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고언(苦言) 2

존중받는 노인이 되자.

by 김성수


글쓰기를 접은 지 한 달이 넘었다. 정해놓고 꾸준히 글을 발표하다가 갑자기 글을 접고나니 생활이 여유롭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해야 할 일을 빼놓은 것 같기도 하다. 주제넘게 글을 접노라고 선언하니 더러는 응원과 걱정을 해 주시는 고마운 분도 계시니 분에 넘치는 일이다. 전에 밝힌 바 있지만 무릇 글이란 이 사회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교만한 생각이지만 이것이 내가 브런치에 글을 발표한 이유요, 노인의 나잇값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독자의 호응을 얻을 자신이 있다면 따로 출판할 수도 있겠지만 내 글이 그럴 수준이 못 된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혼자만의 생각에 그치는 글이라면 구태여 공개할 필요가 없을 것이요, 더구나 글로써 남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면 함부로 글을 내세울 일이 아닐 것이다.


역사가 늘 그래왔지만 우리 사회는 더욱 격동의 시대이다. 지금만 그런 것이 아니라 갈수록 세상은 더 그럴 것이다.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생태파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시대적 사명감이 있는 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지금 우리 사회의 새로운 국면은 국민분열의 시대요, 진영논리에 이성이 마비된 시대이다. 어떠한 진실도, 사실도, 가치관도 진영논리에 잠겨 묻혀 본질을 상실해버린다.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우리만의 위기이다. 나도 역시 그 진영의 한 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 시사에 민감한 글일수록 독자의 반응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곤 했다. 더러는 세상걱정 너무 하지 말라는 충고도 있었다. 필시 내 글에 공감하지 못하는 독자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래도 분열로 치닫는 나라에 무관심한다면 국민으로서, 기성세대의 도리가 아닐 것이라는 주제넘은 강박관념을 누를 수 없다. 일찍이 이렇게 국민이 갈갈이 분열되어 본 역사가 있었을까 싶다. 역사상 가장 민족분열이 심했던 삼국시대도 지금처럼 분열되지 않았다. 해방 후에도 좌우의 분열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극단적인 대립과 셀 수조차 없는 갈래로 국민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 이 정부의 생존술은 오로지 국민을 갈라치는 데에 있는 것 같다. 국민의 힘을 뭉치게 하는 것이 통치자의 본분이건만 만사를 제쳐놓고 갈라치기에만 골몰하고 있으니 정권유지를 위해서 나라와 국민은 아랑곳없다. 어떤 정권이건 공과가 있는 법이지만 다른 걸 아무리 잘 해도 나라를 분열시킨다면 좋은 지도자가 아니다. 9수의 늦깍기 검사가 역대 대통령을 비웃어가며 역대급 지도자로 착각하고 있다. 나라가 온통 범죄자가 우글거리는 검찰청으로 보이는 것 같다. 낡아빠진 풍차가 거대한 성으로 보였던 돈키호테는 남의 나라 일개 정신나간 촌부에 불과했지만 우리는 대통령이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초보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정부여당과 언론이 알아서 납작 엎드리는 것이 그가 말하는 ‘자유’와 ‘법치' '공정’의 사회란 말인가? 자유와 법은 그들에게만 있고, 국민에게는 없다. 그것은 자유와 법을 빙자해서 군사독재로 회귀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고 덮어놓고 정객들에게만 책임을 돌릴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전 정권에 신물이 났더라도-, 가진 자에게 매기는 부유세가 가혹했더라도-, 내 개인의 이익과 기득권을 양보하고 싶지 않더라도- 유권자로서 최소한의 민주시민 양식을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라의 장래는 아랑곳없이 정권의 갈라치기에 놀아나서는 나라의 장래가 위험할 수밖에 없다. 갈수록 궁지로 빠져드는 경제와 대외무역, 오염수 방류에 겸허히 찬동하면서 후안무치한 일본에 친일 굴욕적 외교를 한다든지, 기울어가는 미국에 퍼주어가면서 맹목적으로 나라의 명운을 건다든지, 감정에 치우쳐 실속없이 벌이는 중러 외교라든지, 막가파 북한과 아찔한 전쟁놀음을 벌이는 일 등은 우리의 장래를 위협하는 막가외교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현실에 생각없이 맹종하거나 눈감고 있는 국민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으니 노인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노인은 예로부터 사회의 어른이요, 모범이었다. 그러나 요즈음의 노인은 경륜은커녕 사회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단순히 경제력이 없어 부양하기 어려운 부담으로 그쳤으면 차라리 낫겠다. 평생 역사를 지켜본 노인들이 역사를 밝히는 증인은커녕 사사건건 역사의 왜곡과 퇴행에 앞장서고 있으니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노인들만 아니더라도 이렇게 어지러운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젊은이들의 원망이다. 자식, 젊은이들과 대화가 된다고 자신하는 노인은 드물 것이다. 그 책임을 그들에게 돌린다든지, 노인을 홀대하는 젊은이들만 탄식할 일이 아니다. 나라가 처한 위기와 민족의 백년대계는 팽개친 채 내로남불식 정적 보복에 국력을 기울이고, 국정책임 떠넘기기와 민족분열책과 전쟁을 호언하는 검폭카르텔에 환호하고 쾌재를 부르는 이들이 바로 이 땅의 노인들이 아닌가? 심지어는 이번 선거를 ‘노인들의 혁명’이라고 호언한다니 나이먹기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제발 후손에게 물려줄 나라와 역사를 걱정하는 지혜로운 노인이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이 글을 읽고 공감은커녕 벌써 빨갱이로 규정한 노인들이 많을 것이다. 이러니 언제 젊은이들의 존중을 받을 수 있을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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