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小韓裂國(소한열국)

갈라지는 대한민국

by 김성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조직사회의 이상은 구성원이 하나로 뭉치는 것이었다. 이른바 대동화합(大同和合)이 아닐까 한다. 모든 구성원이 대동화합을 이룬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적어도 모든 사회의 이상은 그렇다고 믿는다.


조선은 당파싸움 때문에 역사를 망쳤다. 권력자들은 국민화합이 되면 특권을 누릴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에 항상 분열을 원했다. 파당으로 나라가 망했지만 해방 후 우리 정객들이 벌인 것은 여전히 망국의 파벌싸움이었다. 남북분단은 강대국이 저질렀지만 80년을 고착시켜온 것은 우리의 잘난 정객들의 짓이다. 권력에 집착한 자들은 다투어 분단 정부를 세웠고, 역대 통치자들도 통일보다는 분단을 선택했다. 그래야 자신의 권력이 유지되기 때문이었다. 간혹 지각 있는 정치인이 나와 남북 관계개선을 시도할라치면 어김없이 색깔론을 들고나와 빨갱이로 몰아부쳤다. 다른 분단국들은 국익을 위하여 막대한 희생을 치러가며 통일을 이루었지만 우리만은 아직도 이념을 명분으로 내세워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있으니 이름이 大韓民國이지 사실은 小韓分國(소한분국)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슬픈 일이다.


이승만은 민족의 분단을 시작했지만 그래도 국민에 대해서는 대동단결을 호소했다. 그러나 유신군사정권부터는 남북분단으로도 모자라 동서로 분열시켰다. 영남의 절대지지를 얻지 않고서는 정권연장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뒤 역대 통치자들은 지역 분열로도 모자라 사회계층 갈라치기를 시도했다. 우리의 비극인 좌, 우의 색깔론을 기반으로 기득권과 소외층을 갈라치고, 남녀와 세대를 갈라치고, 노동자와 사용자를 갈라치고,종교신앙을 갈라쳤다. 5.18, 세월호 등의 비극이 벌어질 때마다 국민 분열의 기회로 삼았다. 국민들은 그들의 술책에 속절없이 넘어가 여지없이 갈라졌다. 그래서 지금도 서울 한 복판 광화문, 시청의 주말은 온통 갈라진 세력들이 점거하고 있으니 대한민국은 대동화합은커녕 대립과 갈등의 나라가 되었다. 이제는 소한분국으로는 모자라 갈기갈기 갈라진 소한열국(裂國)이 더 적당한 이름이지 싶다. 이래도 우리나라가 망하지 않은 것을 신기해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는 이태원 참사를 두고 국민을 갈라치더니 급기야 제주 4.3 같은 민족의 비극을 놓고도 갈라치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당시 정부의 명백한 과오임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극우세력들을 동원하여 갈라치기를 시작하고 있다. 불과 일 년 전에 제주에 와서 한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 가고 난데없이 김일성의 망령과 공포의 서북청년단이 한라산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대동화합을 해도 모자랄 판에 나라를 위태롭게 하는 갈라치기는 무책임하고 비열한 국민 이간책(離間策)이다. 이간책은 원래 전쟁에서 적군에 대한 전술에서 출발한 것으로, 적군이 강하면 이들을 이간하여 세력을 약화시키는 군사전략이다. 그런 대외전술을 선량한 국민을 상대로 이간책으로 쓰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국민의 지지가 약한 정권일수록 국민에 대한 갈라치기를 하기 마련이다. 국민이 힘을 결집하면 정권이 위협 받기 때문이다.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스스로 물러나야 옳지만 권력에 눈이 먼 자들은 그 대신 국민을 분열시켜 정권 연장을 획책한다. 이들은 정권 연장을 위하여 집요하게 색깔론을 내세우는데 아직도 그 낡은 분열책에 놀아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대통령마저 빨갱이었다면 우리 국민의 다수가 빨갱이었단 말인가? 우리 사회는 보수, 진보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실은 양대 진영싸움의 명분에 불과하다. 진정한 보수라면 우리의 전통가치인 민족의 통일과 평화를 지켜내야 하지만 오히려 분단고착과 남북대결을 획책해오지 않았는가? 부단한 개혁을 시도해야 진보이지만 여전히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지만 언론을 장악함으로 해서 천심은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다고 위정자들은 확신하고 있다. 언론만 통제하면 어떤 실정(失政)도 곧 잊어버리는 우리 국민의 냄비근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교활한 그들은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대사회에서 국민이 화합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간파한 지 오래이다. 이들은 이런 사회적 특성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끊임없이 국민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현 정권은 0.73%의 승리로 집권하였고, 집권 일 년이 넘도록 지지도가 30%를 맴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래서는 국민화합은커녕 정상적인 통치가 불가능하다. 정상적인 정권이라면 그럴수록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뜻에 귀를 기울여야 옳지만 망국의 갈라치기로 정권 연장을 노리고 있으니 참으로 후안무치한 정권이다. 갈라치기로 얼결에 집권했지만 국정철학, 국정수행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판단하는 국민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불안해 하고, 해외방문할 때마다 미숙한 외교로 국익을 해치고 있으니 미국방문을 앞두고서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대외로는 굴욕외교로 일관하면서도 국정에서는 야당인사와 국민을 범죄자로 몰아 압수수색을 밥 먹듯이 하고, 집권 일 년이 넘었어도 여전히 전 정권 뒤집기와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 설사 야당 총수가 범죄혐의가 있더라도 국민화합과 민생은 제쳐두고 오로지 정적제거와 복수에 전념한다면 나라는 어쩌란 말인가? 이래서야 물뱀을 연못의 왕으로 삼은 국민은 청개구리를 면할 수 없다. 이제 선택을 그르친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게 될 것이다. 교활한 정권에 속은 국민은 갈라져 반목을 일삼고 있으니 아무리 바른말을 해도 특정지역과 노인들은 절대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정객들에게 철저하게 세뇌되고, 기만당하여 사리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다가는 우리는 결국 역사를 망치는 비운의 세대가 될지도 모른다. 밥맛이 떨어지는 것이 어찌 나이탓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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