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내몰린 선생님 1

극한직업으로 전락한 교사

by 김성수

교사는 교육현장에서 운전자이다. 교사는 공장의 엔지니어요, 병원의 의사요, 전쟁터의 지휘관이라고 말한다면 수긍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더구나 요즈음 같이 교사가 폭행과 고발을 밥먹듯이 당하고, 학생 학부모의 하수인이 되고, 정신과 병원을 다니면서 자살도 해야 하고, 거리에 나서 생존권을 외쳐야 하는 세상이라면 교육은 이미 막장이다. 국가의 백년대계의 현장에서 운전자를 무차별 폭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교사만의 비극이 아니라 결국 우리들의 비극이다. 가장 존경받고, 최고 선망의 직종에서 이제는 교사의 8할 이상이 교직을 떠나고 싶어하는 극한직업이 되어버렸다. 무너진 경제는 한 정권의 노력으로 재건이 가능했지만 한번 붕괴된 교육은 한 세대로도 회복하기 어렵다. 국난 중에서도 교육의 위기는 가장 위험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교육의 주체는 당연히 국가요, 교사이다. 국가는 사회에서 필요한 교육과정을 마련하고, 교사는 교육과정에 의해 학교에서 학생에게 교육을 수행한다. 그리고 국가는 우수하고 성실한 교사를 양성하고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국가와 교사는 그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교사는 교육을 수행해야 할 인지력도 갖추어야 하지만 그 목적에 맞는 소양과 사명의식이 더 중요하다. 사관학교가 건강한 신체와 국가관을, 의대가 인술을 펴는 사명감이 전제조건이듯이 교사양성 기관은 사명의식과 모범이 되는 인성을 갖춘 교사를 양성하고, 관리해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일이 교육이요, 교사이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다른 것은 그만두고서라도 교사선발 제도를 보면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알 수 있다. 이미 30년을 이어온 교사선발 제도인 교사임용고시는 남발하는 교사자격증 소지자 중에서 약간의 지식과 암기력을 갖춘 시험기술자를 골라내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모자라서 교육의 전문성을 무시한 채 기간제, 시간제, 임시직 교사를 취업 대책으로 내세우는 형편이니 이 땅의 교육당국은 교육의 전문성이나 교사의 존엄성에 무지하다. 우리 교육의 비극과 교사의 비애는 교육 당국의 무지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죽하면 교육부가 없어져야 교육이 산다고 했을까?

부모보다 존중받던 교사를 이렇게 우습게 아는 원인은 미국의 교육제도와 풍토를 우리 교육의 모범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특유의 광역문화, 다중문화, 이동문화, 개척문화 등으로 해서 우리의 단일, 정착, 전통문화와는 여러 가지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교육사상이나 제도도 역시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교사에 대한 인식도 일반 노동자와 별로 다를 것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일정한 지식만 갖추면 교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군사부일체라는 인식으로 교사의 권위와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우리의 전통문화는 그들과 많이 다르다. 미국의 교육제도가 틀렸다는 말이 아니라 저들의 이동문화 교육제도를 정착문화인 우리 교육의 현장에 맹목적으로 적용시킨 것이 문제이다. 이동문화는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전통은 거추장스러운 면이 있다. 그러나 정착문화는 경험을 통하여 적화된 문화전통을 지켜야 가치 있는 문화이다. 전통이 늘 좋다가 아니라 우리 문화는 전통문화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교권 존중의 전통을 낡은 유산으로 치부하고, 우리 문화와는 전혀 다른 미국의 교육사상과 제도를 따르지 못해 급급해하는 우리 교육정책에서 오늘날의 교육, 교단 붕괴의 단초를 찾아야 옳다.


신발이 안 맞으면 다른 신발을 찾아야 하건만 내 발을 깎아서 억지로 신발에 맞추려는 짓을 삭족적리(削足適履)라고 한다. 우리의 서구문화 수용방식이 그렇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교육적 이념이나 목표를 마련하지 못했다. '홍익인간'이라고 하지만 지나치게 관념적이어서 교육목표로 삼기에는 부족하다. 마땅한 교육목표를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런 가치관이나 인식이 없었던 것이 문제이다. 서구의 교육을 모방하기에 바빠서 우리의 전통교육에 무지하거나 교사 양성, 관리를 제대로 꾸려나가지 못하는 것을 보면 오늘날의 교육위기가 우연이 아니며, 쉽게 수습될 것 같지 않다는 걱정이 크다.


교육적 전통에 무지하고, 교사의 역할을 이렇게 우습게 알기 때문에 교사양성기관을 마음 내키는 대로 인가하여 해마다 교사임용고시의 평균 경쟁률이 수 십, 수 백대 일에 이른다. 경쟁률이 높으면 우수한 인재를 뽑을 수 있어 좋을 것 같지만 교육자의 요건은 머리보다는 심성과 열정, 사명감이다. 교사양성기관을 방만하게 인가하여 살인적인 경쟁률을 만들어 놓았으니 예비교사들은 교사가 되기도 전에 진이 빠지고, 초죽음이 된다. 천신만고 끝에 교단에 섰지만 이제는 열악한 교육환경과 안하무인 학부모 등쌀에 극한직업이 되고 말았다. 이러고서야 누가 사명감을 가지고 교단에 설 것이며, 자식을 어떻게 마음놓고 학교에 맡기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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