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발표한 지가 어느새 4년을 넘어섰고, 발표한 작품도 280편이 넘었습니다. 그러나 세월과 졸작만 쌓였지 독자의 주목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응모 당선도 되고, 출판 자랑도 하고, 메인을 차지하는 작가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나는 응모할 용기마저 내지 못했습니다. 어쭙잖은 글솜씨로 빛나기를 바란다면 허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작가행세를 하고 싶다기보다는 글로나마 나잇값을 하고 싶었던 까닭입니다. 인생 선배로서 무언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야 살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노인들에게는 동병상련의 도리를 말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인격수양도 되고, 치매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내 글을 읽는 독자 수보다 내가 쓴 글이 많다면 나잇값은커녕 걸림돌이었을 것입니다. 누구한테는 글로써 번거로움과 부담을 끼쳤을 것입니다. 죽기 전까지는 최소한 꼰대, 주책 소리는 듣고 싶지 않은 것이 일말의 자존심입니다.
새삼 글을 쓰는 목적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부터 글 쓰는 목적을 크게 두 가지로 말해왔습니다. 하나는 교훈과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서이고, 또 하나는 예술과 감정을 표현하기 위함입니다. 전자는 가치 추구와 사실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고, 후자는 아름다운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교훈과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서 적절히 재미와 정서를 곁들이기 마련입니다. 글이 전달만 하려 든다면 경직되어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고, 재미만을 위한다면 내용이 공허하기 쉽기 때문에 절충의 묘가 필요한 것입니다. 브런치에서는 부담 없이 가벼운 재미를 주는 글이 많은 것 같습니다.
나는 그런 재주가 없어 내용이 경직되고, 주제넘게 가르치려 들고, 피하고 싶었지만 사회현실에 과도하게 간섭도 하였습니다. 구닥다리 한자타령이나 환영받지 못할 漢詩도 자주 들먹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잔소리가 많아지고, 재미가 없어 독자의 호응도 얻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진보도 아니지만 보수, 노인들한테는 경계와 미움을 받았을 것입니다. 독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면서 아무리 교훈과 사실을 전달하려 한들 헛수고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금까지 염치없이 버텨온 이유는 브런치를 통해서 카톡으로 내 친지들에게 글을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직 살아있다는 테를 내고 싶어서였다면 한낱 꼰대의 허영심이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카톡에서 환영받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환영은커녕 부담만 주는 글을 강요한다는 것은 폐를 기치는 일입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글을 발표하는 데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습니다.
더구나 나이탓인지 글을 쓴다는 것이 점점 힘에 부칩니다. 체력뿐 아니라 총기도 떨어져 갑니다. 글의 기본인 어휘나 착상이 민활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아내는 컴퓨터 앞에서 거북이 목을 하고 청승떨고 있는 나를 못마땅해하기도 합니다. 지난 글을 읽어보면 지금도 고칠 생각이 별로 없으니 발전이 없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글에 큰 하자가 없다고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적어도 거짓이나 사실에 크게 어긋나는 글은 아니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해서입니다. 주제넘게 나라걱정을 많이 했습니다만 그것이 쓸데없는 기우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나 정권에 의해서 갈라진 국민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지금이 최대의 위기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가끔은 책으로 내고 싶은 유혹도 들지만 읽히지 않는 글로 종이를 낭비하고, 환경오염을 시키고 싶지는 않습니다. 만약 그럴 가치가 있다면 후일 우연히 브런치에 남아있는 내 글을 읽어 줄 독자가 있을지도 모르지요. 글을 쓴다는 것이 수양임에는 틀림없다고 생각하지만 글로만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여생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이제 다른 방법을 찾아볼 셈입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이나마 성원해 주었던 브런치 글벗, 독자 친지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는 폐를 끼칠 일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