 본래 글자는 羽에 臼라는 상형문자가 합해진 글자이다. 羽는 날개를 그린 글자이고, 臼는 본래 새 둥지를 그린 글자이다. 그래서 習자는 ‘새가 둥지에서 나는 연습을 하는’ 글자인 것이다. 그러니까 白이란 의미와는 아무 상관없는 글자였다. 내친김에 習과 늘 같이 쓰이는 學은 ’배우다, 흉내내다‘이다. 그런데 學의 본래 글자는 斅이고, 가르칠 敎와 같은 의미였다. 지금의 學자는 斅가 후대에 간소화되어 변형된 글자이다. 敎이건 斅이건 여러가지 뜻글자가 합해진 회의(會意)문자로 상형으로 글자풀이가 가능한 글자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글자의 공통점으로 子와 爻가 들어있다는 것이다. 子는 ’어린이‘고 爻는 ’매를 손에 든 모습‘인데 두 글자가 모두 어린이를 때려서 가르친다는 뜻이다. 매를 폭력, 체벌로 간주하여 비교육적인 상징으로 규정하는 지금 우리의 교육관 하고는 한참 먼 이야기이다. 옛날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원시적이고, 무지했다고 해도 좋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지혜를 갖춰 가르쳐온 우리는 과연 인간교육에 성공했는지 의문이다.
어쨌든 그 글의 習자 풀이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공개된 브런치에서 남의 글에 토를 다는 것이 예의가 아닐 것 같아 그냥 넘어갈까 했지만 漢字를 들어서 말하는 글이 반갑고, 더구나 필자가 여러 사람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것 같아 여러 번 망설이다가 習자의 사연을 들어 간략하게 댓글을 달아주었다. 고맙게도 즉각 내 의견을 수용해 주었지만 전적인 동의는 아니었다. 내 댓글을 보고 네이버를 다시 검색해 보았는데 역시 ‘하얀 白’이 맞다는 것이다. 하기야 이름 모를 필자보다는 인터넷이 더 미더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인터넷은 우리에게 유익하고 많은 정보를 주지만 전적으로 의지하면 위험하다. 그렇다고 인터넷을 헐뜯고, 내 지식이 정확한 정보라고 길게 얘기할 수는 없었다. 다만 인터넷에는 신중하지 못한 사람들이 올려놓은 잘못된 정보도 적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가끔은 어설픈 지식이나 정보가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어 안타깝다. 더구나 변형된 한자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글자 풀이하는 일이 흔한데 자칫 경박한 재치나 개그가 되기 쉽다. 그것이 효과적인 한자 학습법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사실하고는 동떨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정보의 정확성이나 글의 품격을 위해서 유의해야 할 일이다. 인터넷 맹신시대에 일선에 있는 선생님들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적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