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소한열국(小韓裂國) 2

정치와 언론이 국민을 갈라놓는다.

by 김성수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요건 중의 하나는 서로 다른 가치관을 존중해 주고 배려해 주는 것이다. 나의 자유와 이익, 경쟁의 승리를 위해서 남을 존중, 배려해 주지 않으면 진정한 민주주의도, 행복도 누릴 수 없다. 사람이 행복해질 수 없다면 어떤 이념, 사회체제라 해도 의미가 없다. 우리는 스스로 민주주의 사회를 자부하지만 개인주의, 경쟁사회에서는 대립이 있을 뿐,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해 주기 어렵다. 우리는 남북, 지역, 좌우, 노사, 빈부, 노소 남녀가 첨예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분열은 어느 사회이건 있을 수 있는 일이기는 하지만 민족분단은 우리만의 특이한 상황이고, 나머지에서도 우리의 분열은 매우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민주사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금 우리는 개인주의, 이기주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법치주의가 마치 민주주의인 것처럼 정당화되고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 사회가 행복한 사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서로 생각이 다르니 내 생각과 주장을 강요하지 말라는 말은 지당한 말이다. 특히 정치 종교에 관한 일이 그렇다. 결국 가까운 사이일수록 진심은 열어놓지 말라고 하니 참 서글픈 일이다. 진영논리가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분열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분열되어 있으니 마음을 열어놓는 대화가 없고, 대화가 없으니 이해와 소통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서로를 믿지 못하면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의 분열을 더욱 심각하게 하는 것은 정치인들과 언론매체들이다. 그들의 정책과 보도를 존중해야 하겠지만 그러기에는 그들은 영 신뢰할 수 없고, 억압적이고, 편파적이고, 외곬이다. 그리고 편향적인 사람일수록 편파적인 집단과 언론에 매료된다. 정권은 통합이 아니라 국민 갈라치기를 통치술로 삼는다. 언론을 사칭하는 유튜브 메커니즘은 가짜뉴스를 양산하고, 독자의 취향을 재빨리 간파하여 분별력 약한 국민을 집중 공략한다. 독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이비언론과 유튜브에 세뇌당한다. 이렇게 되면 내 생각만 옳고, 상대방 주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어 남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국민의 반목과 분열은 갈수록 폐쇄적이고,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정상적인 민주시민의 양식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정권과 언론의 폐해가 지금처럼 심각할 때가 있었을까 싶다.


분열과 대립이 가치관의 차이일 뿐이라고 하면 마땅히 할 말이 없다. 문제는 편견에 빠진 가치관의 차이로 국민화합이 불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편파적인 가치관에 빠지면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없게 되고, 인간관계가 멀어지고, 인간적인 정서까지 메마르게 된다. 이승만의 공로를 높이 평가하는 축도 있지만 반민특위를 해산하고, 독재, 부패와 무수한 희생자에 대한 역사를 잊는다면 현명한 국민이 아니다. 그가 저지른 제주 4.3 희생자에 대해서도 아직도 빨갱이의 멍에를 씌운다면 그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은 분명히 인정되어야 하지만 그가 저지른 과오도 잊으면 안 된다. 군사독재에 박탈당한 민주정신은 말할 것도 없고, 무수히 희생당한 생명과 인권도 엄연한 역사이다. 전두환의 군사쿠데타와 잔인한 인권 말살이 엄연한 역사임에도 불구하고, 5.18의 만행을 사죄하기는커녕 폄하하거나 심지어 빨갱이 간첩 누명을 씌우는데 동조하는 사람들도 있다. 세월호 사건을 단순한 여행자의 사고로 규정하고, 이태원 희생자들을 마약중독 방탕자들의 사고사일 뿐이라고 말한다면 인정이 아니다. 어떤 역사이건 음양과 공과가 있는 법이지만 부분 때문에 전체가 가려져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일이 너무 많고, 이를 두고 분열되어 반목하고 있다. 우리의 분열은 일의 本末, 輕重, 大小를 구분하지 못하는 비극이다. 이러한 분열은 국민화합을 말하기 전에 양심과 인간성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더 슬프다. 어쩌다가 우리는 무참히 희생당한 동포들에게 동정은 못할망정 지탄하고, 비난하게 되었는가? 더우기 경험과 교양과 학식을 갖춘 노인들이 국민분열에 앞장서는 현실은 나이 먹기를 두렵게 한다.


분열과 대립이 있는 곳에 국민화합은 있을 수 없고, 이런 사회에서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기 어렵다. 거기에서는 우리가 말하는 민주주의도 허상일 수 있다. 그런데 정권과 언론매체들은 정권유지와 이익을 위해서 끊임없이 분열을 조장, 선동하고 있다. 진정으로 나라를 걱정하고 국민을 존중한다면 차마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백척간두에 서 있는 국제, 국내정세에 국민이 현명해지지 않으면 나라는 위험해지고, 국민은 진정한 민주주의와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이는 나라걱정 혼자 다한다고 타이르기도 하지만 이나마 나잇값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해서 벌이는 오지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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