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指鹿爲馬)

by 김성수


‘사슴을 가리켜 말(指鹿爲馬)’이라고 한다면 말도 안 되는 말이다. 그러나 지록위마로 해서 중국 최강이었던 秦나라는 망해버렸으니 단순한 남의 나라 말이 아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어느 시대이건 진실이 왜곡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권력자의 억압과 횡포를 침묵하고 맹종한다면 진나라의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록위마가 횡행하고, 그것이 통용되는 사회는 절대권력의 사회요, 망국의 징조임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법의 역사를 알고 보면 그것은 인간을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을 구속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법치를 내세우는 통치자는 자유와 인권을 구속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더구나 현 정권과 같이 그 법이 공정과 상식에서 벗어난다면 그건 법치가 아니라 불법이요, 탈법이다. 불법과 탈법이 자행된다면 영락없이 어지럽고 불행한 사회이다. 그 명분을 ‘나라를 위해서’라고 강변한다면 어김없는 독재파쇼주의자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미 독재국가로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지각 있는 국민이다.


법치를 내세우면서 ‘자유’를 외친다면 지록위마가 틀림없다. 입만 열면 자유를 외치면서 압수수색과 영장을 남발하는 것은 기만행위이다. 법을 내세워 오로지 정적을 탄압하고 보복하려 든다면 조폭과 다름없다. 공정을 내세우면서 내 편만 이권을 누리고, 상대방을 핍박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은 도적질이다. 백오십여 명의 생때같은 젊은이가 길거리에서 압사했는데도 애들 방종까지 보호해야 하냐며 시치미를 뗀다면 국민의 대통령이 아니다. 국민을 대신하여 국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 야당의 정당한 정치적 행위를 무조건 선동과 괴담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적반하장하는 도둑이다. 친일파들을 미화하고 면죄부를 주면서, 광복을 위해서 신명을 바친 애국선열을 사상을 문제삼아 공훈록에서 삭제하려는 짓은 역사모독이다. 남북대화의 노력을 거짓평화와 민족반역자로 매도하고, 사사건건 북한과 대립을 벌이는 짓은 나라와 국민을 팔아 정권연장을 노린 매국노이다.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할 때마다 대안도 없이 재빨리 미국의 등으로 숨어버리는 짓은 비겁하기 짝이 없는 호가호위(狐假虎威)이다. 일말의 반성도 없는 일본에 쓰라린 과거를 없던 일로 하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그것이 미래의 역사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강변하는 것이야말로 매국적인 지록위마이다. 세계경찰을 포기한 미국에 국부를 퍼주면서 나라의 운명을 송두리째 맡겨놓고,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생존책이라고 기만하는 것도 지록위마가 틀림없다. 일제의 만행과 수탈의 피해자들이 엄연히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처절한 희생을 없던 일로 하자는 것은 국민을 팔아먹는 노예상이다. 나라의 경제가 나락으로 빠져들고, 가계부채가 세계 제일이고, 청년실업자와 무너지는 자영업자가 넘쳐나고, 나라가 인구절벽의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이에는 관심도, 대책도 없다면 용산에 앉아있는 반달곰이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교권도 무너지고, 사교육이 판을 치는 판에 구우일모(九牛一毛)에 불과한 수능이나 사교육을 카르텔로 규정하여 악마화하는 것은 절대권력에 취해있는 조폭이나 할 짓이다. 오염수 방류와 양평고속도로 얘기를 하기는 아직 시기상조일 터이지만 기상천외(奇想天外)한 행각이 쏟아질 것이다. 윤대통령은 유난히 해외방문을 좋아하는데 그때마다 철모르는 애들을 물가에 내보내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나라에서는 역대급 홍수가 난리인데 아랑곳없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간 용기는 가상하나 거기에서 '사즉생'의 동맹을 외친 것은 일개 무장이나 할 말이지 막중한 외교적 책임을 진 대통령이 할 행동이 아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우크라이나에 무기지원을 하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해서 또 걱정이다. 많은 국민의 외교적 우려를 팽개칠 권리를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우리는 위험한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없다. 그래도 이 폭군의 악행을 다 적기에는 지면이 너무 좁고 내 아는 바가 너무 적다.


터무니없고 어림없는 일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 사실로 받아들이는 사람의 허약한 심리를 삼인성호(三人成虎)라고 한다.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없던 호랑이도 생기는 법이다. 증자(曾子)의 어머니는 자식의 인품을 믿고 있었지만 여러 사람이 증자가 살인했다고 말하니 결국은 곧이듣고 말았다고 한다. 정치인들은 순박한 국민을 대상으로 이런 수법을 즐겨 쓰고 있는데 이는 기만적 세뇌공작이다. 말도 안 되는 말이라도 권력자와 언론을 동원하여 끊임없이 국민들을 세뇌하면 얼마든지 바보를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국민의 30-40%는 지록위마로 속이고, 선거때까지 나머지 10-20%만 삼인성호로 세뇌시킨다면 문제없이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으니 이들의 특기인 '갈라치기법'이라는 비결이다. 군대도 안 가면서 고시합격에는 10년도 더 걸렸지만 대통령 되는 데에는 3달이면 충분했으니 국민은 호랑이는커녕 무지렁이일 뿐이라는 것이 지난 대선 때 확신한 그들의 믿음이다.


적비성시(積非成是)라는 말도 있다. 그릇된 일이라도 반복해서 저지르다 보면 점차 죄의식을 못 느끼게 되고, 권력의 맛에 취하다 보면 자신이 하는 모든 짓이 옳다고 믿게 된다는 말이다. 현 정권의 핵심인 검찰도 처음에는 법관으로서 일말의 양심이 있었지만 카르텔에서 비리를 되풀이하다 보니 점차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게 되고, 어느새 자신이 하는 짓이 정당하다고 믿는 소시오패스 괴물이 된 것이다. 정권에 빌붙어있는 당정관료들이나 언론들이 다 그런 자들이다. 이런 판국에 제 정신을 가지고서는 자리를 부지할 수 없게 되니 나라가 위험한 일이다. 指鹿爲馬(지록위마)에 농락당하고, 三人成虎(삼인성호)에 세뇌당하고, 積非成是(적비성시) 도덕불감증에 감염된 언론과 국민이 적지 않아서 참 걱정이다. 북핵보다, 일제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이들이다. 적은 항상 내부에 있다는 말이 동창사발(東窓事發)이다.



현 정권은 국민을 개돼지로 안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국민을 아주 우습게 알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저들은 고등고시에 합격한 수재였으니 당연히 그럴 권위와 권리가 있다고 믿고 있다. 검사를 하다 보면 무소불위의 권력에 취할 수밖에 없고, 머리 좋은 도둑이 더 무서운 법이다. 그러나 전 대통령 중에는 고시에 합격한 수재였으면서도 악법에 핍박받는 국민을 위해서 헌신한 인권변호사들도 있었다. 우리 국민의 수준과 민주시민의식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 저들의 指鹿爲馬, 三人成虎, 積非成是의 폭정을 응징하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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